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엄청 정모에 나가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한양대에서 모이는거라 그동네 술집은 손바닦이니 거하게 한잔 사고도 싶었죠. 근데 그날로 계모임이 잡혔지 않았겠습니까? 아줌마들도 있어서 밤세워 놀긴 뭐하고 한양대앞에서 한잔?(한다라이!)하고 정모에 가서 2차하려고 맘을 먹고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우리집으로 쳐들어와 엠티를 하겠단겁니다. 무척 무서운 모임이죠. 동아리 90학번.이미 십 수년이 된 사이라...
저녁을 간단치않게 해먹고 소화시키기 위해 노래책 다섯권을 준비했습니다. 우린 노래를 한곡,두곡 부르는게 아니라 한권두권...단위로 하거든요. 십년만에 잡아본다는 기타주자의 실력도 아직 쓸만했습니다. 먼저 목을 풀기위해 들어가는 노래로 어머니2,부활하는 산하,녹슬은 해방구저 창살에 햇살이,날개만 있다면,길, 세벽을 여는 노래,유월의 노래,노을이여,진혼곡...20여곡을 부른뒤에 담엔 동지가 들어가는 노래메들리로 들어갔죠. 먼저 불후의 명곡 동지(이 노래 부르며 가슴에 진짜루 통증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요?), 동지를 위하여,사랑하는 동지에게, 동지들 잠든밤에,동지여 굳세게(정말 감동의 노래이죠),살아오는 동지여,나의 사랑 동지에게... . 담은 명곡시리즈.타는 목마름으로,불나비,꽃다지2,짤린 손가락,단순 조립공,온누리 빛되어 비칠때까지,의연한 산하,지리산,전사의 맹세1,2,끝내 살리라,푸른옷,죽창가,.... 대곡시리즈. 저 평등의 땅에,벗이여 해방이 온다,백두에서 한라, 선언,하나를 위하여,그날이 오면,굽이치는 임진강,철의 기지,지금은 우리가 만나서,너를 부르마..... 담은 투쟁가 시리즈, 바쳐야 한다,해방을향한진군,다시 또다시,출정전야,아 민주정부,반미출정가1,2,결전가 헉헉...그러다 보니세벽두시. 맥주 한박스는 끝장난지 오래고 목말라 먹어서 그런지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 남편은 뭐했냐구요?물론 112든 113이든 신고한다고 전화기를 몇번 들었습니다. 용공 좌경아줌마 잡아가라나요?그러다 노래에 기가 죽어 담날 출근인 남편은 윗층 끝방에서 귀를 막고 잤지요.이웃의 항의요? 문제없지요.저희집은 전원주택 그 오리지날이죠.반경 100미터안에 있는것이라곤 산과 밭 그리고 논뿐이거든요. 담날우리 멤버는 말도 못했죠. 목이 남아나질않았으니까. 동아리에서 노래부르던 그때 얘기들을 많이 했습니다. 언제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오후5시부터6시까지는 노래연습 시간이었어요.그 중요하던 미팅도 6시 이후에나 가능했죠. 공연이 있을때나 없을때나 연습시간엔 언제나 바르게 서서 진지하게 노래했었습니다. 악보를 보고 노래를 만든 작가의 의도를 서로얘기해가며 절대로 기교를 부리며 노래부르는것은는 금물이었습니다. 요즘은 악보 대신 시디로 노래를 배우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그런지 가수들의 창법 그대로 모창하게 되고 작가의 악보보다는 편곡된 상태로 노래를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부르는 사람 노래 모두가 똑같습니다. 아무래도 노래는 악보를 보고 배워서 개개인이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노래를 이해하고 부르는것이 그노래의 참맛을 알게되는것같다는 얘기와 공연의 자세에 대해서도 많은 얘길 했습니다. 노래실력 반주실력이 엉망이더래도 진지하게 긴장된 상태와 절제된 감정의 노래소리가 얼마나 듣는이에게 감동을 주는지,자뻑?상태에서 부르는 가수의 노래는 얼마나 지겹고 가벼운지를 얘기했습니다. 노래부르는 이는 자신의 노래에 반하는것이 아니라 감동적인 노래자체에 반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고 연습을 게을리하지않는 가수의 모습은 감동입니다.
정모에 빠졌지만 무척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짝지없는 친구들과 결혼하여 그렇고 그런 삶에 속고사는 아줌마 친구들 모두 스무살로 돌아가 1박2일 하고갔으니 앞으로 얼마간 힘차게 살아가겠죠. 다시 노래부르며 살수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말이죠. 모두 노아세에 전도해야하는데...
오늘은 맑스 생일이라지요? 좀 일찍알았으면 남편출근할때 따라나갔을텐데 이렇게 뜨거운날 산길 걸어나가는건 좀 무리인것같네요. 축하 많이들 해주세요. 맑스야.마음에 선물 한껏보낸다. 빨리 볼수있기를...
첫댓글 우와...역시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힘... 엠티 저희들 데리고 가시지...ㅋㅋ 건강하세요, 누님~
한동안 듣지 못했던 앙아누나의 숨쉴틈 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를 듣는것 같은 기분이당...누나 친구들 다 델꼬와요.주부 민중가요 열창 한번 열어보게^^
읽기 힘들었지만, 언니의 강한 힘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중에 전도해주세여~ 헤헤~ 글고, 저희도...엠티...델구가여...잉~
90 학번 처자들이라굽쇼 ??? 혹시 미스는 없는지...ㅋㅋㅋ
그아줌마들이랑 묻지마 관광을 떠나고 싶퍼라^^* 약간은 쪼글 쪼글한 90이...
애구 이글 읽는데 눈깔 튀어 나올라구 했다.... 이글을 읽으니간 울 학교 여선배님 생각이 나네요^^ 쐬주에 빨대 꽂아서 빨아먹으면서 시험보는 여선배임들.... 어찌 좀 닭은것 같네요^^ㅋㅋ
언제 한번 앙아누나집으로 엠티를 가야할거 같은 기분이 드네요...^^
^^
앙아선배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기를...^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