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vs 추신수, 누가 최고타자일까(2)[더 스포츠] ‘포스트 이승엽’ 넘어 ‘추신수 시대’ 개막하나
김재박 감독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승엽의 부재를 아쉬워했지만 끝내 추신수를 부르지 않았다. 이승엽이 없는 마당에 왼손 중거리포로는 추신수만한 대안이 없었지만, 김 감독은 추신수를 단호히 제외했고, 결과는 알려진 대로 ‘도하참사’로 이어졌다.비록 추신수가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에게는 그저 “그만한 선수”였을 뿐이다. 일본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과 비교할만한 클래스의 선수가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그동안 국내리그의 척박한 환경에서 고생해온 “그만한 선수”들을 챙기고 싶었던 마음이 우선이었지만, 어쨌든 추신수는 ‘감히’ 이승엽의 비교대상이 아니었던 셈이다.추신수는 짙은 아쉬움 속에 이를 악물었고 더 성장했다. 올해 2년 연속 3할에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고, 이는 110년 클리블랜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기에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외야 수비력도 돋보인다. 추신수는 올해 보살 14개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외야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진정한 ‘5툴 플레이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4년 만의 ‘아시안게임 재수’에 성공한 추신수는 5게임에서 타율 0.571(14타수 8안타)에 3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상대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꺼리는 바람에 볼넷도 6개나 얻어냈다. 조별리그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터트린 연타석홈런도 화제를 모았지만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무릎 밑으로 크게 떨어지는 볼을 끌어올려 홈런을 만드는 장면은 압권이었다.대만과의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 추신수는 1회 1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날려 선제타점을 올린 뒤 2-1로 쫓긴 3회 무사 2루에서 적시타를 때려내 천금 같은 타점을 추가하며 금메달에 일등공신이 됐다. 마치 지난 10여년간 한국야구를 대표하며 상대 투수들을 위축시켰던 이승엽의 모습을 연상시켰고, ‘포스트 이승엽’을 넘어 ‘추신수 시대’를 선언하는 듯했다.이제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문제까지 해결했으니 만28세의 추신수에게는 앞으로 더 성장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추신수는 최근 아메리칸리그(AL) MVP후보 20명 가운데 14위에 올랐다. 이치로(시애틀)의 17위보다도 높았고,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나 짐 토미(미네소타)도 추신수보다 순위가 낮았다. 게다가 ‘돈벼락’까지 터질 조짐이다.올해 46만1100달러를 받은 추신수는 연봉조정신청을 통해 ‘연봉대박’이 가능하다. 현지 언론들도 병영혜택에 ‘슈퍼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잡은 추신수의 내년 몸값을 최대 500만 달러(한화 56억원)까지 전망하고 있으며, 클리블랜드가 3년간 2000만 달러(한화 226억원)로 책정했다거나, 최대 26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추측이 흘러나오고 있다.지난해 3월 제2회 WBC에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추신수는 이승엽에 이어 ‘병역브로커’로 활약할 전망이다. 추신수는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지 응하겠다”며 “몸이 건강하고,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대표팀으로 나서 국제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하고, “나라에서 부르면 무조건 와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국가가 부르면 온다”는 그 정신도, ‘병역브로커’라는 역할도 예전 이승엽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야구팬들이 한국야구를 세계 최강으로 이끈 주인공 이승엽에 이어 추신수에게 열광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추신수는 이승엽을 넘어선 것일까. 한번 비교해보자.(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