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이, 다가가는 이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저녁놀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사월의 소나기를 사랑하는 것과 같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오
그 모두는 그냥 아름다운 것이므로. / 스티븐 태프
“ 벗이여! 부르는 이 있어 우린 행복하다네.”
살아가노라면 이런저런 부름을 받게 마련이다.
학교 동창회에 나와 달라는 것도 그중 하나지만
결혼 청첩장만큼이나 의무감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오래전 어느 동창회에 나갔더니 반색하는 모습이 역력해
그 의무감은 금세 사라지고 만 기억이 있는데
개회식이 끝나자마자 즉흥 글짓기를 하자고 했다.
“ 벗이여! 부르는 이 있어 우린 행복하다네.”
이렇게 써냈더니 장원이란다.
물론 상품이라야 포장지에 예쁘게 싼 타월 한 장뿐이었지만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것 같아
의무감은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내손을 내 손으로 꽁꽁 묶는 꼴이 되어
그 순간부터 불러내는 전령사가 되고 말았으니
'만남은 기쁨'이라는 표정을 억지로라도 지어야 했다.
부름을 받는다는 건, 그리고 불러낸다는 건 관계의 시작이다.
마음을 불러내고 목소리를 불러내고, 그러다가 육신을 불러내어
관계성을 실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별은 다음 관계의 예비일 뿐이며
죽음 뒤에도 관계는 이어진다.
바로 마음으로 추념하는 동안 소통은 계속되는 것이니
우리는 그 관계의 틀을 벗어나 영원히 홀로일 수는 없다.
그러기에 죽음 뒤의 관계를 위해서도
좋은 업(業)을 쌓기에 마음을 쓰는 게 아니던가.
부르는 소리는 사람으로부터만 듣는 게 아니다.
비 온 뒤의 불어난 물소리도 그것이요
장마가 끝난 뒤 파랗게 드러난 하늘빛도 그것이요
미풍에 실려 오는 꽃내음도 그것이다.
인사동 거리의 소문난 어느 전시회도 그것이고
출출한 한낮 뒷골목의 만두 솥 김 올리는
구수한 내음도 그것이다.
떴다 사라지는 종달새 노랫소리는
우리를 새봄의 들판으로 불러내고
길가의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에트랑제의 한없는 방랑을 유혹하기도 하느니
영원히 홀로일 수 없다면 귀를 쫑긋 세우고
아름다운 소리에 귀를 기울일 일이다.
어느 인터넷 동호회원으로부터 갑작스런 부름을 받았다.
상대방의 의사는 물을 것도 없이
미녀들도 나오니 정오에 인사동 네거리로 나오라는 거였다.
내 마음을 그렇게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인지
난감하기도 했지만
별 일정도 없을뿐더러 일부러 나가던 거리이니
부름에 응하기로 했다.
나를 불러낸 것은 부르는 사람의 다정한 목소리였던지
미녀들이 나온다니 그 설렘 때문이었던지
인사동 거리의 변해가는 궁금한 모습이었던지 알바 없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반색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보니
어색함이나 난감함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특별히 어떤 전시장을 꼽을 것도 없이
이곳저곳 화랑(畵廊)을 찾아
들락거린 것은 그냥 아름다운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골동품 노점을 기웃거리며
흥정을 하자는 것인지 사자는 것인지
말이나 툭툭 내던져본 것은
그냥 즐거운 것이었으며
콩국수로 소주로 일치시킬 것도 없이
입맛대로 음식을 시켜놓고
서로 두리번거리며 호감을 얻으려
너스레를 떤 것은 그냥 흥겨운 것이었다.
어둑한 카페에 둘러앉아 차 한 잔 시켜놓고
연신 맹물이나 마셔대고
서로 세월의 흔적을 더듬으며
하얀 이룽들을 마음속으로 매만져본 것은
그것은 모두 저녁놀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사월의 소나기를 사랑하는 것과 같이
그냥 아름다운 것이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것들도 세월의 선반에 가만히 앉아 놓으면
인사동 거리의 골동품을 사서 담아놓는 것 못지않게
삶의 잔잔한 어룽으로 수 놓일 터이다.
“ 벗이여! 부르는 이 있어 우린 행복하다네.”
인생이란 홀로 치열하게 살아가다가
결국 만남으로써 자기를 완성하게 된다.
헛간에 자리를 깔고 앉아 겨우내 삼아내어
새끼줄에 둘둘 묶어두었던 짚신이거나
초봄에 깨어난 햇병아리를 삼태기에 담아
장에 내놓음으로써
신거나 기르는 임자를 만나는 일이 그런 것이다.
득음(得音) 한다고 폭포수 아래 목소리를 질러대거나
손가락 끝이 터지도록 건반을 내리치다가
여러 해를 지나고서야
완성되었을 법하면 매료를 기다리는 청중들을
만나러 나가는 일이 또한 그럴 것이다.
몇 해 전 가을에 문학적 소양과 지성 감성 유머의 글벗들이
정동 돌담길 끝쯤의 어느 작은 다락방에서 만나
낙엽 길 토닥거리는 가을비와 함께 조촐한 모임을 가졌었다.
바로 서로가 창조자이며 연주자인 동시에 사용자이며
청중으로 만나게 된 셈이었다.
이로 인해 서로는 작은 만남으로
작은 자기완성을 이루게 된 셈이기도 했었다.
그 보람은 아직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튼실하게 북돋워 나간다면 다음엔,
다음엔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만남이 될 것이니
그래서 의미 있고 모두는 반가움이었으며
서로는 고마움이었다 하겠다.
누군가에게 그날을 생애 최고의 날로 만들어주는 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 한다.
초대전화 몇 통이나 감사의 쪽지, 몇 마디의 칭찬
격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댄 클라크).
“ 벗이여! 부르는 이 있어 우린 행복하다네. ”
이건 지난날의 단상을 불러 낸 것이지만
"벗이여, 부르는 이 있어 우린 행복하다네."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리라.
카페 <5670 아름다운 동행> 닭띠 동우회장이 초대 글을 올렸다.
을유년 생 회원들의 산수 기념식을 올린다는 거다.
특별하게 나를 부르는 건 아니겠지만
다가가면 반가워할 게 아니던가.
더구나 궁금한 분들이 더러 있기도 하니 말이다.
가는 세월보다 오는 세월이 더 반갑고
가는 사람보다 오는 사람이 더 반갑다.
내가 그러하니 남들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하여 식장인 파노라마로 발걸음 했다.
동우회장 박희정 님에게 다가가니 반가워해주시더라.
카페지기 공무 님에게 다가가니 그도 반가워해주시더라.
금송 금빛 자매가 다가와 아는 척해주시더라.
이윽고 리릭 님도 다가와 인사를 청하더라.
카페 온라인에서 자주 마주친 듯한 분이 있어 다가가니
그분은 사진작가 망중한 님이시더라.
반갑게 인사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사실 이건 나의 너스레 떠는 버릇 때문에 횡설수설한 거지만
지난날 나는 카페 '아름다운 60대'에서 잘 지내다가
이유도 모르게 쫒겨나 낭인이 되었는데
언젠가 리릭 님이 나를 보고 아는 척하면서 다가오시더라.
그런 전차로 리릭 님에게 마음이 갔는데
그땐 60 대였는데 벌써 산수(傘壽)라니 반갑기도 했지만
나와 연배가 비슷할 을유생 회원님들 중에
알아볼 수있는 분이 있지 않을까, 했던 거다.
허나 이건 현장에서 망상으로 사라졌지만
오다가다 서로 마주치면 반가운 인사라도
나누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못난 글을 올리며
을유생 님들 산수를 축하, 축하합니다.
* 포스팅은 옛골 님 촬영입니다.
첫댓글 불러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아직도 인심은 잃지 않으신거죠
참석해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네에 총무님.
두 분이 앞장서서 애쓴 덕에 많은 선배님들이 기뻐하셨을 겁니다.
선배 님의 참석에 많이 기뻤습니다.
함께 하므로서 즐거우신 선배 님
선배 님의 사진을 보며 정정하신 모습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벗이여 부르는 이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시를 읊으며 저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선배 님^^
부산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애많이 썼지요.
카페의 젊은 기둥이시고요.
참 고마운 일입니다.
우선 도반 선배님께 죄송함을 먼저 구합니다
진작 선배님께 초청을 개인적으로 올(드)렸어야 하는데..죄송합니다
실은 저도 팔순(잔치)에 참여해야 하나 망설였지요
팔순이란 말이 제게는 좀 거시기 했기에`
제일 처음 공지 올라왔을때는
아마 조촐히 45년생들 식사하는 분위기로~
그리 알고 바로 접수했지요ㅎ
그것으로 저는 알고 있었고요,,
헌데 어느 동행회원님이 도반님이 뉘신데 닭방 팔순에 리릭님 축하 하시러,,
댓글을 다셨다고,,
우잉! 당황했지요.그리고는
아! 꼭 그날 참석을 해야 하는구나..라고
해서 전날 바로 선배님께 죄송한 마음에
문자를 드렸습죠
선배님도 내일(12일) 봐요 라고 답글을 주셨구요
선배님~
전체알림공지에 대대적?으로(홍보)
닭띠 팔순잔치,,초대장을 보시고
`부르는이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초대글에
오셨슴에~넘 고마운 마음였슴다
선배님!
예전엔 정말 존경받고 멋진 분으로,,
(위에 올리신 글속에 처럼,곤욕을)
아마 아시는 분들은 지금도 존경을 합니다요ㅎ
지금은 회원들이 많이 바뀌었지요,세대교체?
12일 잔치장소에 미리일찍 도착해서
선배님을 맞이했어야 했는데~죄송했습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도반선배님
위 사진은 망중한 님이 촬영..순간포착?!
못난글에 장문으로 화답하셨군요.
고맙습니다.
그저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기 바라요.
이제야 올려주신 글을 접합니다.
그날 만나뵈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나름대로는 사진을 찍다보니 공연히 마음이 바빠서
헤어질때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요.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아이구우 언젠간 또 뵙게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