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유아인 트위터(@seeksik), 인스타(@hongsick) 및 페이스북(hongsik uhm)
글 출처 : 여성시대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
전편 : 유아인의 만행이 잊혀져버릴까봐 두려워서 쓰는 글
http://m.cafe.daum.net/subdued20club/ReHf/1829108
후편 : 유아인의 만행에 지쳐 마지막으로 쓰는 글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1830858
1) 트위터(11.27자, 일부)
2) 인스타(11.27일자)
3) 페이스북(11.27일자)
4) 사견
"가해자를 응징하려거든 실체를 밝히고 당당히 피해 사실을 밝히세요."
"남성들이 여성들을 돕겠다구요."
"피해자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피해자들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위의 발언은 오늘 유아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쓴 문장입니다. 유아인의 유명한 극중 대사가 있습니다. "어이가 없네." 오늘,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어이가 없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자 유아인의 하고많은 말 중 일단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단연 "피해자의 명예" 운운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피해자에게 왜 명예가 필요합니까? 익명의 폭력 집단이 존재한다손 치더라도, 그와 실제 피해자는 무슨 상관입니까? 피해자를 깎아내리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또다른 차원의 범죄이자 가해일 뿐이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아는 주지의 사실입니다. 피해자를 고통받게 만든 가해자는 과연 누구였나요? 피해자를 "꽃뱀몰이"하는 행위에 대한 책임은 피해자를 꽃뱀몰이하는 가해자가 져야 할 일이고, 피해자를 "메갈년"이라 욕하는 언사에 대한 책임은 피해자를 모욕하는 가해자가 져야 할 일이지요. 피해자에게는 적절한 보상과 상당한 치유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런 당연한 상식을 두고 유아인이 이토록 "여성의 명예"에 집착하는 것은 일편, 전두환, 히틀러를 보며 "남자 욕먹이지 마라. 남자 명예를 실추시키지 마라"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유독 여성들을 향해서만 "여성의 명예" 운운하며 자기검열하게끔 하는 작금의 젠더권력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명예로워야만" 비로소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시각. 가해자의 행동과 더불어 여성들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책임전가. 바로 그것이 우리 사회가 여성들을 억압하는 첫번째 관습일 것입니다. 유아인은 그것을 별 비판의식 없이 내재화한 것이고요.
또한, 유아인은 진짜 피해자와 가짜 피해자를 나누며,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모두가 남성중심사회의 피해자라는 것을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여성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설거지하게끔 하는, 남성들보다 낮은 연봉에 사인하게끔 하는, 혼자서 벌벌 떨며 산부인과에 가게끔 하는, 나쁜 엄마는 아닌지 자책감에 휩싸이게끔 하는 일들의 가해자는 과연 누구인가요. 왜 여성들은 익명의 힘을 빌어 사회를 저주하고 울분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 하여 특권 위에서 외면하고 동조한 죄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홀로코스트의 아이히만이 그랬듯, "구조에 순응하고 동조한 각개의 개인"에게도 분명히 일정 부분의 책임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전시대에 완결된 논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아인은 진보적 지식인이라 자신을 치장하면서, 개개인의 책임이 없다고 단언하며 그간의 진보의 주장에 배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나도 "차별적 사랑"을 감당해온 남성중심사회의 "피해자"이지만, 기꺼이 "정상적인" 여성들만은 "도와주겠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유아인 스스로가 뭘 그렇게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여전히 "평등을 위해 전진한다"고 말하며 허공을 울리는 정의감을 계속해서 내뿜어내고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대상이 되었음직한 시선강간을 비롯하여 성희롱, 성추행, 나아가 성폭행의 경우를 봅니다. 앞의 사안과 달리, 분명한 가해자가 존재하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결단코 피해자로 하여금 피해자라는 이름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샘 사건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피해자라고 신상을 밝히는 순간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의심과 멸시의 화살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피해자의 신상이 공공연히 가십으로 소비되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입니다. 이런 작태에서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끝끝내 신고하지 못하고 처단하지 못한 채 자괴감에 빠진 수많은 "보이지 않는" 피해자들의 원한은 또 얼마나 깊겠습니까. 유아인이 하고 있는것은 단순한 여성에 대한 몰이해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피해자 여성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드는" 남성중심적 사고 자체이며, 스스로가 피해자 여성의 입을 막는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너네같은 "비정상적인" 여성들 때문에 피해자 여성이 "메갈, 꽃뱀"소리를 듣는다고 비꼬는 남성들의 목소리의 전신입니다. 단지 같은 여자라는 이유로, "폭도들 때문에 피해자 여성의 명예가 실추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라면, 유아인은 자신의 논리 안에서 "같은 남성으로서" 직접적 가해자와 함께 통렬히 반성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유아인의 이런 언사를 두고,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100번씩 지적당하면 자신을 변호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다" 라는 말을 하더군요. 일편 맞는 말입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옹졸해지기 마련이고, 분을 삭히지 못하면 평정심을 잃기 마련이라, 해서는 안될 말이나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실수들을 하고는 하지요. 그렇지만, 유아인의 상황은 결코 그가 오늘날 보여준 사상을 변호해주지 못합니다. 그가 연예인이기에 쉽게 공격받았던 작태를 여성들의 "메갈짓"으로 명명하고(그를 향한 남성들의 집단 공격은 "한남짓"이라고 결코 부르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여성들의 피해를 "장아찌같은 피해의식"으로 축소하고, "피해자의 명예" 운운하며 남성중심사회의 피해자에게 또다른 상처를 입힌 그의 행적들은 분명히 유아인 스스로 책임지고 사과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더불어, 여성들마저도 남성중심사회에서 재생산 주체로서의 가해행위를 반성하고 나서는 지금의 시점에서, "What the feminism"라는 말 한마디로 손쉽게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 유아인 자신이 가진 젠더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해야 할 것이고요.
"실체를 밝히고 가해자를 응징하라"라는 나이브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기꺼이 행동하겠다"가 아니라 "도와주겠다" 따위의 시혜적 스탠스를 취할 수 있어서, 정말 단 한번도 젠더권력의 피해자가 되어본 적이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지금 이 순간 저는 유아인에게 화가 납니다. 저런 말들이 유아인의 입지에 별 타격이 없는 이 상황에 절망합니다. 아마 유아인은 계속해서 일이 들어올 거고, 연기로서 보답하려 들거고, 우리가 지금 당장 상황을 변화시키기는 힘들 겁니다. 남성중심적인 한국영화계는 여전히 여성고객들의 눈총을 가볍게 무시하거니와, 근래의 한국 영화계가 양산해내는 작품들에 출연하는 건 유아인과 같은 안티-페미니스트일수록 유리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오래 결심을 지켜나갈때, 지금처럼 익명에 숨어서라도 목소리를 낼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보다는 분명히 더 나은 결과가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때까지 함께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성들의 의견을 단체행동 및 폭력으로 규정하는 유아인씨. 보고 계시나요? 저의 글은 어떤 "조직적 활동"이나 누군가의 사주를 통해서가 아닌 저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당신이 '정신승리' 라 폄하하는 이 모든 것들이 '진정한 승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저 개인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저는 유아인씨의 다른 행동들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왈가왈부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실체를 향해 "조직적 폭력" 운운하기 전에, 당신이 당신 자신을 변호하며 한 말들을 되짚어보십시오. 당신이 내뱉은, "메갈짓" "장아찌" "사이버세계에서 유행하는 페미니즘" "피해여성들의 명예" "남성이 도와주겠다고요" "피해자들은 신상을 당당히 밝혀라"는 말들이 가진 함의를 생각해보십시오. 이렇게 큰 반향이 일어난 것이 단지 "유아인 죽이기" 같고, 여성 단체의 모함 같습니까? 아니요. 이것은 유아인 당신이 자신의 언사에 대해 단 한 톨도 반성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이자, 당신 스스로를 변호하며 내비쳤던 당신의 "진보적" 사상에 대한 우려입니다. 유아인씨, 착각 마세요. 이는 여성집단의 어떤 '모의'가 아니라, 여성들 개개인의 분노와 한탄이 담긴 '공의'입니다.
짧게 시간 내어 써서 두서가 없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ㄷㄱㄱ페북글왜저래ㅋㅋㅋ폭도들아!! 뭔ㅋㄲ어이가없네
일베의 꽃 오유의 빛 머구남 빛아인! ^^
여시 글 너무 잘쓴다 ㅠㅠㅠ 그와중에 유아인글 캡처보고 밥먹은거 얹힐뻔 했어...
사견 진짜 좋다 잘 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