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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편 衛 靈 公 ( 위 령 공 )
♣ 문구가 짧은 것이 특색이며 수신과 처세에 관한 구절이 많다.
子曰 君子는 固窮이니 小人은 窮斯濫矣니라.
자왈 군자 고궁 소인 궁사람의
군자는 곤궁을 잘 견딜 수 있지만 소인은 곤궁해지면 마구 행동을 한다.
子曰 可與言而不與之言이면 失人이오 不可與言而與之言이면 失言이니
자왈 가여언이불여지언 실인 불가여언이여지언 실언
知者는 不失人이며 亦不失言이니라.
지자 불실인 역불실언
더불어 말할 만한 사람인데 그와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말 할만 사람이 안되는 데도 말을 하면 말을 잃고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도 잃지 않고 또한 말도 잃지 않는다.
子曰 志士仁人은 無求生以害仁이오 有殺身以成仁이니라.
지사인인 무구생이해인 유살신이성인
뜻이 있는 선비와 어진사람은 삶을 위하여 인을 해치지 않으며 자신을 죽여 인을 이룩하는 일은 있다. (이 구절에서 살신성인이 나옴)
子曰 人無遠慮면 必有近憂니라.
인무원려 필유근우
사람이 먼 앞날을 걱정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시일에 근심이 생긴다.
子曰 躬自厚而薄責於人이면 則遠怨矣니라.
궁자후이박책어인 즉원원의
자신을 꾸짖기는 엄하게 하고 남을 책망하길 가볍게 하면 남의 원망하는 소리를 멀리할 수 있다
子曰 君子는 求諸己오 小人은 求諸人이니라.
군자 구저기 소인 구저인
군자는 모든 책임의 소재를 자신에서 구하나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子貢이 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이까
자공 문왈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
子曰 其恕乎인저 己所不欲을 勿施於人이니라.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자공이 한마디의 말로 평생토록 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묻자 그것은 오직 서(용서) 이니라.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 것이니라.
子曰 衆惡之라도 必察焉하며 衆好之라도 必察焉이니라.
중오지 필찰언 중호지 필찰언
여러 사람이 미워하여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며 여러 사람이 좋아해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子曰 人能弘道오 非道弘人이니라.
인능홍도 비도홍인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子曰 不而不改 是謂過矣니라.
불이불개 시위과의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것을 일러 잘못이라 한다.
子曰 君子는 貞而不諒이니라.
군자 정이불량
군자는 굳고 바르나 소신을 맹목적으로 고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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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편 衛 靈 公
<제1장>
衛靈公이 問陳於孔子한대 孔子ㅣ 對曰俎豆之事는
則嘗聞之矣어니와 軍旅之事는 未之學也ㅣ라 하시고
明日에 遂行하시다
衛:호위할 위. 俎:도마 조. 遂:드디어 수.
위령공이 공자께 진을 묻자온대 공자 대답하여 가라사대 조두의 일을 일찍이 들었거니와 군려의 일은 배우지 못했노라 하시고 다음날에 마침내 떠나시다.
陳은 謂軍旅行伍之列이라 俎豆는 禮器라 尹氏 曰衛靈公은 無道之君也ㅣ라
復有志於戰伐之事라 故로 答以未學而去之시니라
진은 군대 항오의 대열을 이름이라. 조두는 예기라. 윤씨 가로대 위령공은 무도한 인군이라. 다시 전벌의 일에 뜻을 둠이라. 그러므로 써 배우지 아니했노라고 대답하시고 떠나셨느니라.
在陳絶糧하니 從者ㅣ 病하야 莫能興이러니
진나라에 있어 양식이 떨어지니 따르는 자들이 병들어 능히 일어나지 못하더니
孔子ㅣ 去衛適陳하시니라 興은 起也ㅣ라
공자가 위나라를 떠나 진나라로 가셨느니라. 흥은 일어남이라.
子路ㅣ 慍見曰君子ㅣ 亦有窮乎ㅣ잇가
子ㅣ 曰君子ㅣ 固窮이니 小人은 窮斯濫矣니라
자로가 성내며 뵙고 가로대 군자가 또한 궁함이 있나잇가? 공자 가라사대 군자는 궁할수록 견고하니 소인은 궁할수록 이에 넘치느니라(분수밖의 짓을 하느니라). 慍:성낼 온. 窮:다할 궁. 濫:넘칠 람.
何氏 曰濫은 溢也ㅣ라 言君子도 固有窮時호대 不若小人이 窮則放溢爲非라 程子ㅣ 曰固窮者는 固守其窮이라 하시니 亦通이라
○愚ㅣ 謂聖人은 當行而行하야 無所顧慮하고 處困而亨하야 無所怨悔를 於此可見矣하니 學者ㅣ 宜深味之니라
하씨 가로대 남은 넘침이라. 군자도 진실로 궁한 때가 있으나 소인이 궁하면 방탕하고 넘쳐서 그릇된 짓을 하는 것처럼 하지 않느니라. 정자 가라사대 고궁이라는 것은 그 궁함을 견고히 한다 하시니 또한 통하니라.
○우가 이르되 성인은 마땅히 행해야 함에 행하여 고려하는 바가 없고 곤한데 처하여도 형통하여(『주역』 困괘에 “困은 亨코 … 險以說하야 困而不失其所亨하니 其唯君子乎인저”라 하였다.) 원망하고 후회하는 바가 없음을 이에 가히 보니 배우는 자가 마땅히 깊이 맛보아야 하니라.
<제2장>
子ㅣ 曰賜也아 女ㅣ 以予로 爲多學而識之者與아
공자 가라사대 사(자공)야, 너는 나로써 많이 배워서 기억하는 자라 하느냐.
賜: 줄 사. 識 : 알 식, 여기서는 ‘기억할 지, 기록할 지’
子貢之學은 多而能識矣니 夫子ㅣ 欲其知所本也ㅣ라 故로 問而發之시니라
자공의 배움은 많아서 능히 기록(기억)하니, 부자가 그 근본을 알게 하고자 하심이라. 그러므로 물으면서 유발하심이라.
對曰然하이다 非與잇가
대답하여 가로대 그러하이다. 그렇지 않나잇가?
方信而忽疑하니 蓋其積學功至而亦將有得也ㅣ라
바야흐로 믿고 홀연히 의심하니 대개 그 배움이 쌓이고 공이 지극하여 또한 장차 얻음이 있음이라.
曰非也ㅣ라 予는 一以貫之니라
가라사대 아니라. 나는 하나로써 꿰느니라.
說見第四篇이라 然이나 彼는 以行言而此는 以知言也ㅣ라
○謝氏 曰聖人之道ㅣ 大矣니 人不能遍觀而盡識이오 宜其以爲多學而識之也ㅣ라 然이나 聖人이 豈務博者哉시리오 如天之於衆形에 匪物物刻而雕之也ㅣ라 故로 曰予ㅣ 一以貫之, 德猶如毛, 毛猶有倫, 上天之載無聲無臭아 至矣라 하시니라
尹氏 曰孔子之於曾子에 不待其問而直告之以此하사대 曾子ㅣ 復深喩之曰唯라 하시고 若子貢則先發其疑而後告之하사대 而子貢이 終亦不能如曾子之唯也하니 二子所學之淺深을 於此可見이라 愚는 按夫子之於子貢에 屢有以發之하시고 而他人은 不與焉하니 則顔曾以下로 諸子所學之淺深을 又可見矣로다
설명이 제4편(제15장)에 나타나니라. 그러나 그것은 행동으로 말씀하심이고, 이것은 지로써 말씀하심이라.
○사씨 가로대 성인의 도가 크니, 사람이 능히 두루 보아 다 알지 못하고 마땅히 그 써 많이 배워 기억하는 것으로 여기니라. 그러나 성인이 어찌 박학에 힘쓰시리오. 하늘이 모든 형체에 물건마다 새기고 아로새기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가라사대 나는 하나로써 꿰었다 하고, (『중용』제33장에서) 덕은 오히려 터럭과 같다 하고, 터럭은 오히려 비교가 있다 하고, 하늘의 실음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하니 지극하다 하시니라.
윤씨 가로대 공자가 증자에게 그 물음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이로써 가르치셨는데, 증자가 다시 깊이 깨닫고 ‘예’라 하시고, 자공 같은 이는 먼저 그 의심을 유발한 뒤에 가르치셨는데 자공이 마침내 또한 능히 증자가 예라 한 것과 같지 못하니, (같은 제자라도) 두 분의 배운 바가 얕고 깊음을 이에서 가히 볼 수 있음이라. 우는 상고하건대 부자께서 자공에게 여러 번 써 유발하시고 다른 사람은 참여하지 아니했으니, 안자 증자 아래로 모든 제자들이 배우는 바의 얕고 깊음을 또한 가히 볼 수 있도다.
<제3장>
子ㅣ 曰由아 知德者ㅣ 鮮矣니라
공자 가라사대 유야, 덕을 아는 자가 적으니라.
由는 呼子路之名而告之也ㅣ라 德은 謂義理之得於己者ㅣ니 非己有之면 不能知其意味之實也ㅣ라
○自第一章至此는 疑皆一時之言이오 此章은 蓋爲慍見發也ㅣ라
유는 자로의 이름을 불러서 가르치심이라. 덕은 의리를 자기 몸에 얻음을 이름이니 몸에 두지 아니하며 능히 그 의미의 실상을 알지 못하니라. 제1장부터 이곳까지는 아마도 다 한 때의 말이고, 이 장은 대개 온현(陳蔡絶糧의 시기에 자로가 공자에게 성을 내면서 뵙고 말한 곳)부터 개발하신 말씀이라.
<제4장>
子ㅣ 曰無爲而治者는 其舜也與신저 夫何爲哉시리오
恭己正南面而已矣시니라
舜:순임금 순.
공자 가라사대 하옴이 없이 다스린 자는 그 순임금인저, 무릇 무엇을 하시리오. 몸을 공순히 하고 바르게 남쪽을 향할 뿐이시니라
[본문 해설]
주역 계사하전 제2장에 “黃帝堯舜이 垂衣裳而天下治하니 蓋取諸乾坤하고(황제요순이 의상을 드리우고 천하를 다스리니 대개 저 건곤괘에서 취하고)”라는 대목이 있다. 이것이 곧 無爲治를 말한 것이다.
無爲而治者는 聖人德盛而民化하야 不待其有所作爲也ㅣ라 獨稱舜者는 紹堯之後而又得人하야 以任衆職이라 故로 尤不見其有爲之迹也ㅣ라 恭己者는 聖人敬德之容이니 旣無所爲면 則人之所見이 如此而已니라
하옴이 없이 다스린다는 것은 성인의 덕이 성하고 백성이 감화하야 그 작위하는 바가 있음을 기다리지 아니함이라. 홀로 순을 일컬은 것은 요의 뒤를 잇고 또 사람을 얻어서 써 여러 직책을 맡김이라. 그러므로 더욱 그 하옴이 있는 자취를 볼 수 없음이라. 몸을 공순히 한다는 것은 성인이 덕을 공경하는 모습이니 이미 하는 바가 없으면 사람이 보는 바가 이와 같을 뿐이니라.
<제5장>
子張이 問行한대
자장이 행실을 묻자온대
[본문 해설]
“人之處世ㅣ 必何如而後行無不利乎잇가(사람이 세상에 처신하는데, 반드시 어떻게 한 뒤라야 이로움이 있겠습니까?)하는 말과 같다.
猶問達之意也ㅣ라
‘어찌해야 달합니까’(안연편 제20장) 하는 물음과 같음이라.
子ㅣ 曰言忠信하며 行篤敬이면 雖蠻貊之邦이라도
行矣어니와 言不忠信하며 行不篤敬이면 雖州里나 行乎哉아
蠻:오랑캐 만. 貊:북오랄캐 맥.
공자 가라사대 말이 충성되고 미쁘며 행실이 돈독하고 공경하면 비록 만맥의 나라라도 가려니와 말이 충성되고 미쁘지 못하며 행실이 돈독하고 공경하지 못하면 비록 주리(이웃마을)나 가랴.
子張이 意典行於外라 故로 夫子ㅣ 反於身而言之시니
猶答干祿問達之意也ㅣ라 篤은 厚也ㅣ라 蠻은 南蠻이오
貊은 北狄이라 二千五百家ㅣ 爲州라
자장은 뜻이 행실 밖에 있음이라. 그러므로 부자가 몸에 돌이킴으로(몸을 반성함으로) 말씀하시니 간록(위정편 제18장) 문달에 답한 뜻과 같음이라. 독은 후함이라. 만은 남만이고, 맥은 북적이라. 이천오백가가 한 고을이 되니라.
立則見其參於前也ㅣ오 在輿則見其倚於衡也ㅣ니 夫然後行이니라
서면 그 앞에 참여함을 보고, 수레에 있으면 그 멍에에 의지함을 볼지니 무릇 그런 연후에 행할 지니라.
參 : 참여할 참. 衡 : 저울대 형, 비낄 횡, 여기서는 ‘멍에 횡’. 輿:수레 여.
[본문 해설]
서 있으면 앞에 솔선해서 참여한 것을 볼 수 있고, 수레를 타고 가면 멍에에 의지하게 되니, 솔선수범한 모습이다. 이렇게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되어야 행실이 옳게 행해진다.
其者는 指忠信篤敬而言이라 參은 讀如毋往參焉之參이니 言與我相參也ㅣ라 衡은 軛也ㅣ라 言其於忠信篤敬에 念念不忘하며 隨其所在에 常若有見하야 雖欲頃刻離之라도 而不可得然後에 一言一行이 自然不離於忠信篤敬하여야 而蠻貊도 可行也ㅣ라
其라는 것은 충신독경을 가리켜 말함이라. 참은 (『曲禮』에 나오는) 毋往參焉의 참과 같으니 나와 더불어 서로 참여함을 말함이라. 형은 멍에라. 말하건대 그 충신독경에 늘 염두에 두고 잊지 아니하며 그 있는 바를 따라서 항상 보는 것 같아서 비록 잠깐이라도 떠나고자 하더라도 가히 얻지(떠나지) 못한 연후에 한 말과 한 행실이 자연히 충신독경에 떠나지 아니하여야 만맥도 가히 갈 수 있음이라.
軛 : 멍에 액
子張이 書諸紳하니라
자장이 저 큰 띠에 기록하니라. 紳:큰 띠 신.
[본문 해설]
자장은 늘 큰 띠를 두르고 다니면서 공자의 좋은 말씀을 들으면 그 띠에 꼭 기록하고 항상 외우고 다녔다.
紳은 大帶之垂者라 書之는 欲其不忘也ㅣ라
○程子ㅣ 曰學要鞭辟近裏하야 著己而已니 博學而篤志요 切問而近思라 言忠信, 行篤敬하야 立則見其參於前이오 在輿則見其依於衡이니 卽此是學質美者ㅣ라 明得盡査滓하고 便渾化하야 却與天地同體요 其次惟莊敬以持養之니 及其至하야는 則一也ㅣ라
신은 큰 띠를 드리운 것이라. 서지는 그 잊지 않고자 함이라.
○정자 가라사대 배움의 중요함은 채찍질하여 말을 몰아 속으로 가까이하여 몸에 붙일 뿐이니, 배움을 널리하고 뜻을 돈독히 함이요 물음을 간절히 하고 생각을 가까이 함이라(此는 致知之鞭辟近裏著己者라). 말은 충신하고 행실은 독경하여 서면 그 앞에 참여함을 보고 수레에 있으면 그 멍에에 의지함을 봄이니(此는 力行之鞭辟近裏著己者라) 곧 이것은 배움의 바탕이 아름다운 것이라. 찌꺼기를 다 없애고 문득 혼화하여 도리어 천지와 더불어 동체로 하고 그 다음은 씩씩하고 공경하여서 써 갖고 기르는 것이니 그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한가지임을 밝힌 것이라.
鞭 : 채찍 편. 辟 : 말 몰 벽. 著 : 여기서는 ‘붙일 착’ . 査 : 찌꺼기 사. 滓 : 찌꺼기 재
<제6장>
子ㅣ 曰直哉라 史魚ㅣ여 邦有道애 如矢하며 邦無道애 如矢로다
공자 가라사대 곧도다 사어여, 나라에 도가 있음에 화살과 같으며 나라에 도가 없음에 화살과 같도다.
史는 官名이오 魚는 衛大夫니 名은 鰌라 如矢는 言直也ㅣ라 史魚ㅣ 自以不能進賢退不肖하고 旣死에 猶以尸諫이라 故로 夫子ㅣ 稱其直하시니 事見家語하니라
사는 벼슬 이름이고 어는 위나라 대부니 이름은 추라. 여시는 곧음을 말함이라. 사어가 능히 어진 이를 나아가게 하고 불초한 이를 물러나게 못했으니 이미 죽음에 오히려 시체로써 간했느니라. 그러므로 부작 그 곧음을 칭찬하시니 일이 『가어』에 나타나니라.
君子哉라 蘧伯玉이여 邦有道則仕하고 邦無道則可卷而懷之로다
군자이라, 거백옥이여. 나라에 도가 없으면 벼슬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가히 거두어서 감추도다.
伯玉出處는 合於聖人之道라 故로 曰君子라 卷은 收也ㅣ오 懷는 藏也ㅣ니 如於孫林父, 甯殖이 放弑之謀에 不對而出이 亦其事也ㅣ라
○楊氏 曰史魚之直은 未盡君子之道어니와 若蘧伯玉然後에 可免於難世니 若史魚之如矢則雖欲卷而懷之나 有不可得也ㅣ니라
거백옥의 출처는 성인의 도에 합당함이라. 그러므로 가라사대 군자라. 권은 거둠이고, 회는 감춤이니 손림보와 영식이 (임금을) 쫓아내고 시해하자는 모의에 (거백옥은) 상대하지 않고 떠나간 것과 같으니 또한 그 일이라.
○양씨 가로대 사어의 곧음은 군자의 도를 다하지 못했거니와 거백옥 같은 연후에 가히 난세를 면할 것이니, 만약 사어의 화살과 같음이라면 비록 거둬서 숨고자 하나 가히 얻지 못하리라(사어는 화살과 같기에 물러날 때 물러날 줄 모르고 자칫하면 개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
甯 : 차라리 녕.
<제7장>
子ㅣ 曰可與言而不與之言이면 失人이오 不可與言而與之言이면 失言이니 知者는 不失人하며 亦不失言이니라
공자 가라사대 가히 더불어 말할 만한대 더불어 말하지 아니하면 사람을 잃고, 가히 더불어 말하지 못할진댄 더불어 말을 하면 말을 잃으니, 아는 자는 사람을 잃지 아니하면 또한 말을 잃지 아니하니라.
[본문 해설]
더불어서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해야 할 때는 꼭 해야 하고, 바른 말을 해야 할 때는 바른 말을 해야 하고, 간해야 할 때는 간해야 하는데 이럴 때 묵묵부답으로 있으면서 흉물이나 피우려고 하고 눈치보면서 제 보신이나 하려고 하고 인심이나 사려고 하면 안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을 잃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서 말을 해야 하지 말아야 할 때 덮어놓고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다면 이것은 실언이 되는 것이다. 말은 천금과 같기에 함부로 내뱉지 말아야 한다.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면 말을 해야 할 때 꼭 하면서 사람을 설득시키고 감동시키면서 뜻을 같이 하게 하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기에 식언(食言)할 일이 없으므로 실언하지 않는다.
<제8장>
子ㅣ 曰志士仁人은 無求生以害仁이오 有殺身以成仁이니라
공자 가라사대 뜻있는 선비와 어진 사람은 삶을 구하면서 써 인을 해침이 없고, 몸을 죽여서 써 인을 이룸이 있느니라.
志士는 有志之士요 仁人은 則成德之人也ㅣ라 理當死而求生이면 則於其心에 有不安矣니 是는 害其心之德也ㅣ오 當死而死면 則心安而德全矣라
○程子ㅣ 曰實理는 得之於心自別이니 實理者는 實見得是요 實見得非也ㅣ라 古人이 有捐軀隕命者ㅣ 若不實見得이면 惡能如此리오 須是實見得이면 生不重於義하고 生不安於死也ㅣ라 故로 有殺身以成仁者ㅣ 只是成就一箇是而已니라
지사는 뜻있는 선비요, 인인은 덕을 이룬 사람이라. 이치가 마땅히 죽어야 함에 삶을 구하면 곧 그 마음에 불안이 있으니 이는 그 마음의 덕을 해치는 것이오, 마땅히 죽어야 함에 죽는다면 마음이 편안하여 덕이 온전해지니라.
○정자 가라사대 이치에 맞는다는 것은 마음에 스스로 분별하는 데에서 얻어지니, 실리라는 것은 실지로 옳음을 얻어 보고, 실지로 그릇됨을 얻어 봄이라. 옛사람이 몸을 버리고 명을 버리는 자가 실지로 보아서 얻는 것이 없다면 어찌 이와 같이(몸을 버리는 것) 하리오. 모름지기 실지로 보아 얻는다면 사는 것이 의리보다 무겁지 않고, 사는 것이 죽음보다 편안하지 못하니라. 그러므로 몸을 죽여서 써 인을 이루는 자가 다만 이에 하나의 옳은 일에 나아가 이룰 뿐이니라,
捐 : 버릴 연 隕 : 떨어질 운, 잃을 운
[앞주 해설]
『맹자』 만장 하편 제7장에서도 “志士는 不忘在溝壑이오 勇士는 不忘喪其元이라”하였다. 뜻있는 선비는 몸이 구덩이에 있음을 잊지 않고, 용사는 그 머리를 잃음을 잊지 않는다 하듯이, 인을 해쳐가며 구차스럽게 목숨을 연명한다는 것은 지사와 어진 이가 할 바가 못되기에 살신성인(殺身成仁)한다고 하였다. 안중근 의사 같은 분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제9장>
子貢이 問爲仁한대 子ㅣ 曰工欲善其事댄 必先利其器니
居是邦也하야 事其大夫之賢者하며 友其士之仁者ㅣ니라
자공이 인을 묻자온대 공자 가라사대 공인이 그 일을 잘하고자 할진댄 반드시 먼저 그 그릇을 이롭게 할지니, 이 나라에 거하면서 그 대부의 어진 자를 섬기며 그 선비의 어진 자를 벗하니라.
賢은 以事言이오 仁은 以德言이라 夫子ㅣ 嘗謂子貢이 悅不若己者라 故로 以是告之하시니 欲其有所嚴憚切磋하야 以成其德也ㅣ시니라
○程子ㅣ 曰子貢이 問爲仁은 非問仁也ㅣ라 故로 孔子ㅣ 告之以爲仁之資而已시니라
현은 일로써 말함이오, 인은 덕으로써 말함이라. 부자가 일찍이 자공이 자기만 같지 못한 이를 기뻐한다 이르시니라. 그러므로 이로써 가르치시니, 엄숙하고 꺼리고 끊고 닦아서 써 그 덕을 이루게 하고자 하심이라.
○정자 가라사대 자공이 인하는 것을 물음은 인을 물은 것이 아니라. 그러므로 공자가 인의 바탕이 되는 것으로써 가르치셨을 뿐이니라.
[앞주 해설]
공자가 보기에 자공은 늘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기가 나서 우쭐대며 좋아하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위축되는 것이 마땅찮았다. 그래서 대부 가운데 현자가 있으면 섬기고, 선비 가운데 인자가 있으면 벗으로 삼으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사람이란 엄숙한데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꺼리는 것도 있어야 하며 절차탁마로 큰 그릇을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