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 집중이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주요 경쟁국인 일본이나 독일과 비교해도 한국의 수출 품목 포트폴리오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일보가 국제무역센터(ITC)의 국가별 무역통계(HS 6단위 기준)와 한국무역협회의 수출통계(MTI 기준) 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지난해 수출 6332억 달러 중 반도체가 986억 달러로 15.6%를 차지해 반도체 쏠림이 뚜렷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을 한국의 경쟁국으로 한정하면 정도는 심하지 않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대만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 비중이 43.2%에 달했다. 한국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한국 수출의 특징이 반도체 쏠림이라면 대만은 '반도체 올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특정 품목에 대한 쏠림도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일본을 보면 지난해에는 자동차 수출 비중이 17.2%로 자동차 쏠림이 두드러졌다. 한국의 반도체 쏠림보다 1.6%포인트 높았다. 또 다른 경쟁국인 독일은 일반기계가 16.8%, 이탈리아도 일반기계가 18.3%로 쏠림이 심했다.
다만 프랑스는 한국보다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낮았다. 지난해 프랑스의 수출 1위 품목인 일반기계 비중은 12.3%에 그쳤다. 한국의 반도체 비중보다 3.3%포인트 낮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실적을 보면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가 11.2%, 일반기계가 8.5%, 석유제품이 8.2%, 석유화학이 7.3%, 철강이 5.6%, 자동차부품이 3.6%, 선박이 3.4%, 디스플레이가 2.9%, 무선통신이 2.4% 순으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우리 수출은 경쟁국과 비교해 품목 포트폴리오가 다채로운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2차전지 생산이 국내에서 이뤄져 그대로 수출 실적에 포함됐다면 한국의 반도체 쏠림은 지금보다 완화됐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지난해 2차전지 수출실적은 98억 3000만 달러로 비중은 1.6%였지만 해외생산 비중이 90%를 넘었고 이 생산분은 수출실적에서 제외돼 있다.
그럼에도 절대적인 반도체 쏠림을 완화하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반도체는 세계 경기변동에 민감한 품목이다. 반도체의 한국 경제 기여도가 큰 만큼 반도체 시장이 침체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호황의 경우에는 반도체 착시에 가려 다른 산업의 경쟁력 실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장상식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는 경기 흐름에 민감하기 때문에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다른 품목의 수출을 촉진해야 한다. 일반 기계나 자동차 등 다른 품목에 치우치는 것보다 반도체에 치우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반도체 이외 품목의 수출액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를 높여 무역수지까지 개선해야 한다고 장 실장은 강조했다. 한국의 반도체를 제외한 무역수지는 2018년부터 올해(1분기)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수지 전체로는 올해 플러스로 돌아선 것과 상반된다.
반도체 쏠림뿐 아니라 수출 대상국이 미국과 중국 등에 편중돼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작년의 수출의 대미·대중의 비율은 42%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수출경기 회복력 강화-하반기 수출 리스크 요인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확산이 가져올 규제 변화와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경제 블록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