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한반도통일미래센터는 위도 삼팔선상에 자리하고 있는데, 실제로 삼팔선이 지나는 자리에 독일에서 기증받은 ‘베를린장벽’이 서 있다. 독일은 2020년을 기해 통일된 지 30년이 넘었고,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 상태다. 1945년 해방과 동시에 처음 남북으로 나뉘었던 그 경계선에 서서, 통일 이후 7년이 지난 미래를 상상해 본다.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 〈화해와 공존의 통일미래 상상하기〉(경기 파주ㆍ연천) p.66~67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와 제진역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제진역에 마련된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라는 이름의 기관차와 객차는 금강산 관광과 남북 교류를 위해 달릴 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 언젠가는 기차를 타고 금강산과 원산을 수학여행으로 가고, 평라선으로 갈아타 두만강과 나진을 거쳐, 국경을 넘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여행할 수 있기를 꿈꿔 본다.”
- 〈동해북부선을 따라 금강산 가는 길〉(강원 강릉ㆍ속초ㆍ고성) p.108~109
“강화도는 흔히 ‘지붕 없는 역사관’이라고 불린다. … 이에 빗대면, 목포는 ‘지붕 없는 20세기 역사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목포는 강화도에서 확인한 19세기 말 외세와의 대결 뒤에 우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로부터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바라며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기에 좋은 도시다.”
- 〈자유, 민주, 통일을 향한 열망이 공존하는 도시〉(전남 목포) p.238
“남북 대립만 생각한다면 부산은 후방 중의 후방이지만, 일본과의 관계사를 통틀어 살펴보면 최전선 중의 최전선이기도 했다. 예컨대 조선 시대에는 조선통신사 등을 통해 일본과 교류하던 창구였지만, 구한말에는 일본이 가장 먼저 발을 디딘 곳 중 하나였다. 이렇듯 이 도시는 역설의 땅이다. 지금도 부산은 일본이란 존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자, 한반도의 근현대사와 관련해서는 핵심 중의 핵심 도시다.”
- 〈한반도의 또 다른 최전선〉(부산) p.267
“일견 보수적인 이미지와 달리 대구는 역사적 깊이가 유독 깊은, 매우 혁신적인 도시 중 하나였다. 일제강점기 직전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공동체와 나’의 관계를 다시금 써 내려간 도시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고장으로서 국내 유일의 독립유공자 전용 묘역도 대구에 있다. 2017년에 일곱 번째 국립묘지로 승격된 국립신암선열공원이 그곳이다.
대구가 낳은 문화예술 분야 인물이 가수 김광석만은 아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하고 외쳤던 이상화 시인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라고 노래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이육사, 그리고 소설가 현진건도 대구가 낳은 인물이다. 더욱이 광복 뒤에는 1946년 대구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미군정의 식량 정책 실패와 친일 세력에 맞서 일어선 10월항쟁과 이승만 정권을 끝내버리는 계기가 된 2 ·28민주운동 등, 한국 민주화운동의 초석을 놓았다.”
- 〈보수적인 듯하지만 참여와 혁신을 꿈꾼 도시〉(대구) p.318
“제주도가 상징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는 ‘평화’다. 1990년에 성사된 한·소 수교 이듬해에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이 처음으로 만나 냉전 해체의 중요한 기초를 마련했던 곳, 1996년 김영삼 대통령과 하시모토 일본 총리가 회담하며 한일 파트너십 관계를 강화했던 곳,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평화 정착을 위한 ‘4자회담’을 제안했던 곳, 그리고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열어 동북아평화협력체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던 곳. 이 모두가 제주도를 배경으로 벌어졌던 일들이다.
그러나 제주도가 평화를 논의하는 섬이 되는 길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오히려 극한의 좌절과 고통 그리고 제국주의 침략사가 곳곳에 뿌리박혀 있는 역설의 땅이 제주도였다. 알고 보면 여행자들의 방문지 가운데도 그와 같은 역사가 서린 곳이 적지 않다.“
- 〈‘평화의 섬’ 제주도의 이면〉(제주 남부) p.372
출판사 서평
“비무장지대(DMZ) 외에도 함께 가볼 곳이 많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평화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
아는 만큼 보인다. 반대로 보는 만큼 관심이 가고 알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평화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왜 평화를 공부해야 할까?’ 같은 관념적인 질문을 하기 전에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평화는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어디로 가야 할까?
이 질문에 으레 이어지는 답이 ‘DMZ!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너무 멀다’이다. 발상 전환, 《대한민국 평화기행》은 시야를 넓혀 ‘지금 발 딛고 선 곳에서부터’ 시작해 보자고 답한다. 접경지대는 남북 대결의 역사와 평화ㆍ통일의 희망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전쟁, 분단, 통일, 평화를 주제로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함께 나눌 이야깃거리가 많이 담겨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장소가 DMZ 일원뿐일까? 역사가 삶의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떠올리면 평화의 역사도 우리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발 딛고 선 곳에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면 바로 그곳에서 평화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우리 곁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평화의 흔적들을 찾아 전국 각지로 떠난다. 접경지대를 넘어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발로 누비며 평화기행의 지평을 대한민국 전체로 확장한다. 특정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결국 그곳에 가는 사람들과 이야기이다. 저자들의 발걸음과 이야기를 따라가며 각 장소가 품고 있는 개인적ㆍ역사적ㆍ사회적 의미를 되짚어보면 평화의 흔적이 우리 곁에 언제나 숨 쉬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 잊혔던, 우리가 잊으려고 했던 기억”
전국을 직접 답사하며 선정한 평화 현장 30곳의 이야기
이 책에는 DMZ 일원(인천ㆍ경기ㆍ강원)을 포함해 서울, 충청·호남, 부산·대구·영남, 제주 등 저자들이 직접 선정한 전국 각지의 평화 현장 30곳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붕 없는 역사관’ 인천 강화도, 전쟁과 냉전의 기억을 품은 북한강이 흐르는 강원 화천, 남북 분단의 흔적이 남겨진 서울 종로의 한양도성, 함께 싸웠던 시절의 기억을 돌아보는 충남 천안, 자유ㆍ민주ㆍ통일을 향한 열망이 담긴 전남 목포, 한반도의 또 다른 최전선 부산, 참여와 혁신의 도시 대구, ‘평화의 섬’ 제주도…. 저자들의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무심코 지나쳤던 평화의 흔적들을 떠올리게 된다.
저자들의 추천 장소 중에는 평화 기행 답사지로 잘 알려진 곳도 있고, 그동안 떠올리기 어려웠던 곳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의 읽는 독자라면 삶의 공간과 멀지 않은 곳에서 평화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평화의 현장을 찾고, 그 역사를 기억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일을 아는 행위가 아니라 아는 것을 넘어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로 나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방법과 청사진을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지향적 행위다. 평화ㆍ통일 체험 답사 장소를 찾는 사람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에 스민 평화의 흔적을 알고 싶은 사람,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사유해 나가야 할 평화의 모습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잊혔던, 우리가 잊으려고 했던 평화의 기억들이 자연스레 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평화기행 | 권기봉 - 교보문고 (kyobobook.co.kr)
Chorus Culture Korea 코러스 컬처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