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비와의 만남 ※
※ 이 장(章)에서 만나는 중요 인물소개
※ 장비(張飛) : ( ? ~ 221)
유주(幽州) 탁현 출신으로 자(字)는 익덕(益德)이다.
본시 어느 성주(城主)의 부장(副張)
으로 지내다가 성이 황건적에게 함락된 뒤에 방랑 생활을 하게 된 무사로써 용맹은 하늘을 찌르나 성격이 매우 급하고 술을 좋아하지만 과격한 싸움에서는 물러남이 없는
팔 척 거구의 사납게 생긴 용모와 벼락같은 목소리를 지닌 기세(氣勢)가 항시 달리는 말처럼 드센 호장(虎將) 이다.
그는 호탕하나 성질이 급하고 악을 원수로 보듯 하며 마음이 곧고 생각없이 느끼는 대로 말해 버리는 성격이다.
탐관오리를 본능적으로 증오하며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제갈양에게 한번 감탄하게 되자 곧 말에서 내려 배복(拜伏)하여 승복할 만큼 사실을 중요시하고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지 않을 줄 아는 일면도 있는 사람이다.
유비가 형주에서 죽임을 당한 관우의 복수를 위해 오(吳)나라 동정(東征)
을 준비 하던중,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자신의 부하인 범강과 장달에게 암살을 당했으니, 이때 그의 나이는 55세로써 관우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용장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우리를 도와 줄 관군이 있는 곳이다.)
유비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추격해 오는 황건적에게 붙잡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말을 달렸다.
그러나 뒤쫒아 오는 자들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부용 아가씨도 황건적에게 추격당하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하여 유비의 허리를 더욱 바싹 끌어 당기며, "우리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은 황건적들이 아닙니까?"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유비는 그런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부용 아가씨가 무서워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을 달려만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본인도 눈치를 채고 물어 보니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황건적이 우리 뒤를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가면 관군이 있을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유비는 부용 아가씨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대답하였지만, 관군이 진을 치고 있는 강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유비가 아무리 말에 채찍질을 가해도 황건적들과의 거리는 자꾸만 좁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 ! 저것들이 자꾸만 가까워오니, 이를 어째요 ! "
부용 아가씨는 쏜살같이 달리는 말 위에서 유비의 허리를 다시 한 번 움켜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비명을 울린다.
"염려말고 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나만 단단히 붙잡으시오."
유비가 채찍을 가하던 생나무 채찍은 이미 껍질이 벗겨지고 끝이 줄어져 있었다.
이제 조그만 언덕을 넘게되면 들판이 펼쳐지고, 그 들판이 끝나는 곳에 유주의 관군이 진을 치고 있다는 그 강변이 아닌가? 유비가 부리나케 채찍을 휘두르며 달려가는 눈에 저 멀리 강줄기가 보이는 것이었다.
"아 ! 강이 보인다 !... 부용 아가씨 !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 "
유비는 앞으로 앞으로 달려가며 절망에 빠져 떨고 있는 부용 아가씨를 위로하는 말을 하였다.
그러나 그때에는 추격해 오는 황건적과의 거리는 이미 상당히 가까워진 상태였다.
"이놈아 ! 죽지 않으려거든 거기 섯거라 ! "
추격해 오는 황건적들의 고함 소리가 똑똑히 들릴 정도로 가까워졌는데, 정작 강가에 도착해 보니, 강변에 진을 치고 있다던 관군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까지도 강변에 진을 치고 있던 관군은 황건적이 대거 기습을 한다는 바람에 야간에 철수를 해 버렸던 것이다.
(이거 큰일이구나 !)
유비가 강변에 진을 치고 있는 관군을 찾아 보며 한탄하고 있을때, 황건적 무리들은 이미 유비를 둘러싸 버렸다.
타고 온 말도 강가 모래톱에 발이 빠져서 이제는 더이상 달릴 힘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황건적 한 놈이 창으로 말의 뒷다리를 세차게 찔러대는 통에 말이 그만 비명을 지르며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 바람에 말위에 타고있던 유비와 부용은 강변 모래밭에 곤두박질쳐졌다.
부용은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나 유비는 즉석에서 벌떡 뛰어 일어나면서 대항할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자신의 유일한 무기였던 검은 이미 마원의에게 빼앗겨 버리고 말아서, 무기라고는 가진 것이 없지 않은가?
할 수없이 유비는 발밑에 돌멩이를 양 손에 주워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황건적의 면상에 힘차게 내던졌다.
"아이쿠 ! "
유비를 향해 덤벼들던 도둑놈이 힘차게 내던진 돌맹이를 면상에 정통으로 맞더니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리자 유비는 얼른 주워 들고 나머지 도둑놈 무리를 노려보며,
"천하를 어지럽히는 이 도둑놈들아 ! 이 유현덕이가 이제는 네놈들을 살려 두지 않겠다 !"
하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마상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이주범이가, "이 시골 촌놈아 ! 뭐가 어쩌구 어째 ! 네놈이 내 칼 맛을 봐야 알겠냐 ?"
하고 큰소리를 지르더니, 말에서 뛰어내려 칼을 휘두르며 덤벼드는 것이었다.
유비는 스승인 노식 선생에게 무술을 배우기는 하였으나, 무예의 솜씨는 대단치는 않았다.
그러나 생쥐도 막다른 곳에 몰리면 살아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법이 아니런가? 유비는 덤벼드는 이주범과 막상막하의 솜씨로 겨루었다.
그러나 이 합,삼 합,사 합...공방이 치열해 짐에 따라 유비의 방어와 공세는 점점 약화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주범의 졸개들도 제각기 무기를 휘두르며 좌우 사방에서 공격할 기회를 옅보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중과부적(衆寡不適)이어서 혼자의 힘으로 여러 놈들을 상대하기는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한순간, 적도들과 대항하던 칼을 놓쳐 버리자 이주범이 벼락같이 달려들어 유비를 모래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이주범이 유비의 가슴을 향하여 마지막 칼을 겨누는 바로 그때,
"야아 ! ... 죽이지 마라 ! "
하고 멀리서부터 고함을 치며 말을 달려오는 사내가 있었다.
도둑놈들은 일제히 소리나는 방향으로 돌아다보았다.
"누구야 ?"
"마원의 대방님이신가 ?"
도둑놈들이 저희끼리 한두 마디 주고 받는 사이에 소리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다.
질풍과 같이 말을 타고 달려온 사람은 그들의 대방인 마원의가 아니고, 키가 팔척이 넘고, 고슴도치같은 수염이 턱에 시꺼멓게 나있는 사내였다.
"엇? 장비 아냐?"
도둑들은 말에서 뛰어 내리는 사내를 보고 저마다 한마디씩 물었다.
장비(張飛), 그는 며칠 전에 황건당에 입당한 말단 졸개였다.
"네가 여길 어떻게...?"
그러나 장비는 졸도들의 물음에는 대답치 아니하고, 유비를 깔고 앉아 있는 이주범을 바라보며, "두목! 그 사람은 죽이지 말고 나한테 넘겨 주시오!"
하고 명령조로 말했다.
"뭐? 너는 내가 누군지알고 함부로 그런 주둥이를 놀리는거야?"
이주범은 장비의 명령조의 말에 발끈 화를내며 말했다.
그러자 장비는 대뜸,
"뭐긴 뭐야 ? 내 명령이지 !"
"뭐, 어째? 이 죽일 놈이!"
이주범이가 장비를 올려다 보며 일어서려는 순간, 장비는 이주범이의 목덜미를 잡아, 그대로 끌어 올리더니 냅다 집어던지는 것이었다.
"아이쿠 ! "
장비의 손에 허공에 떳다가 땅바닥에 집어던져진 이주범이 죽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이 모양을 본 다른 졸개들은 제각기 장비에게 덤벼들었다.
"이놈, 장비야! 지금 네가 우리를 배반하는 거냐?"
"이 자식아! 여기가 어디라고 우릴 배반해!"
그러자 장비는 먼저 덤벼드는 놈의 멱살미를 그대로 잡아당겨서 빙 잡아 돌리더니, 고꾸라져 있던 이주범이 위에 그대로 던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으악 !"
"아이고 !"
연달아 던져진 놈이나 깔린 놈이나, 두 놈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나머지 두 놈은 제각기 창과 칼을 뽑아들고 장비에게 맞서며,
"이놈 봐라 ! 아주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
하고 장비를 세차게 을러대었지만,
그 두놈은 이미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떽 ! "
장비가 한 발을 털썩 구르며 두 놈을 향하여 소리치며 맞서자, 흠칫 놀란 두 놈이 뒷 걸음을 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장비는 땅에 떨어진 창(다음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