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이 되어 학교를 졸업하고는 전라남도 하고도 나주에서 첫 직장생활을 한다.
나주 하면 예로부터 손꼽는 양반마을로서 전주와 나주의 첫글자를 따서
전라도라 이름지었겠다.
이마무라라고 부르는 유명하고도 맛있는 배가 나는 밭이 있어 봄이면 하얀 꽃이 만발하고
벌은 종일 잉잉거리며 꿀을 따는 곳...
태생이 이북이라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서울서 장성하고
방학이 되면 친척이 없어 시골 구경이라고는 못 해 보고 도시에서 긴긴 날을 보낸다.
본시 이북음식도 그렇지만 서울음식도 그리 짜지 않고 맵지도 않으니
첫 임지 나주에서 짜고 매운 음식으로 첫 해엔 식사시간이 달갑지 않았다.
어느 날 식당에 가서 밥을 청하는데 김치에 밥알이 들어있기에
주인을 불러 먹다 남긴 김치를 주면 어찌 하느냐고 제법 큰소리를 낸다.
식당주인은 딱하기도 하다는 표정으로 밥을 넣어 김치를 만든다는 것을 얘기해주지만
본 적이 없으니 그저 불쾌한 마음으로 김치는 손을 대지도 않고 물린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직장동료의 집도 방문하게 되고 지인도 여럿 생기니
휴일이면 그 네들 집도 방문하게 된다.
어쩌다 방문한 집에서 김치를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먼저 돌절구에 밥 한 그릇을 넣어 절구공이로 휘휘 저어 절반 정도 걸쭉하게 한 후
마늘 고춧가루에 잘 삭은 젓갈을 넣고 또 젓는다.
이 때 넣는 젓갈이 몇 년을 묵혀 코 끝을 찌르는 냄새가 나는 멸치젓이라
이 젓갈이 남도김치의 맛을 좌우한다.
서울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은 이 냄새를 달갑다 하지 않아 한 동안은 김치를 먹지 않았다.
또 남도의 밥상에서 하루 세 끼 거의 빠지지 않고 오르는 반찬으로
껍질째 삶은 뒤 매콤짭잘한 양념을 바른 꼬막이 있다.
이 역시 나주에 와서 처음 접하는 음식으로 완전히 익히지 않은 듯 핏기도 조금은 보여
이렇게 먹는 음식도 있나 의아할 정도였다.
식당 뿐만 아니라 어느 집에 초대받아 가도 이렇게 만든 김치며 삶은 꼬막이 있고
다른 반찬 또한 거의 짜고 맵다.
그러기에 또한 그 곳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조기구이로 식사를 끝낸다.
날좋은 휴일을 맞아 목포에 가서는 선창가에 들린다.
오가는 길손을 바라고 앉은 아주머니의 함지박에는 물좋은 세발낙지가 그득하다.
나주서부터 동행한 동료들은 그 낙지를 통째로 입에 넣고 우물거리니
기다란 다리가 목이며 얼굴에 달라붙는다.
이 역시 처음 보는 광경이다.
어느 곳이고 사람사는 세상이고 새로운 인연일랑 맺게 마련이니 혼사며 상사도 생겨
이런저런 잔치자리에도 참석한다.
정선의 잔치에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메밀전병과 배추전을 들 수 있겠으며
남도의 잔치에 빠질 수 없는 음식으로 홍어회를 들겠다.
한 점 입에 넣으니 코 뿐만 아니라 목구멍까지 막히던 그 강렬한 맛!
도저히 이 것은 음식이 아니다 했다.
그러나, 사람은 환경에 맞추어 살게 마련이라 일 년 지나고 이 년 지나 자주 접하니
김치도 꼬막도 산낙지도 홍어회도 조금씩 먹게 된다.
그런데 삼사 년이 지나니 그저 먹게 되는 정도가 아니라 점점 깊은 맛에 빠지게 되어
산낙지 열 마리 정도는 게눈감추듯 하고 홍어회도 옆사람이 나도 좀 먹자 한다.
따라서 이런저런 맛이 가미된 식당보다 가정집에서 차리는 소박한 맛이 더 좋다.
곰삭은 젓갈을 듬뿍 넣은 김치의 감칠 맛에 살짝 삶은 꼬막의 갯내음이 함께 하는 담백한 맛,
쫄깃한데다 고소하기까지 한 산낙지며 코가 맵고도 시원한 홍어회...
그 음식의 참맛을 알기까지 몇 년의 세월이 흘렀고
충분히 음미하기도 전에 떠나온다.
그 뒤로 남도에 가면 꼭 그 때의 음식을 찾지만 그 때의 황홀한 맛을 찾기란 쉽지 않다.
황포돛배가 거슬러 올라오는 영산포 구진나루의 장어집은 지금도 있는지...
11월 들면 정선의 지인들과 함께 남도여행을 떠난다.
백양사에 들러 새벽예불에 참배하고 화순 운주사의 천불천탑을 찾고
화엄사로 들어간다.
또한 평사리 최참판댁을 둘러보고 섬진강 재첩국을 찾는다.
이 여행에서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고 있으니 옛날의 음식들을 하나하나 다시 찾는 일이라
열흘 남짓 남은 그 날이 어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첫댓글 정선님은 나주에서 첫 직장 생활 하셨나봐요....그 고향같은 고향을 지금의 고향인 정선 지인들과 여행 가실려나봐요....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아 갈지 미지수라 더 매력있는 것 같아요....저도 지금이라도 이 경주를 떠나면 또 다른곳에서 터 잡고 살터이니.....ㅎㅎㅎㅎ어느 해 백양사에서 본 단풍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ㅎㅎㅎㅎ행복한 여행 되세요...
네, 나주라는 아름다운 곳에서 젊은 시절 몇 년을 보내느라 낚시도 그 곳에서 배우고... 그립습니다.
나주 하면 고려 태조왕건의 둘째부인인 오씨부인의 전설이 있는 고장이라는것 밖에는요.ㅋ
저는 제천에서 잠깐 산 적이 있는데요. 정선을 지척에 두고도 한 번도 가보지 못 했어요.
지금도 가보고 싶은 고장이 정선이랍니다~^^
제천도 옛부터 산천경개가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났지요. 언제 오셔도 정선은 반갑다 합니다.
여행이라는것이 행복을 동반하기에 사람들이 즐기는게 아닌가 싶네요.
좋은 여행 되시고 건강하시이소,
감사합니다. 남도를 돌아보고 후기를 올리지요.
남도여행하실계획이신가요?
여행이라고 하면 마음이 들뜨죠? 누구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옛날의 추억에
빠져서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음식하면 전라도 음식이 맛나기로
이름난 고장이라고 들 하더군요
특히 짭짤한 젓갈은 밥맛잃은 이의 입맛을 돋우고
밥도둑아란 말이 참 정겹기만 하죠
근데 홍어회는 정말 못먹겠드라구요
전 경상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아와서
다른건 다 먹을수 있는데 홍어 만큼은 도저히....지독한 냄새 때문에요
정선나그네님의 가을여행이 아무쪼록 즐겁고 멋진 추억의
여행이시길 바랩니다.늘 건강하시길바랍니다
그래도 홍어의 참맛을 알게 되면 다른 이가 손도 못 대게 합니다. ㅎ
은행냄새 흉을봐도 홍어냄새 흉보는 사람은 없는거 갖으네요.
저는 삭인홍어는 정말 못먹겠더라구요.
그 카바이트냄새 아무래도 저하고는 안친해집니다.
낙지는 먹고 싶어요.
좋은여행에서 좋은음식도 많이드세요.
며칠만 기다리면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에 잠을 설친다는...ㅎ
홍어는 우리몸에 건강식품 입니다..좋은약은 월래 쓴 법입니다...
맞습니다.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고...
제 고향이 나주랍니다^^
어릴 때 부터 먹어왔던 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들이 쭈~~욱 나열되어 있네요
침이 꼴깍 넘어 갑니다 ㅎㅎㅎ
지금은 대구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데 지금도 이 곳 음식은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여행 잘 다녀오시고 후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지요. 떠나온지 몇십 년이 흘렀는데 이제야 그 곳의 맛이 그리움으로 떠오릅니다.
후기도 올리겠습니다. 기대하세요~ ㅎ
충청도 무산내가 전라도 여수 각시를 얻어서 한세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소개하신 음식 다 좋아합니다. 충청도에서 처가 여수를 가다가 섬진강 휴게소에서 먹는 제첩국, 속을 다 다스려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시와 만난지 얼마 안되어서 만난 처형이 해준 꽃게 무침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음식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남도음식의 자랑이야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10여일 후에도 백양사를 품은 내장산의 홍엽이 퇴색하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이번 남도 여행이 옛 입맛과 추억을 되살리는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학수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