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시고 9시 35분쯤 출발하였다. 12시쯤이면 도착한다. 모처럼의 나들이라 표정이 밝으셨다.
“윤명환 씨, 오늘 기분 어떠세요?”
“좋아요.”
“오랜만의 여행이시죠?”
“예”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 준비한 간식을 먹었다. 윤명환 씨께서는 말씀이 없으시다. 12시 정도에 화개장터에 도착해서 우선 시장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다리를 건너서 식당으로 향했다.
“윤명환 씨, 뭐 드시고 싶으세요?”
말씀이 없으셔서,
“전은경 선생님이 참게탕 추천했는데 그것 드실래요?” 하고 여쭈니
그러자고 하신다. 묵이 나와서 따로 접시에 드렸다. 막걸리가 드시고 싶으신지 막걸리를 찾으셔서 시장에 가서 파전과 같이 드시자고 말씀을 드렸다. 벚꽃이 지는 시기라 사람이 그리 붐비지는 않았다. 시장으로 가서 동동주와 녹두 빈대떡을 주문했다. 파전보다는 녹두 빈대떡이 드시고 싶은 모양이다. 윤명환 씨께서 거의 혼자 다 드셨다.
“맛이 거창에서 먹는 것과 같네.” 하셔서 우리 모두 웃었다.
나들이 - 최참판 댁과 진주수목원
쌍계사 주변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관광차들이 사람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윤명환 씨께 여쭈니 걷기가 싫다고 하셔서 최참판 댁으로 향했다. 토지의 배경무대였다고 알려진 곳이다. 윤명환 씨는 동동주로 인해서 약간 취하신 것 같아서 차에 계시고 박상재 씨와 전은경 선생님과 셋이서 구경을 하였다. 최참판 댁에서 바라보니 들판이 한 눈에 잡혔다. 3시쯤 되어 진주로 향했다. 그 동안 윤명환 씨는 술이 깨셨다. 진주수목원에 들려 산책을 했다. 아직 잎이 살짝 나오고 있는 단계였다.
“여기 수목원이 얼마나 넓어요.”
“잘 모르겠어요. 나무들이 많고, 종류도 많은 것 같아요.”
“아직 나무들이 그리 커지는 않아요.”
윤명환 씨는 얼마 못가서 숨을 헐떡거리시며 못가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늘에서 쉬게 하시고 잠깐 둘러보았다.
“어느 정도 둘러봤어요?”
“30~40% 정도 둘러본 것 같습니다.”
“오늘은 늦어서 다 못 볼 것 같습니다.”
“다음에 기회 있으면 다시 오죠.”
진주의 뷔페에서 저녁을 하는데 윤명환 씨께서 식사는 조금만 하시고 소주를 찾으셔서 전 종류와 고기 등의 안주를 챙겨드렸다. 그래도 식사를 거의 안하셔서 김밥, 국수, 고기, 과일주스, 매실주스 등을 추천해 드렸다. 음식은 보고 먹어야 제 맛인데 윤명환 씨께서는 오직 냄새와 식감으로 드셔서 느끼는 것이 반감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설명해 드리려고 노력은 하는데 말로 설명이 곤란할 때가 있다. 빌라로 오는 길에 모두 지쳤는지 아무 말이 없으셨다. 차가 서자 어떻게 아셨는지
“빌라에 도착했지요.” 하신다.
“선생님, 오늘 수고하셨어요.”
“즐거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편안하게 쉬세요.”
나들이 - 후기
윤명환 씨께는 모처럼의 나들이셨다. 혹시 많은 기대를 하시지는 않았는지, 기대하셨던 것만큼 즐겁게 보내셨는지 염려가 되었다. 전임자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있어서 신경이 쓰였다. 술을 좋아하셔서 외식 때마다 소주를 찾으신다고 하셨다. 이번 나들이에서도 막걸리를 드시고 차에서 몇 시간을 보내셨다. 하지만 윤명환 씨께는 막걸리 한 잔이 그리웠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입주자 몇 분이 화개장터에 가셨을 때에 본인은 가지 못하셨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직원이 벚꽃, 개나리, 화개장터, 주변에서 보이는 광경들을 설명해 드리는 것이 상상에서 다시 음미하여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운동량이 부족하여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올라서 쉽게 구경을 포기하는 것도 걷는 것 자체에 대한 싫음의 한 표현이기도 한 것 같다. 어떤 방식의 여행과 구경이 윤명환 씨께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나들이였다.
잘 다녀오셨네요. 애 쓰셨습니다. -국장님
자주 가시면 달라지지 않을까요? 고생하셨습니다. -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