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너 따윈 필요 없어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화장품이 등장하면서 변치 않을 줄 알았던 ‘토너-에센스- 크림’의 3단계가 무너졌다. 이러한 추세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의외로 토너. 에센스는 화장품 효과의 집약체라 포기할 수 없고, 크림은 수분 효과를 얻기 위한 필수 제품이라 포기할 수 없다는 것. 반면 토너는 물 같은 제형의 부스팅 에센스와 칙칙 뿌리면 끝나는 미스트의 인기로, 대체 가능한 아이템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토너가 단지 세안 직후 바르는 첫 번째 제품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걸까? 묽은 텍스처로 재빨리 흡수되어 피부에 수분감을 주는 기능으로서의 토너만 원한다면, 거두절미하고 그냥 질 좋은 수분 크림만 하나 바르라고 권하겠다. 하지만 토너를 바르는 진짜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다.
스킨케어에 있어서 토너의 역할“토너는 클렌징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피부에 남은 잔여 노폐물을 닦아내지요. 각질 정리의 역할도 하고요.” 더진 청담클리닉의 남아영 원장은 지성 피부라면 특히 닦아내는 타입의 토너 사용을 권장한다. 흡수시키는 타입의 부스팅 에센스나 미스트로는 대체할 수 없는 토너의 기능이다. “피부를 진정시키고 보습 효과를 배가해 다음 단계의 제품이 잘 흡수되도록 하지요.” 토너의 효과에 관한 차앤박피부과 양재점 김재경 원장의 정의는 좀 더 포괄적이다. 부스팅 에센스의 기능과도 흡사하다. “하지만 피부의 pH 지수를 맞춘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아이템들과 차별화됩니다. 세안 후 피부의 불균형한 pH 수치를 정상화해 안정적인 피부 상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토너의 중요한 역할이지요.” 김재경 원장은 토너는 과도한 클렌징과 각질 제거, 혹은 피부에 흡착된 피지와 노폐물로 알칼리성과 산성을 오가는 불안정한 피부를, pH 4.4~5.5의 이상적인 상태로 머무르게 하는 최적의 아이템이라고도 덧붙였다.
피부가 pH 4.4~5.5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pH는 본래 수소 이온 농도를 가리키는 말로, 산성과 알칼리성의 정도를 표시하는 단위다. 피부의 pH 지수는 피지선에서 분비되는 피지와 땀샘에서 분비되는 아미노산이 섞여 생성되는데, 약산성 상태인 pH 4.4~5.5를 유지해야 외부 박테리아가 피부로 침투하는 것을 막고, 오래된 각질층을 탈락시키는 건강한 피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pH 수치가 낮으면 산성으로 지성 피부에 가깝고, pH 수치가 높으면 알칼리성으로 건성에 가까운 피부가 된다. 따라서 트러블 없는 이상적인 피부가 되기 위해 pH 지수를 맞추고 스킨케어의 단계들을 시작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피부의 pH가 높아 알칼리화될수록,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에 노출이 늘게 되고, 감염성 질환이나 물리적, 화학적 자극제가 피부에 침투하기 쉬워지므로 활성산소도 증가하게 된다. 활성산소는 다름 아닌 피부 노화의 주범이므로, 피부의 알칼리화는 곧 노화의 지름길이다. 따라서 피부의 pH 수치를 정상화하는 건 스킨케어의 궁극적 목적인 안티에이징을 향한 첫걸음인 것이다.
pH 정상화는 토너로만 가능할까?클렌징과 각질 제거 단계에서도 피부를 약산성으로 조절할 수 있다. pH 8~10을 띠고 있는 마트용 비누로 아침저녁으로 세안하거나, AHA나 BHA 성분이 포함된 각질 제거제를 주 2회 이상 사용하는 건 피부를 알칼리성으로 치닫게 만든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습관도 피부 위의 산성막을 파괴해 피부 자체 보호 능력을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약알칼리성 클렌저로 세안하고, 각질 제거에 신중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챙겨 바르면 토너를 스킵해도 된다는 소리? 그 어떤 외부 자극에도 굴하지 않는 건강한 피부라면, 토너 기능을 하는 수분 공급형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트러블이 잘 생기는 민감한 피부라면, pH 조절에 특화된 토너로 피부 컨디션을 집중 관리할 것. 클렌징과 스킨케어를 잇는 교각이자 피부 컨디션을 좌우하는 열쇠가 되는 토너의 기능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약산성 피부 상태인 pH 4.4~5.5를 유지하는 토너시중에 출시된 피부 pH 지수 정상화 토너들은 모공 속 노폐물과 피지를 말끔하게 제거하는 기능과 민감한 피부를 케어하는 저자극성 수렴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피부 상태를 염두에 두고, 어떠한 기능에 포커싱한 제품을 선택할지 판단해보길.
민감한 피부의 pH 밸런스를 조절1 바이오더마 센시비오 토너 피부에 즉각적인 진정과 보습 효과를 주고, 국제 특허로 인정받은 5가지 활성 성분이 피부 알레르기를 최소화하고 자생력을 강화한다. 250ml 2만7000원.
PLUS TIP 알라토인과 오이 추출물이 피부의 붉은 기를 감소하고, 글리세린과 자일리톨 성분이 8시간 이상의 보습 효과를 지속한다.
자극 없는 각질 제거 효과2 듀크레이 케라크닐 로씨옹 퓨리피앙뜨 피부 청정 효과와 모공 케어 기능을 지닌 지성과 트러블성 피부용 토너로 화장솜에 덜어 눈가 주변을 피해 닦아내듯 바르면 효과적이다. 200ml 2만7000원.
PLUS TIP 폴리하이드로액시드 성분이 자극 없이 각질을 용해해 피부 표면을 부드럽게 가꾸고, 다음 단계에 바를 제품의 흡수를 돕는다.
피부의 약산성화를 돕는 실리카 성분3 뉴스킨 pH 밸런스 매티파잉 토너 다음 단계에 바를 제품이 이상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피부의 pH 수치를 최적화하는 토너로, 피지 생성의 주범인 알코올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150ml 2만3000원대.
PLUS TIP 미네랄 파우더 성분이 들어 있어 피지 제거 효과와 수분 공급 효과를 동시에 얻는 제품으로,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으로 피부 노화를 막는다.
저자극 보습의 원천4 유세린 더머토 클린 클래리파잉 토너 pH 5의 약산성 저자극 토너로 시트릭 애시드와 내추럴 보습 성분을 함유해 피부 컨디션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킨다. 200ml 2만6000원.
PLUS TIP 천연 계면활성 성분으로 피부 위 노폐물을 정리해 자극을 최소화하고, 글루코 글리세롤 성분으로 피부 속 수분 함량을 높인다.
지성 피부에 최적화된 pH 밸런스5 오리진스 제로오일 포어 퓨리파잉 토너 세안 후 중성 상태인 피부를 약산성으로 되돌려 자극을 방어하는 피부 자생력을 회복시킨다. 150ml 3만2000원대.
PLUS TIP 톱 야자수 추출물과 살리실릭산 성분으로 번들거림과 과도한 유분을 잡아 매끄럽고 산뜻한 피부를 만든다.
자몽 성분의 탁월한 항균 효과6 시슬리 로씨옹 오 빵쁠르무스 복합성과 지성 피부에 작합한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피부톤을 정리하고, 모공을 수축해 깔끔한 피부로 컨디셔닝한다. 250ml 9만5000원.
PLUS TIP 자몽 성분이 손상된 pH를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피지로 번들거리지 않으면서 촉촉한 피부로 되돌린다.
피부의 천연 보호막 강화7 샤넬 수블리마지 나노 로션 피부 보호막을 생성해 자극에 손상되지 않는 피부로 가꾼다. 125ml 15만원.
PLUS TIP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지 않아 자극을 최소화하고, 과도한 피지 생성을 막는다.
산화된 피부의 pH 지수를 정상화8 블리스 데일리 디톡시파잉 페이셜 토너 수분 공급은 물론 피부 독소까지 제거하고 피부의 pH 밸런스를 맞추는 동시에 피부를 부스팅한다. 200ml 3만6000원.
PLUS TIP 로즈 워터의 항염 성분으로 모공을 케어하고, 알코올프리 효과로 자극 없이 수분을 공급한다.
일상 생활 속 pH 지수 무너뜨리는 습관1 뽀드득 세안 클렌징 후 뽀드득할 정도의 느낌을 즐긴다면 이미 피부의 천연보호막은 제거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피부의 pH 지수를 생각한다면, 촉촉한 세안을 목표로 하자. 심한 지성 피부가 아니라면 아침 세안은 물 세안만으로 충분하다.
2 여드름 전용 제품의 장기 사용 여드름 전용 화장품에 들어 있는 항균 성분은 피부 위 피지를 제거하고 모공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의 천연막을 깨뜨려 미세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약한 피부가 될 수 있다.
3 피지를 짜내는 습관 피지는 피부의 pH의 균형을 맞추고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매번 피지를 완벽히 제거한다면? 극도로 건조하고 민감한 피부로 발전해 각종 피부 트러블을 달고 살게 될 것이다.
4 고혈당 음식 즐기기 혈당이 높은 음식은 인체의 인슐린 분비를 높여 유분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안드로겐을 자극한다. 따라서 피부의 pH 지수도 산성 쪽으로 기울어 여드름이 발생할 확률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