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증후군이란 새로 구입한 자동차의 실내 내장재(시트, 천장재, 바닥재 등)에서 방출되는 벤젠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로 인해 두통, 눈·피부의 따가움 등을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 누군가에게는 신차를 구입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분 좋은 향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름알데히드나 벤젠과 같은 유해 화학물질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데이비드 볼츠(David C. Volz)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환경독성학과 교수 연구팀은 운전자가 하루 최소 20분을 운전할 때 흡입하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젠의 양을 계산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는 실온에서 자극성이 강한 냄새를 띤 무색의 기체로 인체에 대한 독성이 매우 강한 발암물질이다. 벤젠(Benzene)도 무색의 액체로 독특한 냄새를 내며 발암물질로 꼽힌다. 새 차 증후군의 주요 원인인 이 두 물질은 합성 섬유와 플라스틱 내장재 등 자동차 실내공간에 사용된다.
새 차 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는 모두 암을 비롯해 생식 장애와 기형아 출산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 화학물질이다. 특히 벤젠은 독성이 매우 강해 백혈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연구로 입증되고 있으며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신차를 탈 때 발암 물질의 흡입량을 조사했다. 참고로 캘리포니아는 1986년에 제정한 '안전 식수 및 유해 물질 시행법'에 의해 일반 실내공간을 대상으로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실내는 별다른 안전 기준이 없다.
연구팀은 하루에 최소 20분의 운전 시간을 가진 운전자가 흡입하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젠의 양을 계측했다. 차량 내부에서 수집된 먼지와 공기 샘플을 기반으로 벤젠과 포름알데히드의 양을 직접 측정해 종합한 것.
조사 결과 차종에 따라 차내 발암 물질 흡입량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2종은 모든 차종에서 20분 만에 캘리포니아 보건당국의 허용치를 초과해 흡입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 두 물질들은 높은 휘발성을 가져 플라스틱과 직물을 쉽게 통과해 호흡하는 공기에도 쉽게 침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운전시간이 30분만 돼도 화학물질 흡입으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이 흡입하지 않는 운전자보다 10%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 외에 이전에 운전 중 트리스포스페이트(TDCIPP)라는 난연재에 대한 노출도 조사한 바 있다. 이 난연재는 좌석에 불이 붙어도 잘 연소가 잘 안되게 막는 물질로 벤젠과 포름알데히드와 마찬가지로 발암물질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운전 시간이 길어지면 이 난연재에 대한 노출도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볼츠 교수는 “차가 방출하는 화학물질의 양에 따라 노출 정도가 다양할 수 있다”면서도 “가능하면 운전 중에 창문을 열어 위험 화학물질들의 농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2012년부터 자동차 실내 유해 물질을 측정해오고 있으며, 2017년 국내 측정 기준이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자동차 기준 국제조화 회의(UNECE WP.29) 총회에서 신차 실내 공기질 국제 기준으로 최종 채택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