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의 여걸 하니
원제 : Hannie Caulder
1971년 미국영화
감독 : 버트 케네디
출연 : 라켈 웰치, 로버트 컬프, 어네스트 보그나인
잭 엘램, 스트로더 마틴, 크리스토퍼 리
스티븐 보이드, 루이스 바부
'서부의 여걸 하니'는 가볍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오락 서부극입니다. 1971년에 버트 케네디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버트 케네디는 '돌아온 황야의 7인'을 비롯하여 존 웨인과 커트 더글러스 주연의 '무장마차'를 연출한 인물로 서부극에 익숙한 감독이지요. 60-70년대 육체파 배우로 이름을 얻은 라켈 웰치를 원톱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입니다.
라켈 웰치는 좀 늦게 뜬 배우입니다. 1940년 생으로 조금 늦은 나이인 1964년 데뷔했지만 초기에는 주로 단역, 조연 신세였습니다. 1966년 26세에 출연한 '공룡백만년'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이 배우에 대해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공룡백만년'에서 헐벗은 모습으로 출연하여 대사는 없고 몸매는 실컷 과시할 수 있었던 덕에 20대 후반에 육체파 배우로 거듭날 수 있었고 비로소 주연배우로 활동하게 됩니다.
'서부의 여걸 하니'는 그녀에게 첫 서부극은 아닙니다. 이미 '반도레로(68)' '100정의 라이플(69)' 등의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들에서는 남자 배우와 공연하는 들러리 같은 존재였지만 당당히 원톱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가 '서부의 여걸 하니'입니다.
악당들
모든 것을 다 잃은 여인
복수하는 서부극의 일종입니다. '애꾸눈 잭' '네바다 스미스' '석양의 결투' 등 복수하는 서부극 이야기는 익숙한 장르입니다. 하니(라켈 웰치)'는 목장에서 남편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었는데 악당 3인조가 들이닥쳐 남자를 죽이고 말을 훔치고 하니를 처참하게 성폭행합니다. 이를 악물고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어선 하니, 어느 떠돌이 바운티 킬러인 토마스(로버트 컬프)를 만나서 도움을 받게 되고 총 쏘는 법을 배웁니다. 토마스는 하니를 멕시코에 있는 총기제작자 친구 베일리(크리스토퍼 리)의 집으로 데려가서 사격훈련을 시킵니다. 아직 실력이 완전히 여물었다고 할 수는 없는 하니, 하지만 이들은 다시 마을로 돌아오고 그 마을에 다시 그 악당 3인조가 등장하는데....
다소 처참한 내용의 서부극을 비정하게 다루었다기 보다는 약간 경쾌한 분위기로 다룬 영화입니다.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악당 3인방의 우두머리 같은 존재로 등장하는데 이 3인방의 모습을 약한 희화화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다소 바보스럽고. 하니와 토마스의 여정도 마치 서서히 발전해가는 연인처럼 유유자적하게 다루고 있고요. 물론 내용 자체는 가족이 파괴되고 짙밟히는 처참한 내용과 비정한 복수를 다루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무겁지 않게 연출한 듯 싶습니다.
드라큐라 전문 배우 크리스토퍼 리(오른쪽)의 유일한 서부극 출연
나름 유명한 두 배우가 뜻밖의 역할로 나옵니다. 드라큐라 전문 영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는 드라큐라로 바쁜 와중에도 미국 서부극에 생뚱맞게 출연하는데 그가 서부극에 등장하는 건 이 영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워낙 다작 배우로 이 영화 저 영화 가리지 않고 막 출연하는 인물이라 이 영화에까지 '굳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벤허' '로마제국의 멸망' 등으로 알려진 호남배우 스티븐 보이드가 별 비중도 없고 대사도 거의 없이 불쑥 등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크레딧에도 없이. 물론 하니를 결정적으로 돕는 역할이긴 하지만 너무 비중이 적고 끝에 대사라도 한마디 덧붙일 줄 알았는데 그냥 간지만 좀 잡는 듯 하다가 끝납니다. 나름 주연배우이기도 한 이 두 배우가 이렇게 등장하는 게 특징입니다.
이제 육체파 배우로 알려지게 된 지 몇 년 지났지만 A급 배우라고는 할 수 없는 라켈 웰치를 위한 영화에 어네스트 보그나인, 크리스토퍼 리, 스티븐 보이드 등 나름 뜰만큼 뜬 베테랑 유명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며 지원해준 영화인 셈입니다. 오히려 남자 주인공이랄 수 있는 로버트 컬프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요. 그냥 스티븐 보이드가 그 캐릭터를 맏아서 비중을 좀 높이고 결말을 바꾸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국내에는 개봉되지 않은 영화이고 방영 기록도 없습니다. 라켈 웰치의 영화 자체가 그리 많이 개봉되지는 않았지요. 그래도 그녀는 꾸준히 오래 배우로 활동했고 전성기기 지나간 80년대부터는 TV 영화, 시리즈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고 90년대, 2000년대에도 간간이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출연한 '금발이 너무해'에서 머드팩관리를 즐기던 중년 여성으로 단역 출연한 모습이 마지막 개봉작이었을 겁니다. 그녀는 2023년 2월 15일 세상을 떠나 올해 타계한 유명 배우가 되었습니다. 총 4번의 결혼과 이혼, 두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 10여년 정도 전성기를 누리며 육체파 배우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었고 특히 '쇼생크탈출'에서 리타 헤이워스, 마릴린 먼로와 함께 주인공의 감방을 장식한 포스터 속의 핀업 걸 중 하나였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서부의 여걸 하니'는 그런 그녀의 많지 않은 원톱 주연의 영화입니다. 30대로 접어드는 라켈 웰치는 매력적인 분위기를 마음껏 발산했던 작품이지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해변에서의 낭만적 모습이 잠깐 등장하기는 하지만 하니와 토마스와 진부한 로맨스를 넣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1시간 25분 정도로 간결하지요. 대사도 별로 많지 않고. 하긴 라켈 웰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에 많은 대사가 필요할 이유가 없죠.
ps2 : 라켈 웰치라는 이름은 첫 번째 결혼한 남자의 성이 웰치 였는데 이혼 이후 배우활동을 하면서도 웰치 라는 성을 계속 사용한 것입니다.
ps3 : 평범한 킬링 타임용 오락물인데 놀랍게도 쿠엔틴 타란티노가 '킬 빌'을 만드는데 영향을 주엇다고 합니다.
ps4 : 이 영화에 스티븐 보이드가 독특한 단역으로 등장하지만 5년전인 1966년 '마이크로 결사대' 라는 영화에서는 스티븐 보이드가 주인공, 아직 유명해지기 전의 라켈 웰치가 조연으로 출연했습니다. 그 영화는 국내 개봉작이었습니다.
[출처] 서부의 여걸 하니 (Hannie Caulder, 71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