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의 기억이 하나 떠올려집니다. 아마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은데, 담임 선생님께서는 산수(요즘에는 초등학교에서도 수학이라고 한다면서요? 하지만 제 때에는 산수라고 했기 때문에 산수라고 씁니다)를 무척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채점을 한 시험지를 나눠주시고는 먼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100점 맞은 사람 일어나.”
한두 명이 자랑스럽게 일어납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열심히 한 이 친구들에게 ‘박수’를 쳐주라고 말합니다. 박수를 치고 난 뒤에는 이번에는 “60점 이하 일어나.”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리고는 반평균을 깎아 먹는 X이라는 말, 돌대가리라는 말 등을 퍼부으시면서 사랑의 매를 때리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60점만 되어도 잘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00점에 비교하면 형편없이 낮은 점수라고 할 수 있지만, 틀린 것보다 맞은 것이 더 많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우리의 삶이 꼭 100점처럼 완벽할 수 없습니다. 절반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합니다. 제가 사제 서품 받기 전에 어떤 선배신부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본당신자 100%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정말로 훌륭한 신부일까? 아니야.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어. 딱 51%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도 훌륭한 신부야.”
다른 이들을 누르고서 1등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이 꼭 성공한 인생이 아닙니다. 최고만을 지향하다보니 다른 이들이 경쟁상대로만 보이고, 그래서 늘 혼자만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과연 행복할까요? 그보다는 절반 정도의 삶을 살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삶, 그러면서 절반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면 진짜로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이 세상 안에서 최고의 자리를 탐내지 마십시오. 또한 나만을 생각하는 삶도 살아서는 안 됩니다. 밀알 하나가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나의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함께 하는 삶이야말로 진짜 성공의 삶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만이 바로 주님께서 말씀하신 하늘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순간의 만족을 주는 이 세상의 1등 삶이 아니라, 영원한 만족을 주는 하느님 나라에서의 1등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 갖추고 있는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나를 당장 죽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