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종이 울릴 때
원제 : Thunder on the Hill
1951년 미국영화
감독 : 더글러스 서크
출연 : 클로데트 콜베르, 앤 블라이스, 로버트 더글러스
글래디스 쿠퍼, 앤 크로포드, 필립 프렌드
마이클 페이트
"사형수가 도망치다 수녀원에 몰래 잠입합니다. 그 수녀원에는 젊고 미모의 수녀 앤 블라이스가 있었죠. 사형수는 누명을 쓴 것이라고 무죄를 주장했고, 앤 블라이스는 그 사형수를 숨겨주다가 둘은 눈이 맞고 사랑에 빠집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이든 원장 수녀 클로데트 콜베르는 앤 블라이스를 질책하고 앤 블라이스는 신앙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결국 경찰이 들이닥치고 사형수는 최후를 맞고 앤 블라이스는 참회를 하고 수녀원에 복귀합니다"
앤 블라이스와 클로데트 콜베르 두 배우가 캐스팅 된 1951년 고전, 개봉제목은 '지상에 종이 울릴 때' TV 방영제는 '수녀원의 사형수' 두 배우의 특징을 감안해서 제가 가상으로 만든 스토리 입니다. 앤 블라이스가 나온다는 건 분명 로맨스가 있을 것이고, 클로데트 콜베르가 수녀원 영화에 캐스팅된 건 나이든 원장수녀일 것이다......
음 저의 이 창작소설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10% 도 유사하지 않았죠.
'지상에 종이 울릴 때'는 1951년 멜러드라마의 거장 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지각개봉인 1960년에나 극장에서 상영되었고, 아마도 앤 블라이스의 인기에 기인했을 것 같습니다. TV에서는 1974년에 '수녀원의 사형수'라는 제목으로 딱 한 번 방영된 것으로 압니다. 개봉당시 그리 인기를 끌지는 못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잊혀진 국내 개봉 영화지요.
앤 블라이스와 클로데트 콜베르 라는 배우만으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50년대 고전입니다. 우리나라에서야 앤 블라이스의 인기가 훨씬 높았죠. 50년대가 전성기였던 그녀의 영화들은 '황태자의 첫 사랑'이 가장 유명하고 그 외에도 '세계를 그대 품안에' '형제는 용감하였다' 등 상업 영화에서 앳된 미모의 여성으로 출연해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본국에서는 클로데트 콜베르의 위상이 훨씬 높지요. 이 여배우는 1. 미국인 출신이 아니고 2. 두드러진 미모가 아니라는 두 가지 약점을 극복하고 30-40년대 할리우드 톱 여배우로 제법 흥행성까지 갖춘 명배우였습니다. 1934년 '어느날 밤에 생긴 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여 일약 스타가 되었는데 이때 이미 31세였습니다. 그 당시 시대는 지금과 달리 30세가 넘으면 여배우로서 내리막길이 시작되는데 그런 걸 극복하고 쟁쟁한 여배우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50년대에도 주연배우로 활동했으니 대단한 여배우였죠. 그리고 상대역도 당대의 인기 스타였던 게리 쿠퍼, 클라크 게이블, 헨리 폰다 같은 남자들이었습니다.
클로데트 콜베르는 수녀원의 수녀 역할이고 사형수 역할은 남자가 아니라 앤 블라이스입니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병원의 총괄을 맡고 있는 메리 수녀(클로데트 콜베르)는 평소 꼼꼼한 성격으로 바쁜 병원을 잘 꾸려 나가지만 그런 철두철미한 운영 때문에 일부 사람들의 반감을 사기도 합니다. 특히 그녀가 고용한 조금 멍청해 보이는 덩치 큰 청년 윌리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 수녀원에 뜻하지 않은 손님 일행이 머물게 되는데 바로 사형수인 발레리(앤 블라이스)와 호송형사입니다. 원래 발레리 일행은 바로 떠나서 사형이 집행될 상황이었는데 대홍수가 나서 길이 묶이게 되어 임시로 이 수녀원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발레리는 처음에 신경질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데 메리 수녀는 그런 발레리가 무죄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발레리는 오빠를 독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담당 의사인 제프리스 박사(로버트 더글러스)가 복용해 준 약을 과다 복용시켜 치사량을 만들었다는 혐의입니다. 하지만 메리 수녀는 그녀가 오빠가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를 긴급히 불러 살린 사례도 있었고 무죄의 증거가 될만한 어떤 여인이 오빠에게 보낸 편지도 있었기 때문에 무고임을 확신합니다. 그렇게 발레리를 도우려는 메리 수녀는 발레리가 사랑한 남자 시드니를 윌리와 함께 조각배를 타고 가서 데려오기에 이릅니다. 메리 수녀의 발레리에 대한 도움을 탐탁치 않게 여긴 원장 수녀는 심하게 질책을 합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진범이 밝혀지는데....
무죄를 주장하는 미모의 젊은 사형수, 그녀의 무죄를 믿는 병원을 총괄 책임지는 꼼꼼한 메리 수녀, 그런 행위를 탐탁찮게 보는 원장수녀, 그리고 메리 수녀를 시기하는 사람들, 사형수가 죽였다는 오빠에게 약을 복욕해준 수녀원 병원의 의사, 그리고 그곳에 찾아온 의사의 부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휴먼드라마처럼 분위기가 흐르지만 깊이 있게 보면 범인 찾기 추리물이자 스릴러 같은 내용이 등장합니다. 대놓고 미스테리 스릴러로 만들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듯 합니다.
종교와 로맨스 부분을 더 강조하다보니 훨씬 재미있게 만들만한 이야기를 그냥 허점이 보이는 소품으로 만든 느낌입니다. 희곡을 각색한 작품인 만큼 수녀원 운영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주로 벌어지는 내용이고, 사형수가 석연치 않게 사형선고를 받은 점과 무고함을 밝혀내는 과정이 그다지 치밀하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저는 원장수녀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메리 수녀는 끝에 가서 하느님 감사 타령을 하면서 원장수녀와 화해하는 듯한 행동을 해서 불만입니다. 원장수녀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편지를 없애버리는 천인공로할 만행을 저질렀고, 메리 수녀를 방해하고 질책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무고한 여자가 사형을 당할 뻔 했습니다. '포세이돈 어드벤처'에 나온 대사가 딱 생각나네요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테니 방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원장수녀때문에 메리 수녀가 수모를 겪고, 그것보다 무고한 여인이 사형당할 뻔 했는데 원장수녀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사직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결말이 너무 어이없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원장수녀의 천인공로한 훼방을 응징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10점 마이너스 입니다.
더글러스 서크 감독은 역시 로맨스 멜러 전문이지 이렇게 미스터리가 가미된 사형수 누명벗기기 영화는 좀 취약하게 만든 느낌입니다. 필름 느와르 전문 감독이 만들었다면 더 짜임새있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클로데트 콜베르가 사실상 원톱 주연인고 앤 블라이스는 조연 비중인데 당시 23세의 한창 빛나는 시절이었습니다. 배우의 레벨이나 당시 범죄 스릴러 영화가 수작들이 많이 나오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기대만큼 뽑혀져 나오지는 못한 작품입니다. 스릴러 대신 휴먼드라마로 과하게 방향을 설정한 게 아쉬웠습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지상에 종이 울릴 때 '라는 제목은 원제에 비교적 가깝습니다. 원제인 'Thunder on the Hill'의 의미는 언덕에서의 광음 소리 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 제목만 얼핏 보면 종교적인 제목 같지만 사실은 영화속에서는 범인에게 위기에 몰린 긴급한 상황의 내용입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슬쩍 제목에 묘사한 셈이죠.
ps2 : 앤 블라이스 출연작 중에서 어떤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밀드레드 피어스' 가 연상됩니다. '밀드레드 피어스'가 훨씬 수작이지요.
ps3 : "범인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이런 영화들의 특징이지요.
[출처] 지상에 종이 울릴 때 (Thunder on the Hill, 51년) 수녀원의 사형수|작성자 이규웅
첫댓글 '반도극징'이란 이름을 보니 반갑고 묘하다.
62년인가 '피카디리극장'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외국영화를 상영했고
'람보 2' 상영때는 골목길에 늘어선 인파가 2~300미터는 더 되었을 텐데---
그건 그렇고 피카디리극장의 첫이름은 서울키네마극장
이어 반도극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다시 피카디리극장으로 이름을 바꿈---
다시 피카소극장으로, 다시 피카디리극장2로 바뀌었나---
이후 복합극장으로 명맥을 유지했는데, 지금은 어찌됐을까?
극장 이전의 건물은 명월관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