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正見] (263) 가족으로부터의 해탈
애증으로 강하게 묶인 관계는 집착과 기대요구가 클 수밖에 없지만 가족은 내 욕망과 기대를 충족시키는 대상이 아니다. /셔터스톡
세상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족이고 대다수가 가족을 위해 산다고도 하는데 그로부터 해탈하라니 대체 뭔 소리냐 하실지 모릅니다만 사실은 오히려 그래야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더 바로 보게 되며 이상적인 관계와 사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은 몸, 마음, 영(神靈)으로 되어있다고 할 수 있는데 가족이란 몸을 중심으로 혈연으로 엮어진 관계입니다. 물론 같이 매일같이 가깝게 지내다보니 마음도 서로 강하게 엮어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대부분은 애증(愛憎)에서 출발한 탐진치입니다.
애증으로 강하게 묶인 관계란 서로 집착과 기대요구가 클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집착을 구속을 낳고 기대요구는 만족보다는 대부분 불평분노를 낳습니다. 처음엔 서로 자유롭게 만나 서로 더 행복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정작 살면서 서로 상대에게 기대와 욕구를 투사하다보니 점점 더 문제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상대가 기대수준과 정반대의 언행을 오랜 세월 반복한다면 오히려 남보다도 못한 원수가 되고 맙니다. 모든 관계는 사실 상호적이라고 하지만 대다수는 자기 잘못을 돌이켜보기보단 상대 잘못에 더 집중 해석하므로 풀기 어려운 관계가 됩니다.
한국의 종교인들 가운데 밖에선 그렇게 천사 같은데 집안에선 강압적인 폭군이나 마녀로 변하는 부모가 많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습니다만 그것 역시 우리가 가족의 기본적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권리와 의무관계가 아니라 해탈심으로 무한 봉사와 참여가 필요한 곳입니다.
가족과 집이란 한마디로 내 욕망과 기대를 충족시키는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정화하여 맑고 평화롭게 함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줘야하지요. 가족은 내 기대와 욕망을 충족시키는 곳이 아니라 나로 인하여 그들이 얼마만큼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꽃피어나는가, 즉 우리들 삶의 꽃을 피워내는 화분입니다.
이렇게 내 관점을 바꾸면 가족에 대해 내 욕구와 기대만을 자꾸 표현할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무얼 바라며 내게 무얼 기대하는지, 그리고 내가 그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보다 더 차분하고 지혜롭게 통찰됩니다.
이것은 먼저 나의 주관적 욕망과 기대를 내려놓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다만 부모로서 또는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최선을 다할 뿐 그들에게 욕구기대를 강하게 요구하기보다는 자상한 배려가운데 차분하게 권유와 충고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내가 변하기위해선 먼저 내 욕구와 기대로부터 벗어나 있어야 합니다.
무조건 욕구와 기대를 갖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필요하면 하지만 그러나 욕구와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동반되는 분노와 갈등에서 늘 자유롭게 벗어나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그런 상태에서 하는 대화가 더욱 설득력이 있고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한국의 대다수 부모는 무작정 자녀들에게 과잉사랑을 베풀다보니 자녀들에게 오히려 의존심을 키우거나 그런 게 당연한 자녀의 권리인양 착각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이 역시 자녀에 대한 집착과 바른 홀로서기에 대한 무지가 자녀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됨을 몰라서 생겨난 탐진치 현상의 결과입니다.
가족으로부터 해탈이라 하니까 가족을 등한시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자기도 모르게 흑백논리(펜듈럼)현상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우린 모두 영(神靈)적으로는 서로 자유하며 평등한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따라서 서로 사랑하고 도울지언정 욕망과 기대의 대상으로만 삼아선 안 됩니다.
사랑하고 이끌어주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자유하게 내버려두십시오. [내 뜻대로 마옵시고 당신 뜻대로 하옵소서]가 비단 하나님에 대한 기도가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도 해당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가족에 대한 집착과 기대욕구로부터 내가 먼저 해탈해야 합니다.
네가 더 이상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 아닐 때 나는 너를 맑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네가 내 욕망에 기초한 기대의 투사대상이 아닐 때 네가 다소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내가 더 이상 기대치와 바램의 희생양이 아닐 때 나는 나에게 미소지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모든 너와 나의 욕구와 기대로부터 해탈할 때 즉각 실현됩니다.
글 | 김연수 한양특허 대표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