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인삼농업협동조합 김모(58)조합장이 취임 두달도 안된 지난달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자택에 모셔진 고인의 영정 앞에 개성인삼조합의 인수감사 내용 등을 담은 업무일지와 메모들이 놓여 있다./최재훈·cjh@kyeongin.com
지난달 28일 숨진 개성인삼농업협동조합(이하 개성인삼조합) 김모(58) 조합장의 자살배경을(경인일보 3월 29일자 19면 보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업무 인수감사가 진행되면서 김 조합장이 우울증세를 보일 정도로 고민한 것이 사실로 확인돼 조합의 부실과 비리 그리고 외압 때문에 자살했다는 유가족과 주변 인사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3일 개성인삼조합 등에 따르면 숨진 김 조합장은 최근 취임뒤 업무 인수감사가 진행되면서 2차에 걸쳐 중간 결과를 보고받았으며 곧 인수인계 마무리를 앞두고 있었다. 또 숨지기 이틀전(3월 26일) 저녁까지 공장장 등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수인계 내용을 확인하는 등 업무를 계속 챙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조합장은 이 과정에서 경영부실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일뿐만 아니라 인삼 수매에서부터 판매에까지 곳곳에서 크고 작은 비리 의혹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김 조합장이 각종 보고내용과 일정을 꼼꼼하게 정리한 업무일지에 이같은 문제점이 분명히 기록돼 있다.
취임 첫날인 2월 1일자의 경우 “원료삼의 재고량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고 가격은 시장시세에 비해 25~30% 높이 내정되어 있어 판매를 해도 결손이 나는 현상”이라고 적혀 있어 '제조원가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원가 100%의 인건비', '제조원가 부풀리기'라는 표현을 직접 거론하고 있고 '대출서류가 분실됐다'거나 '불용처리해야할 제품이 10억원대를 웃돈다'는 등 곳곳에서 부실과 비리내용이 확인되고 있다.
김 조합장은 별도의 유서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이 업무일지는 그가 남긴 유일한 기록인 셈이다.
특히 인수인계를 맡고 있는 조합내 일부 고위 간부와 실무자들은 김 조합장이 이러한 문제점을 모두 밝히고 새롭게 출발하려고 했으나 '그냥 덮고 가자'는 압력에 끊임없이 시달렸다며 '외압의혹'을 제기했다.
한 직원은 “아직 조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전산상에 기록된 재고량이 270억원대에 이르는데 실재고량은 이보다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차이가 수십억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대다수 직원들은 김 조합장의 개혁정책을 지지했으나 상당수 임원진들은 강력히 반대했다”며 “심지어 조합장 취임을 전후해 일부 인사들에 의해 10억여원대에 이르는 예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한때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김 조합장의 유족과 일부 이사진은 “김 조합장이 개혁을 위해 당선시켜준 조합원들에 대한 부담과 부정부패를 숨기기 위한 일부 이사들과 조합원때문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압박감을 이기지 못했다”며 “고인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조합의 문제를 철저히 밝혀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감사원과 경찰 등에 제출키로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인삼조합인 개성인삼조합은 지난해부터 운영상의 문제점이 불거져 지난 2월초 박모(70) 전 조합장 등이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구속됐고 뒤이어 취임한 김 조합장은 지난 28일 오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야산에서 농약을 마신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오연근·안재권·이성호·starsky@kyoengi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