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입맛을 자랑하는지라 식성이 까다로운 편은 아닌데 알고 보면 또 은근히 까다로운 것이 쥔장의 입맛.
웬만한 음식점에 가서는 좋다 소리를 하지 않는, 아주 짠 점수를 준다고 소문이 나서 아무 음식점을 추천하지도 받지도 않는 성질이기도 하고
그저 김차 하나에 밥 한 공기를 먹더라도 집밥을 우선으로 치는 야박한 탐식가이긴 하다.
그러다 보니 그많은 안성 음식점에서도 만족을 하지 못하고 겨우 몇 군데를 지정 음식점처럼 정해놓고 손님이 오거나 외식이 필요할 때
이유경 식당이라 소문난 곳만 찾아다니긴 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청담 " 샤브샤브 칼국수 전문점이었다.
특히 가격 대비하여 넉넉한 양과 다양한 식재료로 입맛을 돋우는 한편 손수 발로 밟아 반죽을 하는 국수 반죽이
탄력적이고 쫄깃하여 국수를 좋아하지 않는 쥔장도 너끈히 완패를 시키고 더러더러 찾아들게 하였던.
그렇게 일본의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다카마쓰 식 반죽으로 쥔장의 입을 한동안 즐겁게 해주던 그 "청담"이 이사를 갔다.
그집의 개인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새로 건물이 들어서는 것으로 보아서는 건물주의 새로운 마인드가 적용되는 듯.
하지만 조만간 이사할 예정이라는 코멘트만 있었어도 헛걸음 치는 발길에 서운하기가 덜 했을 터인데
단골들에게 조차 끝내 이사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흘쩍 떠나버린 청담 주인의 심보도 만만치 않다.
평택대학교 앞으로 이전을 하였다고 하나 웬만큼 아쉽지 않고서는 그곳까지 찾아가기가 쉽지 않아 그를 대신 할 대체 식당을 찾기로 했다.
그러던 와중에 안성 시내 선거관리 사무실 건너편 혹은 안성초등학교 건너편 이층에 자리한 오복 식당 - 031 671 2655-을 알게 되어
확인사살 차 굳이 찾아가 보았다.
추천한 지인이 워낙 음식에 까탈스럽고 여간해서는 그녀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는지라 강추한 이의 입맛을 믿고 찾아들었던 것.
오호라, 생선정식을 시켜보았다.
가격은 12,000을 기준으로 하고 다른 구성과 고기 종류도 판매한다지만 내게는 그저 가정식 백반이 어찌 나오는지 궁금하였을 뿐이고
가정식 백반 치고는 가격이 좀 비싸다는 느낌을 가졌지만 음식이 나온 것으로 보아, 맛으로 봐서 그 또한 그럴만 하다 로 이해수준이 되었다.
아, 가장 기본적인 쌈밥 정식은 10,000원이라는.
생선이야 호볼호가 있으니 각자 취향이지만 고등어와 갈치 토막과 조기 한마리가 세명 기준 3인분으로 나왔다.
생선이야 그렇다 치고 반찬, 와우 그야말로 쥔장이 좋아하는 딱 그맛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그러나 간혹 효소들을 첨가하여 조미료 사용하지 아니한 감칠맛.
특히 비트 장조림은 압권이요 김장아찌 역시 맛이 괜찮다.
우렁쌈 된장 역시 입맛을 돋우고 19가지 반찬 중에 어느것 하나 버릴 것 없어 싹싹 먹어주었다.
제 철에 맞는 야채를 우선으로 하기도 하고 각양각색의 효소로 준비된 밑반찬들이 가득이니
어느 반찬이 우선 순위로 나오게 되는지는 그날 그날 쥔장의 마음이겠다.
물론 반찬이나 입맛의 기준은 선택적이긴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을 먹어도 되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색깔론까지 들먹여가며 다양한 반찬을 섭렵하는 것.
요즘 쥔장과 동행하는 지인들이 하는 행태지만 어떠냐....집에서 못해 먹는 반찬은 나가서라도 챙겨 먹어야 하는 것이거늘.
암튼 돌솥밥으로 나오는 밥 또한 먹음직스러우니 밥 한공기 전부 먹기 보다 반찬을 좋아하는 쥔장도 군말 없이
밥과 누룽지까지 몽땅 드셔주셨다는 것인데 입맛없는 사람들이나 반찬 걱정인 사람들은 찾아가 볼 만하다.
특히 직접 담그었다는 조개 젓갈도 굿...센스있게 요리법을 훔쳐와도 된다는.
어느 하루,
출장 간 신선을 대신해 빈 공간을 메워주며 식사를 함께 하고 살아온 인생 한 조각을 나누며
많지 않게 남겨진 살아갈 앞날에 대한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숨겨진 감성까지 자극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즐기던 그 시간,
세월의 흔적에 힘입은 나이 들었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이 솟아오르기도 했다.
첫댓글 ㅎㅎ 이미 알고 있는 집이네 교육청에서 회의하고 나서 가끔 가곤 하던곳~!
예전엔 쌈밥도 하고 했는데 생선정식은 안먹어 봤네 그려~! ^ ^
아마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는.
반찬의 맛이 중요한데 어땠는지,
함께 한 사람들과 개인적으로는 만족이었지만 입맛이 다들 다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