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상가에 자리한 국밥집에 가기 전 주변을 배회하며 한껏 차오른 배를 진정시켰다.
아직 갈 길이 먼데 벌써 배가 부르다니, 안 될 말이다.
‘소문난 집 추어탕’은 낙원상가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낙원상가 입구에 자리한데다 근처 가게들에 비해 눈에 띄게 큰 간판을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탑골공원을 찾는 어르신들은 보통 ‘어이, 소문난 집 앞에서 만나세’라며
약속 장소를 정한다. 가게 역사도 무려 48년이나 된다.
간판에는 ‘추어탕’ 전문점인 것처럼 써 있지만, 막상 이곳에 추어탕은 없다.
의아하게 생각할 틈도 없이 가게로 들어서자마자 주인은 우거지국밥 한 그릇을 차려낸다.
“메뉴는 이것 하나인가요?”라고 묻자 ‘뭘 그런 걸 묻느냐’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리고 건조한 말투로 “처음에는 추어탕도 하다가 수지가 안 맞아서
5년 전에 그만뒀지”라고 답한다.
보통 때 같으면 이런 모습을 ‘불친절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48년 역사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 덕인지 주인의 그런 무뚝뚝함이 카리스마처럼
느껴진다. 우거지국밥 값은 1,500원. 우거지 양도 넉넉한 편이고, 나름대로
고기 국물처럼 기름도 동동 떠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공깃밥을 말아 먹으면 한 끼 식사로 훌륭하다.
탑골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오는 어르신들이 많은 편.
통나무를 썰어 만든 투박한 테이블에는 세월의 때가 묻어 있다.
기름때와 사람 냄새가 밴 듯한, 그 끈적거리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다.
비가 올 때 찾으면 꽤 운치가 있을 것 같다. 200원짜리 ‘잔술’도 판매한다.
찬장처럼 보이는 곳에는 누군가가 남기고 간 듯 ‘키핑’된 소주병도 놓여 있다.
| 필름포럼 매표소 출구, 오른편에 위치
|
첫댓글 우와..일부러는 아니더라도 근처갈일 있으면 들릴만 한데요..잔치국수 좋아하는데
찾아서라도 ..가봐야겟네요...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