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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꺾이지 않는 개혁 의지...법안 개정 시도 계속
☐ 세제 개편은 성공, 의료제도 개편은 갑론을박
◦ 기업과 부자에게는 증세, 중산층부터는 세 부담 동결
- 콜롬비아는 현재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대통령 정부가 입안하여 통과시킨 개정세법을 시행 중이다.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성향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이번 정부는 출범 직후 기업과 부자 증세, 횡재세 징수 등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발의했고, 국회에서 다수당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 연합이 이를 가결하여 고질적인 빈부격차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페트로 정부에 힘을 실어 주었다.
- 개정된 세법은 콜롬비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에너지 기업에 대한 증세를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콜롬비아에서는 원유 또는 석탄 채굴 기업에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획득하면 이후 판매 금액의 일정 비율을 정부에 로열티로 납부해야 한다. 지금까지 콜롬비아 정부는 해당 로열티의 일부를 감면해 주었으나, 앞으로는 점진적으로 로열티 감면 특혜를 없앨 예정이다.
- 또한, 국제 유가 급등으로 예상치 못한 큰 이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한편,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에는 세금을 최대 60% 더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반면, 중산층~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은 이전과 같거나 줄어들었다. 실제로, 세제 개편안 실시 이후 콜롬비아 정부의 전체 세수 중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1.3%에서 1.5%로 0.2%p 상승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소득세 증세 대상이 대부분 부유층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부 세수 중 에너지 기업이 기여하는 비율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의료제도 개편안...근본적인 시스템 개혁 원하는 정부
- 세제 개편안 통과에 성공한 페트로 정부는 뒤이어 국가 의료 시스템 구조조정을 위한 관련 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세제 개편안과 마찬가지로, 페트로 정부가 제안한 의료제도 개혁 법안은 의료 부문에서 정부 역할 확대 및 민간 의료보험 업체의 권한 축소, 그리고 저소득층과 시골 지역의 주민을 위한 1차 진료 투자 증액과 예방적 의료 관리 시스템 확충을 핵심 내용으로 삼고 있다.
- 먼저, 페트로 정부는 현재 EPS(Entidades Promotoras de Salud)라고 불리는 민간 의료보험 업체의 역할을 줄이는 동시에 국가 의료보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현행 콜롬비아 의료보험 제도는 EPS가 근로자의 소득 중 일부를 보험비 명목으로 납부받고, 또한 정부 역시 EPS에 일정 금액의 재원을 투입하도록 되어있다. EPS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의료 기관에 진료비나 수술비로 지급하는 시스템이 콜롬비아 의료보험 제도의 작동 방식이다.
- 그러나 이전부터 EPS가 보험금 지급을 미루면서 피해를 입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최근 파산하는 EPS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결국 의료 약자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현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페트로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EPS의 역할을 부당한 보험금 청구 심사 등으로 축소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한편, 페트로 대통령은 의료제도 개혁을 통해 그동안 콜롬비아 의료제도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저소득층, 특히 시골 지역 주민을 위해 의료 서비스의 중심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밝혔다. 페트로 대통령은 현재 시골 지역 주민의 대부분이 병의 증세가 나타난 다음에야 병원을 방문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1차 진료와 예방 의학 관련 투자와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실제로, 시골 지역 주민이나 저소득층 중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대부분이 암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심각한 통증이 나타난 이후에야 응급실을 찾는 것으로 진료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결과적으로 과도한 의료비 지출에 따른 의료보험 재정 낭비와 국민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페트로 대통령은 의료 약자의 병원 접근성을 개선하여 큰 병이 발생하는 사례를 줄이는 것이 결국 국민 건강권 강화와 보험 재정 유출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 세제 개편안 때와는 다른 분위기
- 페트로 대통령 정부는 세제 개편안과 마찬가지로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을 위한 혜택을 확대한 의료제도 개혁 방안을 제시했으나, 세제 개편 당시와는 달리 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우선, 정치적으로 페트로 대통령의 대척점에 있는 우파 진영에서는 1개의 국가 기관이 총괄하는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면 부정 수급 여지가 커지고, 동시에 의료 서비스를 받아서는 안 되는 사람까지 의료보험을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여기에, 보험사를 EPS에서 새로 신설하는 국가 보험 기관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일시적으로 의료보험 공백이 생기면서 치료나 처방을 받기 힘들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또한, 콜롬비아 의료인 연합도 보험 지급 체계를 근본부터 완전히 바꾸려는 페트로 정부의 계획에 부정 우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페트로 정부의 의료제도 개혁안이 아직 초안인 단계에서 특히 의료인 연합이 비교적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의료제도 개편은 세제 개편과는 달리 험난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 물러서지 않은 페트로 대통령, 노동법 개혁안 발의
◦ 1차 목표는 근로 시간 단축
- 의료제도 개편안이 상당한 반대에 직면했고 그로 인해 내각 의원 중 1명이 사퇴하기까지 했으나 페트로 정부의 개혁 의지는 변함이 없다. 페트로 대통령은 최근 대다수 콜롬비아 노동자의 삶의 질과 평균 소득을 높이기 위한 노동법 개혁안을 작성했으며, 이를 국회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 개혁안의 첫 목표는 과도한 노동 방지이다. 노동법 개혁안에서 근로 시간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면 먼저 현재 48시간인 주당 근로 시간을 42시간으로 줄이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1일 표준 근로 시간인 8시간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규제 수위를 높이는 한편, 주당 최소 1일의 완전 휴무 보장하게끔 되어 있다. 이에 더해 초과 근무는 하루 2시간, 1주일 단위로는 12시간을 넘길 수 없도록 규정했다.
- 페트로 대통령은 노동법 개혁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주당 근로 시간을 축소하고 완전 휴무를 제도적으로 명시해야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정 준수 여부를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는 체계를 확립해야 하며 이는 노동자가 대다수인 콜롬비아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소득 재분배 위한 정규 근무 시간 조정까지
- 또한, 페트로 정부가 발의한 노동법 개혁안에는 현행 오후 10시까지인 주간 정규 근로 시간(daytime working hours)인 오후 6시로 앞당기는 조항도 담겨있다. 노동법상 기본 근로 수당보다 시간당 임금이 더 높은 가산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주간 정규 근로 시간대 외 시간에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은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가산 임금을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주간 정규 근로 시간 종료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6시로 앞당기면 근로자가 가산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진다.
- 이는 결과적으로 지금과 동일한 노동을 제공할 경우, 근로자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더 커질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고용주 입장에서도 되도록 오후 6시 이전에 업무를 종료하도록 유도하여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과도한 노동을 방지하는 부수 효과도 생겨날 것으로 콜롬비아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내용의 노동법 개혁안이 발표되자 콜롬비아 재계는 기업과 고용주의 비용 급증으로 인해 콜롬비아 경제 성장이 저하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 세제 개편안부터 시작하여 의료제도 개혁 초안과 노동법 개정안까지, 페트로 정부의 방향성은 확고하다.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대통령을 탄생시킨 현 정부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빈부격차 해소와 저소득층의 생활 수준 제고를 위한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비록 그 과정에서 반대 진영의 반발도 거세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페트로 정부는 개혁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앞으로 페트로 정부가 출범 초기의 의지대로 지금과 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Pharmaceutical Technology, Colombian healthcare reform aims to upend insurance and shift focus to primary care, 2023.02.24.
Brazilian Report, Petro presents health reform proposal, calls supporters to the streets, 2023.02.14.
Reuters, Thousands march across Colombia to oppose government reforms, 2023.02.16.
Aljazeera, Colombians take to the streets in favour of healthcare reforms, 2023.02.14.
Americas Quarterly, In Colombia, Passing Tax Reform Was the Easy Part, 2022.11.23.
Reuters, Colombian $4 billion tax reform becomes law, duties on oil and coal hiked, 2022.11.04.
La Prensa Latina, Colombia presents ‘ambitious’ labor reforms with social justice focus, 2023.03.17.
teleSURtv, Colombia: President Petro Sent Labor Reform Bill To Congress, 2023.03.17.
Reuters, Colombia government sends labor reform to Congress, aims to cut hours, 2023.03.17.
[관련 정보]
1. 콜롬비아 정부, 노동법 개혁안 발의...근로 시간 단축과 초과 근무 수당 상향 목적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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