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비슷하게 생긴 나치 문양(하켄크로이츠)과 만卍 자, 히틀러는 불교를 믿었나?

32 비슷하게 생긴 나치 문양(하켄크로이츠)과 만卍 자, 히틀러는 불교를 믿었나? 흔히 나치로 불리는 나치스Nazi는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악랄한 사고뭉치로 평가된다. 아돌프 히틀러가 창당한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의 준말로 반유대주의 게르만족지상주의 반민주주의 등 온갖 못된 이념으로 무장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패배와 경제대공황으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독일 국민은 ‘강한 조국’을 외치며 꼬드기는 히틀러에게 나라를 맡겼다.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한 이후 벌어진 사태는 모두가 익히 아는 바다. 제2차 세계대전과 유태인 대량 학살로 유럽은 아비규환이 됐다. 종전된 지 70년이 넘은 오늘날까지, 독일 정부는 여기저기 백배사죄하면서 히틀러와 그의 추종자들이 싸놓은 똥을 치우고 있다. 세계대전 이후 독일군은 한동안 악당의 대명사였다. 승전국인 미국에서 제작된 전쟁 영화에서 이들은 누구보다 잔인하고 냉혹했는데, 악역이어서 언제나 졌다. 어린 시절 TV에서 이런 영화를 많이 틀어줬다. 뒷목까지 덮는 철모 그리고 각진 'S' 자 두 개를 45도로 눕혀 겹쳐 놓은 나치 문양은 여전히 뇌리에 선명하다. 그들의 새빨간 깃발과 완장에 보이는 이것은 독일식 이름으로 ‘하켄크로이츠’라 한다. 하켄haken은 영어의 '훅스hooks'와 같은 뜻으로 갈고리를 지칭한다. 크로이츠kreuz는 영어로 크로스cross, 곧 갈고리십자가라는 의미다. 국가사회주의 Staatssozialismus의 약자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불교의 '만’자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양새다. 형태적 유사성은 고대의 인류문화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만 자는 산스크리트로 ‘스와스띠까'라고 부른다. 비단 불교만이 아니라 힌두교를 포함한 인도 권역에서 길조吉兆의 아이콘으로 널리 쓰였다. 최초의 진원지는 세계 4대 문명 가운데 하나로 인도 서북부에 걸친 인더스 문명이었다. 불교의 유산으로 흡수된 유래는 이른바 '32 상相 80종호種好' 때문으로 추정된다. 부처님의 비범한 신체적 특징을 가리키는데, 백호는 32 상 가운데 하나다. 당신의 미간에 난 흰 털인데, 나선형으로 돌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돌아가는 방향이 ‘’卍”자 모양인 것이다. 여기서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뿜어져 나온다고 전한다. 경주 석굴암 부처님의 이마에 박힌 보석이 은유하는 ‘무량한 자비광명’과도 맥락이 닿는다. 물론 히틀러가 불자였던 것은 아니다. 하켄크로이츠는 아무리 봐도 성스럽다기보다는 차갑고 예리하다. 히틀러는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자비와 평화가 아닌, 공격과 약탈의 상징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대중 연설을 하고 주변국을 침략하고 무고한 양민을 가스실로 보낼 때 마다, 그가 걸핏하면 들먹이던 게 ‘아리안족族의 영광’이다. 아리안족은 과거 인도에서 거주하던 게르만족의 조상이다. 한편 본래 인더스 문명을 일으키고 지배하던 민족은 드라비다족이었다. 아리안족에 의해 멸망했는데, 그들은 흑인이었다. 현대인에게도 우주는 신비하거니와 옛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충격과 감동이었을까 싶다. 또한 실존적 질곡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은 기독교인에게나 불교인에게나 다를 바가 없다. 사실 알고 보면 ‘하켄크로이츠’는 ‘卍’자이든 은하계를 형상화한 것이다. 뒤집으면 동일한 형상이다. 둘 다 소원 성취를 위한 영물로 받아들여졌다. 그 목표가 가정의 행복이었든 또는 세계 정복이었든. 여하튼 괜한 오해를 피하자는 취지에서 이즈막엔 삼보륜을 불교의 표식으로 정착시키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005년 특허청 등록이 완료된 대한불교조계종의 문장紋章이다. 괴색 바탕에 불법승 삼보와 계정혜 삼학을 동시에 가리키는 세 개의 점 그리고 일원상一圓相인 두터운 원을 결합해 만들었다. 사부대중의 화합, 신앙과 포교를 통해 불국정토를 실현하겠다는 원력을 담았다. ‘卍’이 은유하는 전법의 수레바퀴인 법륜과도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