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테레사에게 '마샤스튜어트처럼 살림을 하세요'라고 말하기
[엄마생활백서] 완벽한 엄마보다 행복한 엄마가 되세요
육아|나는 어떤 엄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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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완벽한 엄마가 될 수는 없을까. 반짝거리는 집에서 우아하게 찻잔을 들고 예의 바른 아이들과 2개 국어를 구사하면서 세계 평화와 환경에 이바지하는. 언제나 웃으며 여유롭게 아이와 남편을 맞이하고 감정 코치 기법으로 위기를 넘기고 손에 잡히는 행복을 들고 서 있는. 이런 상상을 가끔 하곤 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상상은 손 쓸 새도 없이 우당탕탕 무슨 일인가 저질러 버리는 두 사내 녀석 사이에 있다 보면 0.5초 사이에 ‘소리를 질러야 하나, 달려가서 막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는 상황으로 바뀌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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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완벽한 엄마’라는 개념이 엄마의 인생을 지배하면 어딘가 개인의 인생은 구멍이 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도 절반은 될 것이고, ‘엄마’가 적성에 딱 맞는 엄마일지라도 완벽한 엄마가 되기는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와 남편을 포함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니 ‘완벽한 엄마’는 마더 테레사와 신사임당과 마사 스튜어트와 황진이와 엘리자베스 여왕을 합쳐놓은 사람이라는 결론이 났다.
그러니까 이타적이고 희생적이며 지적이고 완벽한 살림꾼인 동시에 여성으로서도 유혹적이고 누가 봐도 여왕처럼 우아한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사람이면서 훌륭한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것. 하지만 누구도 마더 테레사인 동시에 마사 스튜어트가 될 수 없고, 황진이인 동시에 신사임당일 수 없다. 마더 테레사에게 “마사 스튜어트처럼 살림하세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신사임당에게 “왜 황진이가 되지 못했느냐”고 감히 비난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엄마의 역할에 대해 모두 입 모아 강조하는 때가 없는 것 같다. 엄마가 아이의 시험 족보도 알아 와야 하고, 유명하고 뜨는 학원에 내 아이의 이름을 올려놓아야 하고, 살림의 여왕이나 정리의 여왕들이 텔레비전을 점령하고 유기농이나 친환경 정보들이 각종 잡지를 지배하는 것을 봐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요즘 엄마처럼 많은 정보를 가지고 공부하고 행동해온 시대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은 언제나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이에게 좀더 친절하게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너무 많은 학원에 보내서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는 것은 아닐까’ ‘스포츠라도 하나 더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집에서 영어를 더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남편하고 주말에 농장에라도 가서 자연을 보여주지 못해 아이가 덜 건강한 것은 아닐까’ 등등. 밤마다 엄마의 머리를 지배하는 것은 오늘 내가 다 하지 못한 선행들이다.
절대 완벽한 인간도 아닌 데다 일에 치여 바쁜 엄마인 나로서는 하루 한 시간 정도는 마음속으로 반성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자녀 교육법>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난,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아”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 우리는 차마 ‘난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기 때문. 어떻게든 잘해내고 싶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야행성인 데다가 게으르고 뒹굴뒹굴하기를 좋아하는, 게다가 딱 부러지지 못하고 경제관념 별로 없고, 공부를 꽤 하긴 했지만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는 해본 적이 없으며, 비밀이지만 아이보다 더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나에게 완벽한 엄마가 된다는 것은 다섯 살짜리 아들에게 지금 당장 5개 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면서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라는 말과도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못한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에게 하던 가장 좋은 충고를 나에게 해야겠다는. “자, 아이가 완벽한 사람이 되길 기대하지 마세요. 완벽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이에게서 좋은 점을 발견해내세요. 좋은 점을 칭찬하고 계속해서 길러주세요.” 나 자신에게도 똑같이 이야기를 해보자.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지 말 것. 행복하고 편안한 엄마가 될 것. 엄마로서 좋은 점을 찾아낼 것.’ 찾아보니, 나의 수많은 결점 속에서도 작은 장점들을 발견했다. 나는 적어도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는 엄마라고.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엄마다. 그리고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라는 것. 아, 결국 말로 떼우는 것은 한국 제일이라고 또 다시 반성하게 되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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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디터 : 장세희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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