1000字 隨筆 문득.1272 --- 작은 틈새에 부는 황소바람
한여름에 작은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너무 밋밋하여 아무런 도움이나 느낌이 없다. 그러나 한겨울에는 다르다. 단순한 문틈이 아니라 큰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황소바람이 쏟아져 들어와 대뜸 오싹하게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창호지로 문풍지를 만들어 틈새로 끼어드는 바람을 차단하는 기지를 보였다. 나무로 된 문틀이 오래될수록 낡아 뒤틀리고 삐딱해져 제대로 맞지 않고 조금씩 벌어지는 곳이 생기기 때문이다. 초저녁에 불을 뜨끈뜨끈 지펴도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온기가 빨리 식어 새벽녘이면 방안이 냉랭하였다. 따끈한 자리끼는 윗목에 남아서 아침이면 얼 만큼 추위가 심했지 싶다. 초가집의 벽은 수수깡으로 엮어 황토를 바른 것으로 얄팍하고 엉성하여 위풍이 너무 심해서 군불을 잔뜩 지펴도 오래 가지 못하고 식어버린다. 심하면 벽에서 찬바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등을 대보면 썰렁하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싶었다. 따라서 문틈에 바람만 제대로 막아도 방안이 그런대로 아늑하고 훈훈하여 견딜 만하였다. 구들방으로 지금의 아파트와는 달라서 아랫목 장판은 새카맣게 탈 만큼 철철 끓어도 윗목은 냉골로 현저하게 구분이 되었다. 새벽녘이면 아랫목 이불자락 밑에 온기를 찾아 형제끼리 다리 뻗기 경쟁으로 티격태격 다퉜다. 타다 남은 알불을 화롯불로 담아두기도 하였다. 아주 작은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이라도 겨울바람은 맵고 차갑다. 옷깃을 헤집고 뼈까지 시렸다. 그래서 문틈이나 갈라진 벽 같은 곳을 잘 관리하여야 추위를 덜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틈새가 있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고 둔한 것인지 곧바로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점점 사이가 벌어지면서 불신하고 노여움을 사게 되어 파탄을 맞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꾸 쌓이고 오해까지 덧붙으면 급속도로 간격이 벌어져 적대 관계가 되는 최악의 사태까지 맞는다. 틈새라고 얕잡아볼 일이 아니다. 서둘러 차단해야 한다. 어디가 틈새인지 모르거나 외면하다가는 걷잡을 수 없게 일을 키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