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제 34차 산행]
1. 일자: 2010. 10. 02 (토)
2. 날씨: 맑은 뒤 저녁부터 비
3. 인원: 2명
4. 대상: 운문산 상운암계곡 / 경남 밀양시 소재
5. 코스: 석골사~상운암계곡~운문산~딱밭재~석골사 (10㎞, 8시간 15분 소요)
주차장(11:00)~석골사~비로암폭포(12:15)~선녀폭포(13:40~15:10)~상운암(15:30~16:25)~운문산(16:55~17:08)~딱밭재(18:00)~상운암길합류(18:43)~주차장(19:15)
6. 후기
아랫재를 사이에 두고 영남알프스 맹주인 가지산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운문산은 전체적으로 듬직하고 중후한 산이다. 경남 밀양시와 경북 청도군의 경계를 가르며 이어지는 운문지맥의 최고봉이며, 상운암계곡과 천문지골, 심심이골 등의 수려한 계곡과 비구니승의 수도처인 천년고찰 운문사를 품고 있다. 산세는 정상 남쪽(밀양)은 급하고 능선이 짧은 반면 북쪽(청도)은 능선이 길고 완만하다. 밀양보다는 청도의 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산행은 상운암계곡으로 운문산을 오르는 것이다. 집사람 트레이닝이 주 목적이며 도토리 줍기와 상운암 참배는 덤이다. 다음 주에 있을 모 산악회의 설악산 산행에 집사람과 동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집사람의 체력. 장시간 산행은 무리일 수 있어 일종의 포터로 동행하는 것이다. 트레이닝의 목적은 편안한 임무수행을 위해서다.
석골폭포
11시 정각, 평소보다 조금 늦게 산행에 나선다. 곧바로 석골폭포로 내려간다. 어린아이 두 명이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 가겟집 남매들이다. 폭포수는 형편 없이 가늘어졌다. 폭포수를 받아내는 소(웅덩이)는 자갈이 섞인 토사로 메워져 운치가 없다. 토사를 파내는 보수공사가 필요할 듯하다. 석골사에 들른다. 집사람이 법당에 참배하는 동안 빈 물통을 채우고 경내를 구석구석 살펴본다. 한 스님이 요사채 뒤쪽 새암터골 입구에서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석골사를 나와 산길에 들어서자 자신을 키워낸 나무와 연을 다한 도토리가 탁, 탁 소리를 내며 알몸으로 하나 둘씩 떨어진다. 중지 손톱만한 게 빛깔이 곱다. 도토리를 주우며 천천히 올라간다. 그렇게 얼마쯤 오르자 저만치 앞에 허리가 약간 굽은 할머니가 도토리를 줍고 있다. 우리는 재미로 줍는 것이지만 할머니는 생계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주운 것을 드릴까 하다가 그냥 인사만 하고 간다.
팔풍재로 오르는 갈림길을 지나 지류인 대비골 하류를 건너 수리봉이 보이는 짧은 바위지대를 올라서자 범봉능선 들머리다. 이 능선으로 하산할 예정인데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배낭을 내리고 김밥과 막걸리로 간식을 하며 숨을 고른다. 운문산 서쪽 능선 위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언뜻언뜻 보인다. 눈이 부신다. 김밥 두 줄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일어선다.
산길은 완만하고 급한 데라곤 없다. 호젓하다. 다만 계곡과 떨어져 있는 것이 다소 아쉽다. 딱밭재로 오르는 갈림길을 지나 합수부에 도착한다. 즉 비로암능선이 생명을 다하는 곳이다. 이 능선 왼쪽으로 지류가 패였는데, 딱밭재에서 발원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산길은 본류를 건너 계곡 오른쪽으로 나 있다. 하지만 계곡치기로 올라간다. 비로암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물론 오른쪽 산길을 따르다 폭포 부근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 집사람이 긴장하며 뒤따라 온다. 조금 가자 사람 소리가 들린다. 왼쪽에 야영터가 있는 큰 바위 앞에서 한 산객이 꼬맹이 아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상운암 가는 길에 대해 묻는다. 초행인 듯해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비로암폭포
12시 15분, 비로암폭포 앞에 선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V’형 바위홈통을 따라 다소곳하게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마치 가녀린 여인네 같다. 폭포 왼쪽 벽은 물기가 많아 직등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왼쪽으로 우회해서 상단으로 올라가서 계곡을 건너 오른쪽 정구지바위에서 산길과 합류한다. 이곳이 얼음굴 들머리이자 운문서릉으로 올라서는 갈림길이다. 바위 위에 부추 모양의 난이 자생하고 있었다고 해서 정구지바위라 부른다.
선녀(천상)폭포
완만하던 산길은 사람이 쌓은 듯한 축대가 있는 너른 터를 지나자 조금씩 경사도를 높인다. 7~8분쯤 올라가니 계곡을 건넌다. 계곡수로 목을 축인 뒤 급하게 고도를 올린다. 돌탑지대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선녀폭포로 간다. 선녀폭포는 상운암을 앉힌 능선이 꼬리를 내리는 곳, 즉 상운암계곡 최 상단 합수부 부근에 있다. 돌탑지대에서 조금 가서 오른쪽 샛길을 따라 40미터쯤 내려가자 직벽의 선녀폭포다. 높이가 40미터는 넘어 보이는데, 우기철이나 웃비가 없으면 폭포수는 볼 수 없을 듯하다. 대신 한겨울 빙폭의 위용은 대단하다. 이곳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상운암
오후 3시 반, 폭포에서 되돌아 나와 20여분 오름짓을 하자 상운암이다. 입구 샘에서 물 한 바가지를 받아 마신다. 앞뜰에는 스님과 산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집사람은 법당으로 들어가고, 나는 기가 세다는 지도바위로 간다. 이 바위는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겨 눈길을 끈다. 주변을 둘러보고 스님과 산객들이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 끼어든다. 암주인 무척(無尺)스님은 초면이며 이곳에 머문지 1년 반쯤 되었다고 한다. 커피 한잔을 하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50분이 훌쩍 가버린다. 안전하게 하산하려면 일어서는 게 상책이다.
스님께 양해를 구하고 암자 오른쪽 묵은 길을 택해 정상에 오르기로 한다. 이 길은 오래 전부터 통제하고 있다. 보통은 암자 왼쪽으로 난 길로 정상에 오른다. 희미한 길 흔적을 따라 5분 정도 가니 산머루가 반긴다. 열매의 작황은 좋지 않지만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산행을 하면서 산머루를 처음 본 것은 지리산 산청독바위 부근이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다. 이곳에서 서릉 쪽으로 에도는 묵은 길을 버리고 곧장 정상방면으로 올려 친다. 잡목도 별로 없고 숲이 성글어 올려 치기에 적당하다.
정상에서 바라본 억산
정상에 오르자 주변은 서서히 가을빛으로 채색돼가고 있었다. 조망은 서쪽 억산 방면만 온전히 열렸을 뿐, 가지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의 정상부는 구름이 덮고 있다. 초행인 집사람의 인증샷 두어 장을 찍어 주고 하산길에 들어선다.
암릉지대(일명 아쉬운릿지)
10여분 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돌탑이 서 있다. 천문지골 이끼폭포의 능선 들머리이자 상운암 갈림목이다. 이끼폭포로 가는 북쪽(오른쪽)의 희미한 길에 표지기가 달려있다. 좌측은 상운암 방향이고, 우리는 억산 쪽으로 직진한다. 15분쯤 진행하자 암릉이다. 암릉의 길이가 짧아 누군가 ‘아쉬운릿지’란 이름을 붙였다. 천문지골이 큰골과 만나는 그 아래에 천년고찰 운문사가 내려다 보인다. 암릉 끝부분 내리막에 밧줄이 매여있지만 집사람이 겁을 내는 바람에 내려서지 못하고 절반쯤 되돌아가서 우회로를 따른다. 사방이 트인 딱밭재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하다.
조금 쉬었다가 왼쪽으로 내려선다. 골짝을 따라 40여분 내려가자 동굴이 있다. 입구엔 비닐로 막았는데, 공부자는 출타 중인지 안에는 아무도 없다. 3분 후 상운암계곡 길에 합류하니 상운암에서 만났던 한 산객이 머릿불을 켠 채 이정표를 보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밀양 화악산 자락의 부북면 퇴로리에서 양봉을 한다는 분인데 상운암 무척스님과 연이 닿아 가끔 찾는다고 한다. 느지막이 올라와 불 달고 하산하니 일반 산객들과는 잘 마주치지 않는단다. 말벗이 되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석골사다. 끝.
걸어간 길
첫댓글 산학동자님이 거주하시는 곳이 밀양쪽이신가 봅니다. 지리산행을 열심히 하셔서 저는 진주 인근에 사시는가 싶었는데요. 두분의 여유로운 트레이닝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부산 금정구에 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남알프스 진입하기가 편리합니다.
실은 진주 사는 분들 많이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닝 산행 치고는 빡센 산행하신 듯 합니다.
쉬엄쉬엄 설악산 잘 다녀오시고 좋은 그림 부탁드릴께요
자벗님, 빡신 것 하나도 없습니다.
참말로 쉬엄쉬엄 입니다.
똑딱이라서 그림이 잘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자세한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산을 오르게 쉽게 퀘적까지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까지 곁들여주시니,.초보자들도 어지간하면 길 잃어버리지 않고 널널한
산행이 가능하겠네요, 산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묻어있는 산행기 마음속에 담아두겠습니다.
궤적은 지리별님이 전문 아니신가요. ㅎㅎ
산길 위주로 산행기록을 남기다보니 쬐금은 도움이 되지 싶네요.
,나는 산학동자님이 대전 어느 근방에 사시는줄 알었습니다요 ㅎㅎㅎ
덕분에 다음에 갈 길을 미리 짚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말하자면 설악산 산행 리허설 산행인 셈이군요.
리허설 산행 안 하셔도 잘 하실 것 같은데요. 일전에 지리에서 뵈니 산을 잘 타실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그런데 사모님 얼굴이 가물가물한데 하필이면 얼굴을 돌린 사진을 게재하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