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주간 금요일
(홍)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제1독서
<그들은 제단 봉헌을 경축하였는데, 기쁜 마음으로 번제물을 바쳤다.>
▥ 마카베오기 상권의 말씀입니다.4,36-37.52-59
그 무렵 36 유다와 그 형제들은 “이제 우리 적을 무찔렀으니
올라가서 성소를 정화하고 봉헌합시다.” 하고 말하였다.
37 그래서 온 군대가 모여 시온산으로 올라갔다.
52 그들은 백사십팔년 아홉째 달,
곧 키슬레우 달 스무닷샛날 아침 일찍 일어나,
53 새로 만든 번제 제단 위에서 율법에 따라 희생 제물을 바쳤다.
54 이민족들이 제단을 더럽혔던 바로 그때 그날,
그들은 노래를 하고 수금과 비파와 자바라를 연주하며
그 제단을 다시 봉헌한 것이다.
55 온 백성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자기들을 성공의 길로 이끌어 주신 하늘을 찬양하였다.
56 그들은 여드레 동안 제단 봉헌을 경축하였는데,
기쁜 마음으로 번제물을 바치고 친교 제물과 감사 제물을 드렸다.
57 또 성전 앞면을 금관과 방패로 장식하고 대문을 새로 만들었으며,
방에도 모두 문을 달았다. 58 백성은 크게 기뻐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민족들이 남긴 치욕의 흔적이 사라졌다.
59 유다와 그의 형제들과 이스라엘 온 회중은 해마다 그때가 돌아오면,
키슬레우 달 스무닷샛날부터 여드레 동안
제단 봉헌 축일로 기쁘고 즐겁게 지내기로 결정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9,45-48
그때에 45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가시어
물건을 파는 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시며,
46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47 예수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
48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도를 찾지 못하였다.
온 백성이 그분의 말씀을 듣느라고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성전인 우리의 본성을 알려 주십니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루카 19,46)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가셔서 상인들과 환전상들을 쫓아내십니다. 하느님의 현존 장소인 성전이 그 본연의 거룩함을 잃고 돈과 권력으로 오염된 것이 노여우셨기 때문입니다.
"강도들의 소굴"(루카 19,46)
예수님께서 강하게 일갈하십니다. 거룩함을 미끼로 백성을 착취하면서 성전에서 오가는 이권으로 재산을 불리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백성의 지도자들을 꿰뚫는 말씀입니다. 양심이 찔리면 사람들은 대개, 뉘우치거나 역공격을 하거나 두 가지 양상의 반을을 보이기 마련인데, 성전 관리자들은 후자의 태도를 취합니다. 자기들의 불의한 치부를 들추신 예수님을 없애버리기로 모의한 겁니다.
"온 백성이 그분 말씀을 듣느라고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루카 19,48)
하지만 그들은 고약한 음모를 당장 실행에 옮기기 어렵습니다. 백성들이 그분을 예언자로 여기고 그분 곁에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성전을 찾은 이들이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이끌려 말씀에 머무르는 모습이 성전 관리들에게는 어색할지 모르지만, 이제야 성전이 제 본성을 찾은 셈입니다.
사람들이 성전에 모여 현존하시는 주님을 중심으로 모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성전이 본래의 거룩함을 되찾고, 사람들은 말씀으로 깨끗해지고 또 거룩해집니다. 성전이 비로소 "기도의 집"이 된 것이지요.
제1독서는 유다와 그 형제들이 예루살렘 성전을 탈환하고 정화한 사건을 다룹니다.
"이제 적을 무찔렀으니 올라가서 성소를 정화하고 봉헌합시다."(1마카 4,36)
이민족들은 유다의 신앙을 무너뜨리기 위해 예루살렘을 짓밟았습니다. 그들은 성소를 더럽히고 조롱하면서 성전을 구심점으로 하느님과 관계를 맺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치욕을 안겼지요.
이방인 권력에 항쟁을 시작한 마타티아스의 뒤를 이어 아들 유다 마카베오가 적은 수의 병사로 리시아스 군대를 무찔러 격퇴시킵니다. 그리고 당장 예루살렘에 올라가 성전을 정화하지요. 그렇게 다시 성전을 주님께 봉헌하는 감격스런 장면이 펼쳐집니다.
"온 백성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자기들을 성공의 길로 이끌어 주신 하늘을 찬양하였다. 그들은 제단 봉헌을 경축하였는데, 기쁜 마음으로 번제물을 바치고 친교 제물과 감사 제물을 드렸다."(1마카 55)
예루살렘의 치욕을 씻고 다시 하느님께 봉헌한 그날, 이스라엘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을지 눈에 선합니다. 그들은 다시 하느님 앞에 엎드려 그분을 찬양하며 기꺼이 예물과 제물을 바치지요.
사실 하느님께 바치는 제물은 이렇듯 기쁨과 감사에서 우러나와야 합니다. 제도를 유지하고 그 관계자들의 안위를 위해 고되고 비참한 현실을 사는 백성에게 무거운 짐을 지울 때, 예수님 말씀대로 "강도들의 소굴"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성전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절대 바라실 리 없으신 행태입니다.
"백성은 크게 기뻐하였다."(1마카 4,58)
성전이 성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할 때 백성이 모두 함께 기뻐합니다. 이민족으로 상징되는 돈과 권력, 허영심과 과시, 문자와 관습으로 오염된 성전이 기도와 사랑, 헌신의 모습으로 정화되고 성화되면 기쁨은 억지로 찾을 것도 없이 자동적으로 차오릅니다. 제 모습을 찾으면 기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께서 외형의 성전은 물론 성령의 성전인 우리 모두가 "기도의 집"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거룩해지기를 바라십니다. 그때 우리를 움직이는 건 무겁고 복잡한 규정들이 아니라 마음의 근원에서부터 차오르는 기쁨과 감사, 평화와 찬양이 될 것입니다. 성전의 성전다움을 회복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말씀 안에 머무는 성전이신 벗님을 축복합니다.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