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선은 선이고, 악은 악이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미 흥행 1위 영화 ‘자유의 소리’ “주연배우가 우파 음모론자”라며
좌파 논객들 이념 십자포화 영화 내용은
아동 인신매매 . 잔혹한 인권 유린의 실태 고발, .
이건 좌우 넘어 인류의 문제.
언제까지 허술한 진영 논리로
인류 공동 문제를 회피하려는가.
영화 '자유의 소리' 포스터./Angel Studios 트위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바른 소리는 바른 소리이고, 맞는 얘기는 맞는 얘기다. 다른 정파 사람이 바른 소리를 한다고 틀리는 얘기가 되고, 같은 집단 사람이 틀리는 얘기를 하는데 바른 소리가 될 수는 없다. 이치가 그러함에도 반대편이 상식을 말하면 몰상식이라 여기고, 자기편이 거짓을 말하면 참이라 믿는 희한한 세상이다.
미국은 지금 문화 전쟁(culture war) 중이다. 영국, 캐나다 등 영어권 나라들도 참전한 상태다. 아동 인신매매 현실을 고발한 영화 ‘자유의 소리(Sound of Freedom)’가 흥행 가도를 달리는 까닭이다. 미화 1450만달러를 투입한 이 영화는 8월 1일까지 1억5000만달러의 총수입을 올렸다. 덕분에 20배의 예산을 쓴 ‘미션 임파서블’과 ‘인디애나 존스’가 찌그러졌다.
이 영화가 왜 논란거리가 되었나? 콜롬비아 아동 인신매매단의 손아귀에서 120여 명의 아이를 구출해 낸 팀 밸러드라는 실제 인물과 그 배역을 연기한 짐 커비즐이 “큐어논(QAnon) 우파 음모론자들”이라며 문화계 좌파 논객들이 주류 매체를 통해 일제히 이념적 십자포화를 가해댔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싶어 아내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 교외의 인구 54만 도시 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직접 보았다. 웬걸 이 영화는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그 메시지는 “신의 아이들은 사고팔 수 없다!(God’s children are not for sale!)”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객석을 꽉 채운 관객 300여 명이 숨죽이며 흐느끼며 은막에 펼쳐지는 충격적인 현실을 지켜보았고, 영화가 끝나고 특별 메시지가 나올 때는 일어나 손뼉을 쳤을 정도였다. 여러 온라인 매체에서 직접 그 영화를 본 관객의 99%가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대체 뭐가 극우이고, 뭐가 음모론이고, 뭐가 기독교 복음주의고, 뭐가 현실 왜곡이란 말인가?
인권과 성 평등을 외쳐온 자유파(liberals)와 좌파(leftists)가 먼저 이런 영화를 제작했어야 했다. 아동을 성 노예로 팔아먹는 악의 세력이 존재한다면 전 인류가 힘을 합쳐 하루빨리 분쇄해야 마땅하다. “영화는 그 자체로 문제가 없지만, 제작자들의 사상이 위험하다”는 여러 평론가의 지적은 인신공격(ad hominem)의 오류다. 트럼프가 이 영화를 상영했다고 문제 삼는 집단의 논리도 빈약하다. 오히려 바이든은 왜 이 중요한 영화를 외면하나 물어야 정상이다. 아동 인신매매는 좌우를 넘어서는 모든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의 댓글처럼 “아이들이 팔려 가는데, 어른들은 또 패싸움만 하고 있나?”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전 세계 아동 노동 인구는 1억6000만명을 넘어섰다. 팬데믹이 덮친 최근에 무려 840만명이나 급증했다. 2022년 현재 강제 노동, 강제 결혼, 인신매매 등으로 자유를 박탈당한 전 세계 노예 인구가 5000만명을 초과했다. 그중 2800만명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아동이 그 8분의 1을 차지한다. 10년 전쯤 유엔은 납치돼 팔려 가는 아이 수를 최소 매년 1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그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바로 오늘날보다 노예가 많은 시대는 없었다. 21세기 20년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흑암이다.
공화국은 특정 정파나 일부 세력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공동 문제를 슬기롭게 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현대판 노예제의 척결은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서 해결해야 할 인류 공동의 숙제다. 그 문제를 고작 우파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문화 전쟁의 용병들은 이제 그 거친 입을 다물라. 팀 밸러드처럼 밀림의 오지에 들어가 군벌 두목의 침실에서 어린 소녀를 구출할 수 없다면, 아동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대안이라도 모색해야 옳다. 어떤 신을 믿든, 어떤 정치 성향이든, 어떤 단체 활동을 하든 그가 악의 소굴에서 120여 명의 아이를 구출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대체 언제까지 허술한 진영 논리로 인류 공동의 중대 문제를 회피하려는가?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은 극구 외면하면서 악법을 제정해 북한 인권 운동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고, 선은 선이고, 악은 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