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own
의뭉스러운 아이
창문 너머 푸른 물결 치는 지중해가 보이는 수수한 모습의 방 안, 투박한 목조침대와는 다르게 아름다움의 정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한 외모의 하얀피부의 미소년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고 있다.
“도련님, 이제야 일어나신거에요? 아이참..”
그 떄, 방문을 열고 들어온 소녀가 소년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른다.
여기저기 기우고 거칠어보이지만 그나마 깨긋한 메이드복을 입고있는 시녀, 아델은 소년의 전속 시녀로 올망졸망한 이목구비의 귀여운 인상을 가진 소녀였다.
“왜 그래, 무슨일 있어?”
“큰 일이에요. 영주님 내외분과 셋째 아가씨까지 다나오셔서 벌써 정찬 중이시라고요!”
“...”
제3자가 이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식사를 놓친 것이 무애 그리 대수냐 할 수 있겠지만 소년의 아버지는 이 지방의 영주로 일반적인 가정집의 아침식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비중있는 하루일과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소년과 소녀의 대화에서는 한가지 이상한점이 있었는데, 이들의 대화가 바로 한국어로 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오-, 이 아줌마가 이젠 대놓고 무시하시네’
“어서요-! 큰 일이라구요.”
“알았어.”
사실 소년이 늦잠을 자 식사 시간을 놓친것이 아니었다. 보통 아침식사(정찬)은 10시에 이루어져 소년의 부모님, 그러니까 영주내외가 정각에 도착하고, 소년같은 경우는 10분전쯤에만 도착하면 되는것이었다.
현재시각이 9시 10분을 지나고 있으니 다소 늦잠을 잔건 사실이지만 식사시간에 늦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소년의 방이 있는 성의 5층에서 식당이 있는 1층까지 이어지는 나선형의 계단, 초조해하며 발을 재촉하는 아델과 달리 소년은 차분하게 내려가며 입술을 달싹였다.
“캐릭터 인터페이스 오픈”
이름 : 조단 드 호트빌 나이 : 14세
종교 : 가톨릭(크리스찬) 정부 형태 : 봉건제
작위 : 없음 문화 : 노르만(라틴 계열)
교육 목표 : 무술 교육
외교력 : 7
무력 : 10
관리력 : 8
음모력 : 10
학력 : 9
특성 + 사생아, 매력, 강인함, 다정한, 호기심 많은, 기만적인 +
재산 : 0 명성 : 0 신앙심 : 0
-가족/관계/봉신/궁정/조약/국외-
‘무술 교육.. 아- 짜증나게.. 계획에도 없던 다이어트 하게 생겼네..’
캐릭터창을 보며 조단은, 아니 조단을 플레이하고 있는 성훈은 일주일전을 떠올렸다.
일주일전, 성의 4층에 있는 영주의 집무실, 가운데 놓여져 있는 테이블을 중심으로 심각한 표정의 영주 내외와 그 곁을 호위하듯 서 있는 평복차림의 건장한 기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고, 맞은편으로 흥분한 듯 얼굴을 붉힌 조단이 벌떡 일어섰다.
“전-! 앞으로 외교관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씀드렸을텐데요.”
“조단-, 앉거라..”
조단의 아버지 로저 드 호트빌이 언짢은 기색으로 나지막히 말했다. 그는 그의 형인 로베르 드 호트빌와 함께 유명한 노르망디의 노르만족 용병지도자 출신 정복자로 한 세대 만에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가문의 막내아들로서 현재 시라쿠사, 팔레르모, 메시나, 레지오 4개의 백작령을 다스리는 대백작 이자, 시칠리아 동남부의 베르베르인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는 뛰어난 전략가였다.
조단은 아버지의 말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차마 거역하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놈의 게임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npc의 기세가 이렇게 무시무시하냐..’
물론 설정상 조단의 아버지인 로저는 이슬람을 믿는 베르베르인, 수십 혹은 수백 명을 목을 벤 전투의 달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말그대로 설정이고 지금 눈앞에 있는 npc는 단지 npc일 진대, 성훈은 속으로 사실을 다시 되내어 보지만 로저의 위세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두말할 것 없다. 앞으로 여기 드라고 밑에서 책략과 전쟁에 관해 배우거라.”
“...”
“오늘부러 그가 너의 후견인이다. 드라고, 조단을 부탁하네.”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침묵하며 무언의 눈빛으로 불복을 뜻을 내비쳤지만, 아버지와 드라고는 신경도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애초에 이러한 행위가 npc의 행동반경에 영향을 줄까 의문스러웠지만, 이미 나도 모르게 조단이라는 인물에 깊이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흑발의 건장한 기사 드라고는 아버지의 대장군직을 맡고 있는 노르만인으로 용병단시절부터 아버지를 모신 가신으로서 충성심이 입증된 인물이었다. 그는 어릴적부터 거친 용병세계와 전쟁터를 전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25살이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거친 외모의 노안의 소유자였다.
“호호호-, 드라고경은 연적의 용사이니 그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도록 하세요. 호호호-”
‘연적이 아니고 역전이겠지..’
나는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백작부인을 처다 보았다. 주디스 드 노르망디
그녀는 프랑스의 명망높은 노르망디 공작가문의 방계혈족으로 현 윌리엄 드 노르망디 공작의 오촌고모였다. 얼핏보면 백작인 로저 드 호트빌이 조단의 아버지이니 백작부인인 주디스 드 노르망디가 어머니여야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호트빌 가문이 남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의 정복자로서 교황에게 아풀리아, 칼라브리아, 시칠리아의 공작위를 수여받은 후인 6년전 그러니까 한 지역의 패자로서 자리잡았을 때, 정략적인 차원에서 맺어진 부부였다.
14세인 조단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심지어 새어머니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조단은 어머니의 생사여부 조차 알지 못하는 백작의 사생아(bastard)였고 그야말로, 아버지와의 관계를 제외하면 주디스와는 완벽한 남남이었다.
‘분명 저 머리 텅빈 아줌마가 아버지께 야료를 부린게 틀린없는데..’
나는 주디스를 바라보며 경멸의 눈빛을 쏘아 보내지 않을수 없었다. 불과 하루전만 해도 외교관으로서의 나의 미래를 설명하고 아버지께 이해를 구해 허락을 맡았건만, 하루만의 결정이 번복되다니, 고위 귀족으로서 백작인 아버지가 말을 번복한다는게 얼마나 위신이 떨어지는 일인지는 세상사람들이 다 알 것이다. 그것이 설령 단 둘만 있는곳에서의 언약일지라도-!
조단이 아버지의 결정에 주디스가 영향을 주었다고 의심하는 것은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 이를 이해하자면 조단의 현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백작가에서의 조단의 현 위치는 굉장히 애매한 위치로 조단이 비록 사생아 이긴 하지만 백작의 첫 아들이었고, 백작부인인 주디스와의 6년간의 부부생활에서 3명의 자녀를 나았지만 모두 딸로 현재까지도 아들은 조단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주디스는 딸을 낳을때마다 조단에게 부리는 히스테리가 은연중 심해졌다.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호트빌 가문은 대대로 오직 남성에게만 가문이 이어져 왔고(남성 상속제), 다른 대다수의 가문들이 취하고 있는 남성이 이어받되 여의치 않을 경우 여성이 상속받는(남성우선 상속제)경우들도 실질적으로 여성이 가문을 이어받게 되는 경우는 백에 하나를 찾기가 힘들었다.
이런 상황속에, 사생아지만 유일한 아들이고 벌써 성년(16세)이 다가오는 조단은 주디스에겐 심대한 위협으로 느껴질만 했다.
그렇게 조단이 복잡한 시선으로 주디스 백작부인을 바라보는 사이 백작이 조단의 [교육 목표 선택]과 [아이 교육(후견인)] 커맨드를 실행하였다. 이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이제 조단은 성인이 될 때까지 얄짤없이 드라고 밑에서 평시에는 기사 훈련을 전시에는 전쟁터를 전전하게 생긴 것이다.
‘망캐다.. 망캐야...’
조단은 왜이리 좌절하는 것 일까? 그 이유는 조단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보면 이해 할 수 있다. 특성에는 획득 시기로 구분지어 볼 떄, 태어날 떄, 타고나는 사생아, 첩의 자식 또는 천재, 매력, 강인함 등 [선천적 특성]과 성장기의 아이가 교육을 통해 취득하는 다정한, 호기심 많은, 떠들썩한, 성실한 등 [성장기 특성]이 있고, 마지막으로 일곱가지 미덕(인내, 순결 등)과 일곱가지 죄악(오만, 질투 등)등으로 대표되는 칠덕칠악과 성격적인 특성(정직, 용기 등) 등의 [후천적 특성]으로 나눠진다.
이 중, 성장기 특성에 따라 캐릭터의 유망 직업을 가늠 할 수 있는데, 조단의 경우에는 ‘다정한’과 ‘호기심 많은’으로 외교관에 최적화된 특성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조단에게 ‘무술 교육’을 시키는 것은 여타의 판타지 게임으로 예를 들자면 마법사 스텟을 가진 캐릭터를 플레이하며 힘 스텟을 찍는 멍청한 짓으로 한마디로 ‘망캐’ 망한 캐릭터의 길을 가는 것이었다.
일주일전을 회상하며, 식당에 도착한 조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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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재 사이트인 '조아라'의 '77축제'에 공모해보고자 쓰는중 이었습니다만.., 아무리 관대하게 생각해봐도 '순수한 창작물'이 아닌것 같아 포기하고 그래도 하루동안 쓴게 아까워 크킹 게시판에 올려봅니다. 매우 짧은 글이지만 어찌 생각하시는지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 아무래도 '2차 창작물'? '패러디' 이런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겠죠?
첫댓글 음... 비스무리 한게 이미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grief0 그러게요 크루세이더 킹즈와 관련된 소설이 의외로(?) 몇 편 있더라구요.. 그냥 써도 연재에는 상관없을 것 같긴한데 '77축제'에는 참가자격이 되지 않는것같아 다른방식으로 구상 중입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조아라스러운 문체로군요
제가 조아라에서 글을 읽은지도 3~4년은 된거같아 그럴거에요.
그래도 콕 찝자면 어떤부분이 그런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전체적인 흐름인가요?
@hun4476 아니 그냥 친구가 거기서 글좀 쓴적 있었는데 비스무리해서 그냥... 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팔레올로고스님은 답글보고 다시 읽어보니 그렇게도 느껴지네요 수수한 방도 그렇고 아름다움 정석도 그렇고 제가 좀 뭉뚱그려서 묘사한것 같네요. 답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제는 음.. 과거 현재 미래 시제 이런거 말씀하시는것이겠지요..? 잘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그 점도 주의해서 써봐야겠네요. 다시한번 답글 감사합니다.
재밌어요ㅎㅎ
감사합니다 ^^
굳이 꼭 이런식으로 게임소설로 쓰지 마시고 그냥 역사소설이나 작성자님 취향에 맞춰서 판타지를 좀 가미하시는게 전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트레잇 이란 개념이나 게임속 내용 같은 것들은 게임을 모르면 글의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요소중에 하나거든요.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저나 카페여러분에게나 익숙하지 글을 쓰다보면 일일이 다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올것같네요..ㅠㅠ 답글 감사합니다.
77축제가 뭔가요?
'조아라'측에서 7월7일을 시작으로 신작 소설 창작 대회를 여는거에요 등수에 따라 상금도 주고요 1등 상금이 2천만원이라 혹해서 쓰고는 있는데..ㅎㅎ;; 조건이 정말 '순수한 창작물'이라 좌절하고 있지요..
이런것도 순수 창작물로 될겁니다 아마
그랬으면 좋겠네요.. 제가 생각해도 좀 애매해서 ㅎㅎ; 답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