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아들이 박지만에게 보내는 글
박지만씨,
지만씨의 이름이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아버님의 의문사 이후 학업을 중단하고 낮에는 가게 점원으로 밤에는 포장마차에서 일을 하면서 살아가던 시절, 동창들의 입을 통해 중앙고등학교를 다니던 지만씨의 이름이 들려지면서 부터였다고 생각됩니다.
그 후 그리도 잔인했던 1980년 5월을 훈련소에서 보내고 전방에서 사병생활을 하던 때,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가 되었다는 지만씨의 소문을 심심치 않게 들었었고, 한동안 듣지 못했었던 지만씨의 이름을 내가 다시 듣게 되었던 것은 싱가폴에서 마약중독자 상담원으로 일을 하던 당시 지만씨가 마약중독으로 치료감호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지만씨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된 것은 최근 지만씨가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게재금지 가처분과 배포금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였습니다.
박지만씨,
지만씨와 나는 너무도 다른 삶의 공간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해서 나는 지만씨와는 스쳐 지나갈 기회조차도 없었고 또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지만씨가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게재금지 가처분과 배포금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제서야 지만씨에게 이런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같은 역사 속을 헤치며 살아야만 했었던 한 사람으로서 역사를 향해 다하지 못한 책임에 대한 고백 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박지만씨,
나는 지만씨의 아버지는 일황에게 충성을 바쳤던 일본군이었고 내 아버지는 일제와 맞서 싸웠던 독립군이었다거나, 지만씨의 아버지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독재자였고 내 아버지는 민주와 통일을 위해 목숨 바친 민족주의자였다는, 또는 지만씨의 아버지는 부정한 재산을 남겨 주었지만 내 아버지는 깨끗한 동전 한 닢 남겨준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역사는 역사가 스스로 평가하도록 맡겨 두라는 것입니다.
역사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몫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있었던 역사를 그대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혹자는 역사는 승자에 의한 기록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내가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인류 역사는 사필귀정이라는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신념 뿐 아니라 부정한 권력에 의해 조작되었던 인혁당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역사의 현장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식 된 입장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친일인명사전에 오르는 것을 막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결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욱 번지게 되는 것이 역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만씨가 자신에게 수치스러운 또는 불리한 사실이라는 이유로 역사를 지우고자 한다면 역사는 지만씨의 이와 같은 행동을 또 다른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박지만씨,
내 아버님은 의문의 죽임을 당하시기 불과 수 개월 전에 지만씨의 아버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이 지구상에는 수백억의 인간이 살다갔습니다. 그 중에 ‘가장’ 되었던 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죽으면 내 집이 어찌되겠는가’하는 걱정을 안고 갔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발전하여 왔습니다. 우리들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지만씨나 나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민족은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한민족의 역사는 기록되어 남겨져야 하며 또한 전해져야하는 것입니다. ‘친일인명사전’은 역사입니다. 역사가 평가하도록 남겨두어야 할 역사인 것입니다. 역사를 지우려는 오류를 범하지 말기를 다시 당부합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수용소 소장으로서 수천 명의 유대인들을 학살한 아몬 게트(Amon Goeth)의 딸은 ‘내가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미래를 위해 무언가는 해야 한다’라고 다짐하면서 생존자 중 한 사람을 만나 잔혹하고 치욕스러운 아버지의 과거를 듣고 용서를 빌게 됩니다.
박지만씨,
이제 우리는 살아서 오십대 초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짧지만 길었던 삶속에서 또한 우리는 지나온 역사가 결코 우리의 손에 의해 바뀌어 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확실히 믿는 것은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되었다는 지만씨에게 내 아버님께서 평생 가슴에 품었었고 이제는 내 가슴속에 품겨져 있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라는 글귀를 전해 드립니다. 자식에게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게재금지 가처분과 배포금지 신청을 취소하십시오. 그리하는 것이 역사와 후손들 앞에서 지만씨의 모습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우리 민족 통일을 위해 지만씨의 삶이 쓰여 지기를 빌어봅니다.
미국 커네티컷에서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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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제 삶의 자리를 뒤돌아보며 살겠습니다. 존경하는 장준하선생님께서 참 좋아하시겠습니다. 뽐내고 자랑하셔도 손색없는 아들이십니다.
동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을 참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나게 합니다. 세상에 분노하는 자가 되어야 겠습니다. 그래야 우리들은 세상을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
진정성(!)있는 글을 오랫만에 대하고 보니 참으로 가슴이 벅차고 머릿속이 깨끗하게 맑아 옵니다.호준씨 생면부지이나 오랜 지기를 만난듯 하여 반갑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기를....
하늘처럼 믿었던 일제가 패망하자 박정희는 또 잔머리를 굴려 살 궁리를 합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임시정부로 찾아가 염치 좋게 독립군에 입대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지요,, 박정희는 이 일을 소상히 알고 있는 장준하에게 한없는 열등감을 느꼈습니다.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를 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고 장준하 선생님의 아드님의 글을 이렇게 접하니 선생님이 살아 돌아 오신듯 기쁘기 한이 없습니다. 아드님과 동시대를 살아 욌던 사람으로 고 장준하선생님이 김준엽선생님등과 일본군영에서 탈출하여 임시정부까지 고난의 대장정을 하셧듯이 그렇게 힘든 세월을 견디어 내셨으리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옵니다. 힘이 들었을 지난한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신 것 같아 가슴 한켠 시려오면서도 자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땅에 진정한 평화와 통일이 이루어 질 때까지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지금은 이 역사앞에서 아들로써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생각해 보야겠지요. 저도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역시 씨가 다릅니다. ‘내가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미래를 위해 무언가는 해야 한다’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역시나 두사람 모두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이십니다......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동시대를 살아온 동년배의 오랜 지기같은 마음으로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냅니다~~힘내십시오~!
잘 읽었습니다.가슴이 감동으로 떨립니다.
오랜만에 진정성이 담긴 가슴 떨리는 글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준호 선생님 말씀처럼 박지만씨의 남은 생이 조국의 통일을 위해 쓰여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역사는 역사가 스스로 평가하도록 맡겨 두라는 것입니다. "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역시 장준하 선생님의 자제분이라 여겨 집니다. 내내 건승하십시요.
자랑스러운 아드님이군요.. 존경의 표함니다.. 그렇게 먼 그곳에서 한국에 얼을 묻고 계셨군요.. 건승하십시요..
네~~에 역사는 말 해 주고 있습니다, 먼 훗 날에 좋은 뜻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맑은 정신과 정의를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의는 언제라도 승리 입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 입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후손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겠다 싶네요
좋은 께달음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돌베개를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줌마입니다, 콩은 어디에 쓰고 팥은 어디에 쓰는지도 압니다. 콩은 콩이고 팥은 팥이지요. 그것이 그렇게 구분이 안되나요?
그런데 왜 미국에서 살아야하는 걸까요? 한국에선 누가 못살게합니까? 한국보다 미국을 좋아하는 당신은 친미입니다
우리 호적에서 빨간줄이 없어진지 얼마 안 됩니다. 삶의 선택에서 어쩔 수 없이 외국에서 살아야 했는지도 모르지요. 또 어린나이에 무엇을 이땅에서 할 수 없어서일 수도 있고요. 모나지 않은 가슴으로 전하는 말이 마음을 울립니다. 우리 모두 수치스런 조상이 되지 않도록....
멋집니다~~
저도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역사는 항상 움직임속에 진실이 드러납니다 옳곧게 살아가야지요10.08.23
가슴뭉클해지네요. 역사는살아있지요 아무리 가리려고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습니다. 저도 후손에게 아니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위해 죽을둥살둥 최선을 다 하며 삽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뒤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슴을 울리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삶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쓰일지 생각해봅니다. 고맙습니다.
용서와 화해가 넘처 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무슨 말이든 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훌룽하고 자랑스런 아드님이라 생각되 너무나도 존경스러워 경이를 표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왜 선진국이 못되는지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반성과 성찰보다는 변명하기에 바쁘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나쁜 습....부끄러운줄 알아야 합니다.
용서와 화해장......장호준 = 박지만
2세들이 무슨 업보 인가요!!
화해로써....네맘에 두분다 안으소.
같은 50세대로써....더블어서 삽시다
아름다운 동행으로 대한민국 건져내고 동남아시아....패권을 잡는데...일조 합시다
잘 잘못은 역사가 판단하리라 믿습니다.이제는 모든것이 과거사로 남게될것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지난 10대, 20대에 사상계를 통하여 장준하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함석헌 선생과 함께 민족혼을 일께우기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셨던 자취들이 새롭습니다. 혼돈스럽던 암울한 시기에 우리 민족의 희망을 젊은이에게 두고 그들에게 민족의 정체성을 잡아주시고 일깨워 주셨던 그 열절하신 염원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역시 아드님의 올곧은 뜻이 장준하선생님의 혼으로 이어져 있이어서 너무도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부디 건승하시어 꿈을 잃어버린 요즘의 우리 젊은이들에게 민족혼을 심어주는 일들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가슴에 깊이 닿는 좋은 말씀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미래를 바로 판단하고 잘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七月의 더운 날에 시원한 글로 먹먹한 가슴을 식힙니다. 역사는 억지로 지운다고 지워지는게 아니지요.
정의로운 국가로 바로서기 위해서는 역사가 바로 서야합니다. 미래의 대한민국은 정의가 살아있어야합니다.
좋은 글로 감동을 주신 장호준님께 감사드립니다.
요즈음 박정희 찬양기사가 많아지는 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한 알바들의 활동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뜻이겠지요..
만약 박근혜가 당선된다면.. 한국 돌이킬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필립핀, 멕시코, 아르헨티다, 브라질 같은 전형적인 천민자본주의 나라가 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오랫동안 사상계를 통하여 붓을 꺾지 않으셨던 장 준하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그 아드님이 참으로 점잖게 좋은 말씀으로 박 지만씨에게 글을 쓰셨는데 댓글 다는 분들 중 길 벗 이라는 분 그렇게 잘 생긴 분입니까..왜 박 정희 대통령을 씹는 겁니까.. 그 분 아니면 오늘의 한국이 있었나요.. 한 번 더 그리 쓰면 내 70 이지만 아직 살아있는 3단 옆차기로 가만두지 않겠어요. 몹쓸 사람 같으니..
친일파 는 우리나라 에서 다 사라져라 !
만주 벌판에서 우리의 독립운동가 에게 총질한 새끼 들은 유관순 안중근 이봉창 열사들이
용서치 않으리라.
우리나라 의 경제 성장 은 근로자 들의 피 와 살 을 깍아먹고 이루어졌다.
친일파 독재자를 두둔하는 자는
하늘의 벌을 받아야 한다
나이를 드셨으면 나이값을 하셔야지요
부끄러운줄을 아시요~~!!!
대인배의 글을 모처럼 읽어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유치하다 과거 38년전에 일을 지금에와서 다시 들먹인다는것이
역사는 역사 그 자체로 남게 하라는 아드님의 말씀에 가슴이 뭉클하네요.
최근 내려진 장준하님의 무죄선고도 그렇고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음을 믿습니다.
저부터 맑은 정신으로 살아야 겠네요.
이런자료 올려주신 지기님께 감사드립니다.
명진스님을 몇차례 뵙게 되면서, 장준하 선생님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 나라만 생각 하면, 가슴이 몹시 답답 합니다
내 민족과 내 나라,,
참으로 기구하고 안타까워 말조차 하기가 힘들어 집니다.기도할 힘이라도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온 마음을 다하여 동의합니다
민족의 자존심 고 장준하선생님
우리 마음 속 깊은 진실의 불꽃입니다
인류 역사는 <사필귀정>원리로 움직인다..말씀이 맘에 남습니다.저 역시 이 말을 참 좋아하고,,세싱을 살며 저마다 억울함이 있는 삶들이 주술처럼 되뇌일 문구일 겁니다..일제 강점기 이후의 우리 역사...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옷 한 벌을 완전히 버린, 우리 근현대사를 새롭게 올바르게 바꿀 힘을 가동하는 미래의 작은 시발점은 친일인사명부기록 공개이겠지요..지지하고 응원합니다..또,아비의 치부를 가리고 싶어하는 아들 박지만의 부끄러워야 해야 할 특권층 의식,선민 의식을 혐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