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에 검은 고양이가 나타났다.
비어있는 옆집 마당에 둥지를 틀고
이웃을 별장 삼아 유유자적 마실 다닌다.
나랑 눈이 마주쳐도 놀라지도 않고
엉덩이를 휘휘 돌리며 여유 있게 경계를 넘나 든다.
추리 소설 제목처럼 까만 고양이라
처음에는 별로 기분 좋지 않았지만
고양이가 나타난 후부터 골칫거리이던
밤마다 나타나 땅을 후비던 오파 썸도
출몰이 드문지 파놓은 구멍이 눈에 뜨이게 줄었다.
돈 안 들이고 집 지킴이를 들인 셈이다.
한국 사람들은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쥐로부터 쌀가마를 지키기 위해 많이들 키웠다.
쥐 사냥꾼에서 애완동물로 격상한 후에 고양이 먹이는
캔 푸드 아니면 마른 사료로 오히려 질이 떨어졌다.
식품점 판매대에 한 줄을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애완동물 먹이 선반 개 얼굴 고양이 머리가
따로 그려진 포장을 보며, 동물 주제에 개밥 고양이 밥을
가려가며 먹을 것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예전에는 개밥만 상품화되어 있어서
고양이는 개밥을 얻어먹는 처지였었다.
그런데 개밥을 먹은 고양이들이 자꾸만 눈이 멀더란다.
연구 결과 개밥에는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타우린'이라는 물질이 없었다는 것이고
그 후에 타우린을 첨가한 고양이 밥이
선반 한편에 등장하게 된 것이라는데
타우린이라는 물질은 동물에게는 소량이지만
꼭 필요한 것인데 모든 동물이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따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고양이만은 타우린을
체내에서 만들지 못하고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며
동물 중에서 타우린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이 쥐라고 한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 이유, 고양이와 쥐가 천적인 이유가
바로 타우린 때문이라니 얼마나 놀라운 과학의 발견인가
얼마나 소름 끼치는 자연의 섭리인가
쥐에게 타우린이 많다는 걸 고양이는 어떻게 알았을까
타우린의 냄새가 나는 것일까, 어미가 가르쳐 주었을까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데 미련한 인간은 궁금한 것이 많다.
철새들의 이동이며 연어의 회귀며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을 열심히 연구한다.
그 결과물이 과학인데 사실 자연을 설명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창조의 입장에서 보면 천기누설인 셈인데
모른 것이 약이라고 알아서 근심거리가 많아진다.
밥 먹고 반찬 적당히 먹고 하여 배만 부르면
만족했던 세월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먹을거리를 식품의 이름으로 말하지 않고
그 속에 함유된 영양소로 말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이런 건 유치원 수준이고
비타민 무기질 칼슘 철분 이런 건 초등학교 수준이며
고추 농사짓는 할머니는 캅사이신을 들먹이고
토마토 장사는 리코펜이 어쩌고 하며 토마토를 판다.
오메가 쓰리는 몸에 좋고 식스는 안 좋다는 정보에
맛도 없는 아마씨 인기가 높아졌다.
정보 따라 식품 선호가 달라지는 인간의 입맛이
들고양이보다 못한 것은 인간이 들을 떠나
실험실에 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들에 살던 우리 선조들은
비타민 에이 비이는 몰라도 몸에 좋은 건 다 알았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이 맞는 음식인 것도 알았고
닭과 인삼이 궁합인 것도 알아 삼계탕을 만들었다.
쌀과 쑥이 잘 맞는다니 쑥떡도 기가 막힌 음식이다.
게장과 꿀이 상극인 것도 우리 조상들은 슬기롭게 알았다.
병자호란 때 조선인들이 중국으로 끌려가는데 먹을 것이 없었단다.
그래서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는데
메밀에 독이 있어 청나라 군사는 죽는데
조선인들은 무를 함께 먹어 탈이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래서 메밀국수에는 무를 갈아 넣고 냉면 위에 절인 무를 얹는다.
건강식품이라고 무순, 메밀 순 등이 비싼 값에 팔리지만
생각해 보면 아무리 영양소가 많아도 그렇지
그 작은 싹을 먹어 얼마나 몸에 좋을 것인가
동물도 그렇고 식물도 그렇고 자랄 만큼
자란 후에 거두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을까
사람 욕심에 어린것 뽑아 먹어 생긴 사고가 아닐까 싶다.
사실 어른들 말씀이 새싹에는 독이 있다고 하신다.
현대의 실험실은 아무래도 야생보다 한 수 아래이다.
콩나물과 숙주나물도 싹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익혀 먹었다.
탁월한 선택이다.
하루에 물 여덟 잔을 마셔야 한다고 하더니
며칠 전에는 물을 많이 마시면
체액이 엷어져서 위험하다는 기사가 났다.
커피도 그렇고 와인도 그렇고 좋다고 했다가
나쁘다고 했다가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럴 때는 그저 옛 말이 최고다.
적당히, 몸이 원하는 대로 먹고 마실 것
들고양이처럼~~~~
첫댓글 먹거리 소문에 너무 시달리지 말고,
옛부터의 상식선에서...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오호라....그런거 였군요.....
타우린 떄문이라.......ㅎ
고양이와 쥐가 어울려 노는 것을 보았는데
타우린이 충분하기 때문이군요.ㅎ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