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운장과 장비의 만남 ※
🎈이 장(章)에서 만나는 중요인물 소개
※관우(關羽) : ( ? ~ 219)
자(字)는 운장(雲長)으로 하동군 해현(河東郡 解縣) 출신으로 이곳은 중국 최대의 염호(鹽湖)가 있어 소금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한(漢)나라 시절에는 소금이 국가 전매품이어서 밀매가 성행했는데, 관우는 소금 밀매에 관여했다가 소금상인을 죽이고 유주(幽州) 탁현으로 도피하여 지내던중 장비와 유비를 차례로 만나 형제지의(兄弟之義)를 맺게된 대의(大義)를 중시하고 강직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충의(忠義)의 화신(化身)이다.
관우는 신장이 9척이나 되고 붉은 얼굴에 배꼽까지 이르는 길고 아름다운 삼각 수염을 가지고 있으며, 82근이나 되는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휘드르고, 적토마(赤兎馬)를 탄 용맹한 장수였다.
전투에서 맞은 독화살을 당시의 명의(名醫)였던 화타에게 어깨를 째어서 뼈를 긁어내는 수술을 받으면서도 태연하게 바둑을 두었다는 일화도 전해지는 호장 (虎將)이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충의와 무용의 상징으로 중국 민간에서 숭배되어 온 관우는 급기야는 민간에서는 그를 무신(武神)과 재신(財神)으로 모시는 등 민간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1601년 우리나라에도 관우의 동관왕묘(東關王廟)가 세워지기도 하였는데, 줄여서 동묘(東廟)라고 불리는 동관 왕묘는 지금은 지하철 역(驛)으로 불리지만, 1963년부터 보물 제142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유비가 집으로 돌아온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황건적의 세력은 날이 갈수록 자꾸만 확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즈음에는 세상이 자기들 것인 양 백주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재물과 관공서를 공공연히 약탈해 가건만 아무도 그들을 막아내는 힘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정에서는 십상시 내시들이 권세를 움켜쥐고 매관매직으로 정사를 주물러 대는 판인지라 관기가 날로 문란해져서 관군으로서는 황건적 도당을 토벌할 기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뜻있는 사람들은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한숨을 크게 지으며 개탄해 마지 않는 시절이었다.
탁현 고을에서 십 리쯤 떨어진 하동 해량촌(河東 解良村)에 살고 있는 관우(關羽)라는 사람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었다.
관우는 어려서부터 공맹학(孔孟學)
을 익혀서 고서(古書)에 능통하였고, 혁혁한 호반의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무예(武藝) 또한 출중한 사람이었다.
아울러 풍채가 좋기로도 유명한 사람으로서 얼굴은 말상(馬相)으로 길쭉한 것이 무르익은 대춧빛 같았고, 입술은 여자들이 연지를 바른 것 처럼 붉었으며, 눈은 봉(鳳)의 눈에 삼각 수염이 두 자 길이나 되어 고개를 숙이면 배꼽에 닿을만 하였고 키는 무려 구 척에 이르렀다.
이런 관우는 평소에 백학선(白鶴扇)
을 애용하였고, 어디 외출이라도 할 양이면 반드시 수레를 타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가 수레에 앉아 백학선을 들고 외출을 할 때에는 마치 선인이 지상으로 하강을 한 것으로 여겨져서 일대의 사람들은 그를 <하동 선인(河東 仙人)>이라 불렀다.
봄볕이 따사로운 어느 날,
관우는 백학선을 들고 툇마루에 앉아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한겨울 모질던 동장군이 물러가고, 인근 산천에는 이미 봄빛이 무르익었지만, 어지러운 세상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황건적 일당들은 어제 저녁에도 이웃 마을을 습격하여 백성들의 많은 재물을 약탈해 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봄은 대지에 무르익어서 도처에 복사꽃 살구꽃이 아름답게 피고있건만, 극심한 황건적의 행패에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나날이 인심은 날로 흉흉해 가고 있으니 세상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관우는 봄볓 그득한 툇마루에 앉아 눈앞의 자연 경관을 보며 백학선을 고요히 흔들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의 심중은 매우 착찹하였다.
사나이 대장부가 이 세상에 태어나 글을 배우고 무예를 익혀 어지러운 세상을 그냥 수수방관 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 같았다.
(사람이 있어야지... 뜻을 같이하고 생사를 같이할 만한 사람이 있어야지...!)
관우는 문득 몸을 천천히 흔들며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관우가 자기 힘으로 세상을 한번 바로잡아 보려는 결심을 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러나 세상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로 안 될 일이 아닌가?
그리하여 그는 오래 전부터 내심으로 뜻과 행동을 같이할 만한 인물을 찾고 있었지만, 아직 그만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난세에는 반드시 인물이 나타나는 법인데, 어찌하여 인물이 이렇게나 없을 수 있단 말인가!)
관우는 여러차례 개탄하다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서 백학선을 접어 무릎을 탁 쳤다.
(그렇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사람을 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결심한 관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애, 어디 있느냐?" 하고 굵다란 목소리로 사동을 불렀다.
"불러 계시옵니까?"
열다섯 살 가량 보이는 사동이 툇마루로 달려오며 대답한다.
"나, 읍내에 다녀 올 것이니 말에 안장을 얹어라! 그리고 청룡도(靑龍刀)를 이리 가져오너라!"
관우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동은 안방으로 달려가 청룡도를 들고 나온다.
길이가 한 장(丈)이 넘고, 무게가 다섯 관이나 되는 호품이 있는 칼이었다.
구척에 이르는 큰 키에 기다란 칼을 가로 비껴 허리에 차고 나서니, 관우는 누가 보아도 기골이 장대한 늠름한 천하의 대장군이었다.
그는 이제부터 탁현 고을에 나가 세상 돌아가는 정세도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뜻을 같이할 수있는 사람도 찾아보려는 것이었다.
대문 밖으로 나오니 말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관우가 몸을 날려 마상에 올라 채찍을 한 번 호되게 후려갈겼다.
말은 채찍 한 번에 완전히 제압되어 흙먼지를 일으키며 앞으로 세차게 달려나갔다.
이렇게 인마일체(人馬一體)는 십릿길을 바람을 일으키며 잠깐 사이에 달려갔다.
그야말로 기운찬 전진이요, 번개같은 속도였다.
그리하여 탁현 고을이 바로 눈앞에 바라보이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관우는 말고삐를 당겨 말을 급히 멈추었다.
관우는 말을 멈추고 나서, 말을 달려오며 본, 먼지 구름이 일고 있는 먼 광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웬 일일까?)
관우는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해보았다.
관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한테 엉켜 먼지를 일으키며 들끓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아우성 소리조차 아득히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한번 가 보자!)
관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머리를 그쪽으로 돌리며, 박차를 가했다.
그리하여 수풀을 가르고 쏜살같이 달려가 보니, 넓은 들판에서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쪽은 키가 장대하고 시꺼먼 수염이 모질게 난 한 사람이 사십 명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머리에 누런 수건을 질끈 동여맨 것으로 보아서, 틀림없는 황건적이 아니런가?
말하자면 한 사람이 황건적 사십 명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의 기량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이미 땅바닥에는 이십 여명의 황건적 시체가 널부러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는 아직도 닥치는 대로 황건적을 후려 갈기고 있는데, 몸이 날래기는 가히 호랑이요, 힘이 세기로는 황소와 같았다.
관우는 처음에는 <도와 주어야 할까?>하고 망설였지만, 상대의 솜씨가 가히 일취월장(日就月將) 인지라, 가만히 지켜 보기로 하였다.
괴력의 거한은 덤벼드는 어떤 놈은 땅바닥에 메다 꼿아 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놈은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도 하고 , 칼을 빼어들고 공격하는 놈은 칼끝을 피해 뒷덜미를 움켜 잡고 냅다 잡아 돌리다가 패대기를 쳐대는데,
처음에는 상대가 한 사람 뿐인 것을 보고 만만하게 덤벼들었던 황건적놈들도 상대가 워낙 세다 보니 한 놈, 두 놈 꽁무니를 빼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모두 뒤도 돌아다 보지 않고 도망을 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천하에 도둑놈들아! 게 섯거라!"
괴력의 장사는 산이 무너질 듯한 고함을 지르며 따라가더니, 절뚝 거리며 도망가는 몇 놈의 뒷덜미를 번개같이 낙아 채 또다(다음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