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여행기
핀란드에서 스웨덴으로 가는 배위에서 아침을 맞았다.우리는 조반을 먹기 전
바다 풍경을 보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갑판으로 올라갔다.이른 아침인데도
하늘 가득 퍼진 햇살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고 눈이 부시다. 북유럽에서는
선글라스가 필수품이란다.그래서 우리는 아침인데도 색안경을 챙겨 썼다.
그 바다에는 아주 많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 있어 그냥 호수나 강이라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는 풍경이다. 배가 정박하자마자 일찌감치 서둘러서 내렸다.
오늘 일정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여러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다.
우리는 부두에서 새 가이드와 버스를 만나 스톡홀름 시내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바사 박물관>이었다.이곳은 1600년 경에 만든 거대한 전함
<바사호>의 실물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바사 박물관
지하철 풍경
바사 왕의 치세 중에 아주 멋진 배를 한 척 만들었다.왕은 온 귀족들과
백성들을 불러 모아 놓고 성대한 진수식을 거행하였다.드디어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그런데 순식간에 그 어마어마한 배가 그대로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하지만 배가 가라앉은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그 배를 물에서 끌어올려서 1956년부터 5년 동안 공들여
복원하여 놓으니 박물관의 주인공이 되어 온 세계 사람들에게 비싼 입장료를
받아 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해적, 바이킹의 후예답다.
바사호
바사호의 선미.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조각으로 한층 멋을 부렸다.
설계도와 당시의 기록을 토대로 바사호의 축소판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박물관에서 나와 곧장 시내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우리가 간 곳은 뜻밖에도
한국식당이었다. 전라도 출신의 안주인이 주방에서 직접 만든다는 반찬이
입에 착착 감기고 깔끔하고 절제된 실내장식도 품위 있고 나무랄 데가 없었다.
스톡홀름은 크고 작은 호수가 많아 아름다운 靜的인 도시였다.일본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지나온 역사의 흐름이 말이다.스톡홀름 시내 한 복판에
건물만 덜렁 있는 왕궁이 있었다.왕궁과 교회와 카페에 둘러 싸인 중앙에 돌로
바닥을 깔아 놓은 네모진 빈 공간이 있는데 결코 넓지 않은 그 곳이 이름만
거창하고 무시무시한 < 피바다 광장 >이다. 여기가 그들의 역사책 한 페이지에
나오는 잔혹한 살육의 현장이다.그런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이 지금은
아주 예쁜 카페와 각종 기념품과 장신구를 파는 상가가 늘어 선 번화한 거리로
탈바꿈해 있었다.그 시절에는 귀족들이 마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다녔을 길이
지금은 그저 뒷골목 길로 전락하여 관광객들이 떼를 지어 걸어가고 있으니
세월 앞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모양이다.
스톡홀름 시청은 관공서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입장료를 톡톡히 받았다..
관공서가 입장료을 받을까 하고 불평이 나왔는데 안에 들어가니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돌로 근간을 이룬 중세풍의 디자인이 독특하였고
오랜 시간을 두고 지어서 견고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게다가 1900만개의
금박 모자이크로 장식을 한 내부는 보물상자 처럼 빛났다.마치 바르세이유
궁전 같기도 하고 바티칸의 성당 같기도 한 복합적인 분위기였다.
스웨덴은 너무나도 안정되고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나라 같았다.특히 복지
정책이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었다.
자연 환경도 쾌적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6만불이 넘는다니 부러움이 절로 솟는다.
그러나 내가 스웨덴에서 가장 매료된 것은 하늘이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그날
유독 하늘이 고왔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하늘만 보였다.
그저 멀리 보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하늘이 내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왔다.
하늘을 품으니 내 마음이 부풀어 날아갈 것만 같다.
스웨덴 여정은 스치듯이 빨리 지나갔다.하룻밤을 머물고 나서 우리는 아침
일찍 스톡홀름 공항으로 향했다.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베르겐으로 간다.
어제 하루 우리를 안내했던 가이드가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오고 호텔에서
공항까지 에스코트를 하러 다른 가이드가 나왔다.제일 고참 언니들과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그녀에게서는 베테랑 냄새가 물씬 풍겼다. 버스를 타고 가는
짧은 시간 동안에 그녀는 우리 모두를 아주 유쾌하게 해주었다.
스웨덴에서 노르웨이의 베르겐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 10분이다.우리는
10시 2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다.단거리 노선이어서 그런지 비행기
안에서 음료수는 물론 물도 공짜로 주질 않았다. 잘 사는 나라 항공사들이
더 인색하게 구는 것 같아 조금 씁쓸했다.참, 북구에 오니 러시아나
서유럽과는 달리 물이 아주 좋았다.굳이 병에 든 물을 사 먹을 필요가 없다.
핀란드도 그렇고 스웨덴에서도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그대로
받아 마셔도 되었다.우리는 핀란드에서부터는 각자 물병에다 알아서
물을 채워가지고 다녔다.식당에서도 물값을 따로 받지 않아서 좋았다.
스톡홀름 공항의 화장실에는 종이컵까지 비치가 되어 있었다.
목마른 사람은 물을 받아 마시라고....화장실이 아주 께끗하고 좋아서
별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비행기는 순식간에 우리를 베르겐 공항에다
내려 놓았다.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노르웨이 3박 4일 일정은
버스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베르겐은 별칭이 < 비의 도시 >란다.
별칭값을 하느라 그러는지 우리가 버스에 오르자 이슬비가 오기 시작했다.
차 안에는 <솔베이지 노래>가 잔잔히 흐르고 차창엔 빗방울이 맺히는 것이
묘한 하모니를 이루었다.버스는 우리를 싣고 이 곡의 작곡자인
<그리그 가 살던 집을 향해 달렸다 .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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