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보다(See The Sea) #3699 - 파도
한 강 작가의 소설 <흰> 58쪽을 옮깁니다.
멀리서 수면이 솟아오른다. 거기서부터 겨울 바다가 다가온다. 힘차게, 더 가까이 밀려온다. 파고가 가장 높아진 순간 하옇게 부서진다. 부서진 바다가 모래펄을 미끄러져 뒤로 물러난다.
뭍과 물이 만나는 경계에 서서 마치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파도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동안(그러나 실은 영원하지 않다 - 지구도 태양계도 언젠가 사라지니까) 우리 삶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만져진다.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먼 바다의 잔잔한 물살은 무수한 물고기들의 비늘 같다. 수천수만의 반짝임이 거기 있다. 수천수만의 뒤척임이 있다(그러나 아무 것도 영원하지 않다).
한강 작가의 소설 <흰> 51쪽의 <파도>를 읽으면서
미메시스(Mimesis)한다는 생각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첫댓글
한 강 작가 소설 <흰> '작가의 말' 186쪽
모국어에서 흰색을 말할 때, ‘하얀’과 ‘흰’이라는 두 형용사가 있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흰’색이었다.
하얀과 흰의 다른 점...
<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
절반은 카피라이터 절반은 작가.
마침내라는 말 보다 여전히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정철의 책을 소개하며
함께 읽어 나가자는 생각으로 매일 글을 올려 보겠습니다.
<15쪽>
지구 위 일부가
바둑에 무관심한 이유는
흑과 백이 바뀌는 꼴을
못 보기 때문이다
세상은 진보하는 척하며 편견과 낙인을 세습한다.
짧은 글이라도
읽을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