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편지-1963
신심명134
동봉
제3칙
제7장 진여眞如
제4절
지극히도 작은것은 큰것과같아
바깥경계 모두잊고 모두끊었네
지극히도 크나큰건 작은것이라
가도없고 겉도없어 보이지않네
극소동대極小同大
망절경계忘絶境界
극대동소極大同小
불견변표不見邊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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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조계종정 성철 대선사는
취임 법어를 남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 말씀을 썽찬 조사의
신심명 시어와 연결짓는다면
작은 것은 작은 것이고
큰 것은 큰 것이다
썽찬과 성철 두 분 중
어느 선사의 말씀이 맞는가
스승이 제자에게 이른다
'번뇌에 끄달리지 말고
그저 오직 화두話頭를 들어라'
제자가 스승 말씀에 곧장 되묻는다
'스님, 무엇을 가리켜 번뇌라 하며
화두는 어떤 것을 들어야 합니까?'
5월 하순 함초록小滿이 지나고
6월 초 곧 모내기芒種다
몸을 옹송그린지 엊그제인데
얇은 장삼 자락에 땀 지도를 그린다
스승의 호통이 허공을 가른다
벼락치듯 스승의 주장자가
제자의 머리에 떨어진다
'마음 밖은 다 번뇌이니
마음 밖에서 도리를 찾지 말라
단지 이뭣고만을 찾으라'
스승 말씀에 제가가 흔들린다
마음은 언어를 떠나 있으니
마음이 뭘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알고 보면 죄다 망상 아닌가 말이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제자에게
스승의 호통이 우레와 같다
'이눔아! 화두를 들라 하지 않았느냐?'
우둔하기로는 짝이 없는 제자가
스승의 주장자는 슬기롭게 피한다
'이뭣고 외에 화두가 없습니까?'
스승의 답에 땀이 질퍽하다
'그럼 판치생모板齒生毛를 들어라
추위가 가거나 더위가 오거나
물이 동으로 흐르거나 개의치 말라'
판치板齒라니 그게 무엇인가
앞니를 가리켜 판치라 한다
어금니는 앞에서 봐도 눈에 띄지 않고
송곳니는 때로 보이기는 하나
가지런할 게 하나도 없다
윗니든 아랫니든 거울 앞에서 보면
오로지 앞니만이 널빤지처럼
납짝하면서 가지런하다
하여 이 앞니를 판치라 한다
이 앞니에 털이 났다는 것이다
제자 입장에서는 그저 깜깜이라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분명 마음 밖에서 찾는 것은
모든 게 다 망상이고 번뇌라시더니
판치가 마음이라도 되는가
게다가 판치에 털이 났다고 하시니
그렇다면 털이 마음이란 말인가
이리 말하면 이게 번뇌고
저리 말하면 저게 망상이다
번뇌망상 떠나 어떤 것도 없다
한래서왕추부춘寒來暑往秋復春
석양서거수동류夕陽西去水東流
망망우주인무수茫茫宇宙人無數
나개친증도지도那箇親曾到地頭
추위가 가고 더위가 돌아오니
가을이 다시 여름이 되고
석양은 동에서 서로 가는데
물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도다
아득한 우주 그 많은 사람 중에
도리를 깨달은 자 몇 명이나 되는가
위 착어는 인천 용화사 조실이신
송담 대선사가 즐기는 게偈다
추위와 더위, 가을과 봄
오고 감과 반복되는 것
석양과 물, 서와 동, 가고 흐름이
물질과 더불어 그저 움직임일 뿐이다
아득한 우주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이 수없이 많다는 것도
알고 보면 마음이 아니다
다 마음 밖의 것들일 뿐이다
지극히 작다는 게 물질이 아니고
마음의 표현이라도 좋다
지극히 큰 것도 마찬가지다
썽찬이 표현한 형용사
크다 작다는 마음의 세계일뿐
마음 밖 경계를 벗어나 있노라며
아무리 강변한다 하더라도
크거나 또는 작거나
얇거나 두껍거나 따위가
단지 마음의 표현일뿐이라며
어떻게 계속 고집할 수있단 말인가
문득 어제 부처님오신날에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의 의제義弟
배길현 목사님 시가 있어
전문을 실어 함께 감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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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내 마음에 오신 날
배길현
온 누리에 광명이
마음 가득 자비가
사찰에는 연등이
일주문에는 신도가
법상에는 법문이
서고에는 게, 송, 경이
세계에는 불교문화가
법당에는 불상이
사찰마다 역사가
고승들의 기사와 이적이 가득하니
나는 불교 안에 있는데
부처는 어디에 있는가?
게와 송과 경은
날마다 순간마다
나를 이끄는데
나는 어디에 있는가?
부처님은 나에게
네가 부처라고
이르는데
나는 부처가 아니라고 부인하네!
년년 세세
나의 년수 만큼
부처님은 오시는데
나는 만나 뵙지 못했네!
누구는 깨달았고
대각에 이르렀고
사리도 나왔는데
나는 어디쯤일까?
게와 송과 경은
마음을 찌르는데
나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네!
부처님 오심을
축하 법회에 참석하고
연등으로
나의 역할은 끝인가?
아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내 마음에
부처를 모셔야한다.
아니 내가
부처가 되어야 한다.
내가
게와 송과 경을
알지 못하나
이 모든 것이
자비에 깃들어 있음을 아오니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나는 부처님을
내 마음에 모시고
부처가 되기로 했다.
게와 송과 경이
이제 내 마음에 새겨져
심비가 되었으니
나는 말씀을 마음에 새긴 자다.
오늘부터 나는
자비롭고 자애로운 행실로
변화된 자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나는 부처가 되었고
내일 자비를 실천할 것이다.
오늘은
내 마음에
부처님 오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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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64년 경자 윤사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
그늘陰로 햇살陽로
언제 어디서나 함께한
우리절 불자 가족 여러분과
멀리서 가까이서 마음 보태신
내빈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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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등 마당에 그림자로 내리고/사진 꾸밈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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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2020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