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천곡동에 볼 일을 보러 가곤 한다.
오늘은 시내 버스를 타고 갔다 왔다.
버스비를 모르고 살았었다.
차를 팔고 시내 버스를 타곤했는데, 매번 버스비를 잊어버린다.
오늘은 1750원을 내고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가, 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고, 조금 먼 거리는 버스를 타고 다닌다.
얻은 것이 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과 건물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하늘을 쳐다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놓치고 살았던 많은 섬세한 것들이, 시내버스를 타고 나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건 값을 모르고 살다가, 장을 보기도 하고 가끔 옷을 사기도 한다.
옷은 주로 쿠팡에서 산다.
가격에 대해 아무런 감각이 없다가 요즘은 무엇이 싸고 비싼지 파악이 된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는, 물건을 사는 것은 전부 아내의 몫이었다.
옷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사주다가 결혼하고서는 아내가 사주었다.
스스로 단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옷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긴다.
사주는대로 아무 것이나 입다가, 요즘은 나름대로 취향이 생겼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도시를 관찰하거나, 물건값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사람들이 사는 것의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이토록 변한 이유는, 아내가 죽은 탓도 있지만, 사실은 가난해진 것이 더 크다.
돈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고 욕심도 없고 의미에 대해서 아무 의심도 없이 그렇게 살 때는, 나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에 불과했다.
이제 겨우 세상을 알아간다.
가난하고 불편한 생활이 진정한 삶의 의미와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가난하다는 것은 불편한 것이 아니라, 풍부한 관심과 감수성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이제는 돈을 아끼면서 사는 것도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