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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칼럼니스트 김승국
인공지능(AI)이 대본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며, 마케팅 문구까지 쏟아내는 시대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 예술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당혹감이 현장을 덮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제시한 2026년 트렌드 '홀스 파워(HORSE POWER)'를 들여다보면 위기 속에 숨겨진 명확한 기회의 지도가 보인다.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야생마(Horse) 위에 올라타 목적지를 향해 고삐를 당기는 숙련된 기수(Power)의 전략이 필요한 때다.
AI로 소재의 한계를 넓히고, 예술가의 ‘안목’으로 완성하라
김난도 교수가 핵심어로 제시한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는 2026년 창작의 제1원칙이다. 이제 AI를 경쟁자가 아닌 '지치지 않는 브레인스토밍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이색적인 소재의 조합을 순식간에 제안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음악극을 기획할 때 AI에게 "2020년대 청년들의 고립감과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 서사를 결합한 공연 소재 10가지를 제안해줘"라고 요청해 보자. AI가 쏟아낸 결과물 중 예술가의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하나를 골라내는 '안목', 그것이 2026년 기획자의 핵심 역량이다.
AI는 거친 야생마와 같다. 잘 길들이면 전례 없는 속도로 창의의 대륙을 달릴 수 있지만, 고삐를 놓치면 방향을 잃고 휩쓸린다.
제작 현장에서도 AX(AI Transformation)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무대 디자인 시안을 생성형 AI로 수 초 만에 확인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고, 복잡한 조명과 음향 큐를 AI 에이전트에게 맡김으로써 기술적 결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렇게 확보된 시간은 배우와의 정서적 교감, 무대 위 인간 숨결의 디테일을 살리는 등 예술의 본질적 밀도를 높이는 데 투입되어야 한다. 기술이 차가울수록 관객은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즉흥성과 실재감에 더 큰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제로 클릭’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감성 데이터’로 마케팅하라
2026년의 관객은 검색조차 귀찮아하는 ‘제로 클릭(Zero Click)’ 소비자다. 이들은 내 취향을 미리 알고 제안하는 AI의 큐레이션을 따라 움직인다. 또한, 공연의 스펙(출연진, 가격 등)보다 자신의 기분과 만족을 중시하는 ‘필코노미(Feel-conomy)’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따라서 홍보 방식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공연 보러 오세요"라는 공지형 홍보 대신, 관객이 이 공연을 보고 난 뒤 느끼게 될 정서적 고양감을 시각화해야 한다. 가령, AI 영상 생성 도구를 활용해 '공연을 보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여운'을 감각적인 쇼츠(Shorts) 영상으로 제작하여 타겟 관객의 알고리즘에 노출시키는 식이다.
또한, 온라인이나 특정 커뮤니티로 연결된 '1.5 가구' 관객을 위해 공연 전후에 AI 챗봇이 작품 속 캐릭터의 목소리로 대화를 건네는 등, 공연장을 나선 뒤에도 지속되는 '감성적 연결고리'를 설계해야 한다. 관객의 취향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들이 가장 외로울 때 혹은 가장 위로가 필요할 때 우리 공연의 메시지가 닿도록 만드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기술을 부리는 기수가 예술의 지평을 넓힌다
AI는 거친 야생마와 같다. 잘 길들이면 전례 없는 속도로 창의의 대륙을 달릴 수 있지만, 고삐를 놓치면 방향을 잃고 휩쓸린다. 2026년 공연예술인의 역할은 '모든 과정을 혼자 수행하는 노동자'에서 '기술을 지휘해 예술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수'로 진화해야 한다.
편의와 효율은 AI에게 맡기고, 예술가는 오직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위로와 통찰'이라는 본질(Origin)에 집중하자. 그것이 기술이 범람하는 시대에 공연예술이 살아남는, 아니 오히려 기술을 날개 삼아 더 높이 비상하게 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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