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국민의 99%가 사용하는, 중국의 카톡이라는 웨이신이 있다. 영어로 위쳇. 어떤 부분에서는 카톡보다 편리하기도 하다. 추석이라고 중국에 계시는 분들 중에 한동안 잊고 지내던 위쳇으로 추석인사를 받게 된다.
안부를 물으니 공통된 답이 "국내 사정상 위쳇으로는 대화를 못합니다"라는 것. 그러면서 중국의 국내상황이 외국에서 알고있는 것보다 매우 "안 좋다"고 하였다.
중국의 오늘을 이끈 장본인 덩 샤오핑은 "모든 인민이 삼시 세끼를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하였고 그의 열망대로 국민소득 15000불을 바라보는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검열과 통제가 강해진다면 과연 그 사회도 덩 샤오핑이 원하던 바 였을까? 시진핑이 취임하기 이전까지 중국에서 거주해본 한국인들은 착각아닌 착각을 한다. 사회주의는 민주니 자본주의니 하는 한국 사회보다 훨씬 좋다고! 그들은 지금의 중국에 대해 무어라 말할까!
만일 한국에서 인터넷 댓글이나 카카오톡이 일일이 검열을 당한다면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될까? 한국은 지나칠 만큼 언론이 열린 사회가 되었고, 아니 반대로 악마가 언론을 선도하는 비정상의 나라가 되어 있다. 비열한 정치인들의 선동과 자기 부정에 대해서는 일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거짓을 일상화하고 뒤집기가 일상이되버린, 참으로 이상한 사회가 오늘의 한국인듯 하다.
하지만 국가의 권세가 지나치게 국민을 통제해 심지어는 외국인들 마저도 무서워 벌벌 떨어야하는 사회가 된다면 이는 비극이다. 그렇잖아도 중국의 언론및 인터넷 통제는 도를 넘는 상태였지만 일상적인 sns까지 공포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었다.
내 자신이 15년의 중국사역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매달렸던 분야가 "안전한 대화통로 확보"였다. 다행히 VPN이라는 가상통신망을 이용하면 중국정부의 감시를 벗어나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방법이 있다. 정부가 통제하는 외국의 사이트와 SNS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도 VPN망에 대해 알고 있다보니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반 국민들의 VPN망 접속을 방해 차단하게 된다.
어제까지 잘 접속이 되던 VPN접속망이 막히면 담당자들은 차단의 방법을 찾고 분석하게 된다. 차단 방식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우회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주제에 파고들고 집중하는 성격인 나에게는 가장 최적화된 업무가 된다. 그렇게 몇시간 또는 몇일을 매달리다보면 그들이 사용한 방식을 분석하게 되고 그 방식을 돌파할 방법을 다시 개발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다행히 외국의 탁월한 전문가들이 사업의 목적으로 VPN망을 공급하고 있어서 경제력이 있는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인터넷망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의 가상 사설망에 접속이 되면 국내통신망 이용에 제한이 걸리는 반대 현상이 발생하니 그 또한 접속과 차단을 반복 거듭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실수를 할 가능성이 발생하고 정보당국의 검열망에 걸려들게 된다.
어떻게 보면 차라리 이전 처럼 좀 가난하더라도 자유가 보장된 상태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수천년의 역사를 통해 봉건왕조의 행패에 적응하며 살아온 경험이 그들의 유전자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좀 유별나다. 한국 역시 봉건왕조에 예속돼 억압받고 살아온 경력이 있지만 일제 식민통치와 자유민주주의 70여년을 거치며 이제는 체질 자체가 완전히 개조된 탓일 것이다.
지금 중국에 거주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소망은 대나무 밭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실컷 외쳤다는 이발사의 심정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