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545년경에 활동한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전통적으로 서양 세계 최초의 철학자들로 여겨져온 밀레토스의 세 현인 중 한 사람. 나머지 두 사람은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이다. 탈레스는 물이 모든 질료의 근본 구성요소라고 주장한 반면, 아낙시만드로스는 그 본질적인 실체를 '무한자'라고 불렀다.
아낙시메네스는 물이나 무한자 대신 아이르(aer:안개·수증기·공기)를 제시했다. 그의 저술은 헬레니즘 시대까지는 남아 있었으나, 그후 없어져 후대 저술가들의 저작 속에 단편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때문에 그의 사상에 대한 여러 해석이 흔히 상충된다.
그러나 그가 질료의 다양한 밀도는 습기의 농축 정도에 대응한다고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아이르는 '가장 골고루 퍼져 있을 때'는 대기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보통 공기이다. 이것이 농축함에 따라 보이게 되고 먼저 안개나 구름으로, 그 다음에는 물로, 마침내는 땅이나 돌 같은 고체로 나타난다.
반면 희박해지면 불이 된다. 곧 뜨거움이나 건조함은 희박을 상징하며, 차거움이나 축축함은 밀도가 높은 질료와 관계된다. 아이르가 영원히 운동한다는 아낙시메네스의 가정은 그가 아이르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했음을 시사한다. 아이르는 영원히 살아 움직이므로 신의 성질을 띠며 모든 질료뿐 아니라 다른 신들의 원인이 된다.
그 운동은 또한 아이르의 물리적 상태변화를 설명해준다. 그가 우주를 지탱하는 신성한 공기와 사람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인간의 '공기' 또는 영혼을 비유적으로 이해했다는 증거도 있다.
이와 같이 대우주와 소우주를 비교함으로써 아낙시메네스는 다양성 배후의 통일성을 확보함과 아울러 모든 생명과 행동을 통제하는 최고 원리가 있다는 당시의 일반적 견해도 강화할 수 있었다.
아낙시메네스는 실천적인 사람이며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타고난 관찰자였다. 무지개가 종종 달빛 아래서 나타남을 지적했고, 노가 수면에 부딪힐 때 생겨나는 인광(燐光)을 묘사했다.
그의 사상은 신화에서 과학으로 이행하는 단계의 전형이다. 그의 합리성은 무지개가 여신이 아니라 응축된 공기에 햇빛이 비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는 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우주가 반구(半球)로 되어 있다고 믿은 데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사상이 이전의 신화적·신비적 경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의 불후의 공적은 우주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농축과 희박화가 세계형성의 한 원리라는 주장에 있다. 이 주장은 실체들 사이에 나타나는 질적 차이를 단순한 양적 차이로 환원한 일과 더불어 과학적 사상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밀레토스 학파의 철학자답게 만물의 기원을 일원론적으로 해석했고, 만물의 아르케를 공기라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아낙시메네스가 만물의 아르케를 다시 경험적 재료인 공기에서 찾음으로써 아페이론을 주장한 아낙시만드로스의 추상적 사유로부터 후퇴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낙시만드로스와의 대화를 통하여 아낙시메네스의 사상을 정리해 보자
그러나 아낙시메네스는 스승 아낙시만드로스의 이론이 영 불만이었다. 그는 오래전에 스승 아낙시만드로스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아낙시만드로스 : “자네는 내가 애써 사유의 수준을 추상으로 끌어 올려놓았는데, 다시 그것을 경험적 수준으로 후퇴시켜 버렸더군.”
아낙시메네스 : “스승님의 아페이론을 제가 공기로 대치시킨 것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아낙시만드로스 : “그렇다네.”
아낙시메네스 : “스승님의 아페이론 이론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아 부득이 ‘공기’를 아르케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 : “어째서 부득이한가? ”
아낙시메네스 : “스승님은 아페이론 이론으로부터 냉과 온 개념을 이끌어내고 그 ‘대립’으로부터 다양한 것과 상이한 종류의 것들이 나오게 된다고 설명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낙시만드로스 : “그렇지.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아낙시메네스 : “스승님의 ‘대립’ 개념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신 탈레스의 물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은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탈레스는 물이 아르케라고만 말했고, 그것의 대립적 요소를 만들어 낼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주장한 대로 만물이 원래 모두 물이었다면, 물이 어떻게 땅이 되고, 사람이 되고, 돌이 되고, 산이 될 수 있는지 그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스승님의 대립 개념은 탈레스보다 한 걸음 앞선 것입니다.”
아낙시만드로스 : “그런데?”
아낙시메네스 : “바로 아페이론이 문제이지요. 스승님의 설명에 의하면, 아페이론은 무한자입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아페이론은 한계가 없고 제한이 없으며 무궁무진한 게 됩니다. 스승님은 아페이론은 항상 동일한 것이며, 불멸 불사하는 올림포스의 신들과 같이 신적 특성을 지녔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낙시만드로스 : “그렇게 설명을 했지.”
아낙시메네스 : “그렇다면, 한계가 없는 것에 대립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한자에 대립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의 주어진 한계 때문에 아페이론에 필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한자로부터 냉온과 같은 대립이라는 개념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아낙시만드로스 : “그래서 내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아페이론으로부터 생겨나고 그것들은 그것들의 필연에 따라 소멸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낙시메네스 : “그렇게 말씀하셨지요.”
아낙시만드로스 :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아낙시메네스 : “문제는 그런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무한자는 동일자라고 하는데, 어떻게 동일자로부터 상이한 종류의 다른 것들이 나올 수 있습니까?”
아낙시만드로스 : “그것이 문제인가? ”
아낙시메네스 : “네, 그렇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 : “세계가 생성될 때 아페이론으로부터 냉과 온의 대립적 힘들이 나왔다고 설명했던 것을 자네는 벌써 잊어버렸던가. 그리고 그것은 우주적 정의에 의해 서로 균형을 이룬다고 내가 누차 설명하지 않았던가.”
아낙시메네스 : “스승님의 설명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아낙시만드로스 : “그런데?”
아낙시메네스 : “‘세계가 생성될 때 아페이론으로부터 냉과 온의 대립적 힘들이 나왔다’라고 스승님은 설명하시면서 아주 중요한 문제를 슬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구렁이가 담을 넘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낙시만드로스 : “무엇을 슬쩍 넘어갔다는 말인가?”
아낙시메네스 : “저는 적어도 스승님이 제가 말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승님은 무한자인 아페이론을 고집하다 보니,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 :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인가?”
아낙시메네스 : “아페이론은 항상 동일하고 무한합니다. 스승님은 ‘세계가 생성될 때’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슬쩍 지나가려 하셨지만, 저는 아페이론으로부터 어떻게 냉과 온과 같은 대립적 힘들이 나올까 정말 궁금해서 여러모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아페이론으로부터는 냉과 온과 같은 대립적 힘들이, 그리고 다양한 사물들이 생겨나는지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페이론에는 운동의 개념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낙시만드로스 :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냉온이라는 두 대립적 힘을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아낙시메네스 : “아닙니다. 그 두 대립적 힘이 나오려면 그 힘을 나오게 하는 아르케 자체가 운동을 해야 합니다. 스승님은 그 두 대립적 힘이 나온 이유를 ‘세계가 생성될 때’라고 슬쩍 말씀하시고 넘어가십니다. 그렇게 스승님이 슬쩍 넘어가신 것은 무한정자인 아페이론의 성격상 운동 개념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렇지만 아르케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물들을 생겨나게 할 수도 없고, 또한 사물들의 변화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승님의 무한자의 개념에다 운동 개념을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농축과 희박의 운동을 하는 공기를 아르케로 봅니다. 공기는 무한합니다. 그리고 공기는 항상 농축과 희박의 운동을 하며 다른 사물들을 생겨나게 합니다. 공기가 농축하면 바람이, 그 다음에는 구름이, 그리고 더 농축되면 물이 되고 땅이 됩니다. 그리고 공기가 희박해지면, 물에서 습기가 되고, 불이 됩니다.”
아낙시만드로스 : “그렇지만, 자네의 ‘공기’ 이론은 만물의 근본 원리로 보기에는 어딘가 불충분해 보이네. 그렇다면 자네는 공기 이론을 가지고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고 하는 문제를 어떻게 풀겠는가?”
아낙시메네스 :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니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낙시만드로스 : “만물이 한 가지 아르케에 의해 근본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라면, 우리 눈앞에 보이는 여러 종류의 수많은 존재자들, 즉 산과 꽃, 돌, 나무 그리고 자네와 나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만약에 이 존재자들이 서로 다른 것이라고만 주장한다면, 만물의 근본 원리는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을 것이야. 그것은 통일적인 원리에 의해 세계와 만물을 설명하려는 우리 학파의 전통에 맞지 않는 것일세. 그리고 이 존재자들이 서로 같은 것이라 한다면, 우리는 꽃과 돌, 해와 달, 나무와 쇠, 이런 것의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 될 걸세.”
아낙시메네스 :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고요? 스승님, 그것은 양과 질의 변화를 통해 설명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물은 질적으로는 같지만, 양적으로는 다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공기의 농축과 희박으로 나타나는 모든 사물은 공기라는 동일한 아르케를 갖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땅, 물, 불들 간의 차이는 공기의 양적인 변화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공기가 농축됨으로써 땅이 생기고, 또 공기가 희박해짐으로써 불이 생겨나듯, 이렇게 여러 종류의 상이한 사물들이 생성되지만 그것은 양의 변화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기라는 아르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같지요. 따라서 그것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을 수 있습니다.”
아낙시메네스 : “설명은 아주 훌륭하네. 그렇지만 자네가 아르케를 ‘공기’로 내세운 것은 추상적 사유로부터 한 걸음 후퇴한 느낌을 아무래도 지울 수 없네.”
아낙시메네스 : “그렇지만, 스승님. 제가 말씀드리려는 ‘공기’는 단순히 우리의 옷깃을 펄럭이게 만드는 바람이 아닙니다. 그것은 프쉬케, 숨, 영혼, 신적인 어떤 것입니다.”
아낙시만드로스 : “그래도 자네의 공기 이론은 내가 이전에 우주론과 관련해서 말한 공기를 도용한 것에 지나지 않네. 나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불의 원이 공기 주위에 형성되고, 모든 천체의 별들은 공기에 둘러싸여 있다고 자네에게 말해 주지 않았던가. 그리고 천체의 별들은 숨구멍으로부터 나오는 불로 가득 차 있어 반짝이게 된다는 것도 자네에게 말해 주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구가 공기로 둘러싸여 있다고 하는 자네의 주장도 내가 우주가 아페이론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고 말한 것을 개념만 슬쩍 바꿔치기한 것이 아닌가. 자네가 공기를 숨이든 영혼이든 어떻게 설명하든지 간에 나의 이론을 도용하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지네그려.”
아낙시메네스 : “스승님! 저는 스승님의 이론을 도용한 것이 아니라 발전시킨 것입니다. 그것이 제자의 본분이자 의무가 아닐까요.”
오래전에 스승 아낙시만드로스와 나눈 대화를 생각하다 보니, 밖은 이미 어두운 밤이었다. 아낙시메네스는 머리도 식힐 겸해서 집 밖으로 나가 보았다. 벌써 별들이 총총 빛나기 시작했다. 손을 뻗으면, 금빛 별들이 손에 한 움큼 잡힐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밤이었다. 그때였다. 많은 별들 중에서 갑자기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아래로 떨어지는 유성이 그의 눈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는 유성이 왜 떨어졌을까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런 의문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히려 떨어지는 유성이 밀레토스의 앞날을 말해주는 것만 같아 걱정부터 앞섰다. 밀레토스는 내부로부터는 폭군의 불의에 시달리고 있었고, 밖으로 부터는 페르시아의 위험에 풍전등화 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아낙시메네스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밤하늘의 별을 한가롭게 바라볼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심하게 느꼈다. 스승과 열띤 대화를 나누던 때가 얼마나 행복했던가. 아낙시메네스는 사모스의 폭정을 견디지 못하고 남부 이탈리아로 이주해 간 피타고라스가 내심 부러웠다. 그는 얼마 전에 크로톤에 이주해 살던 피타고라스에게 보낸 글이 생각났다.
“그대가 사모스에서 지금 평화롭게 살고 있는 크로톤으로 이주해 간 것은 우리의 선택보다 훨씬 더 현명한 처사였네. 왜냐하면 아이아케의 자식들은 엄청난 불의를 저지르고 있고, 폭군들은 밀레토스에서 끝을 모르고 폭정을 행하기 때문일세. 우리가 세금을 내지 않는 한, 페르시아 왕이 우리를 괴롭힐 것은 뻔하네. 이오니아 사람들은 모두의 자유를 위해 페르시아인들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네. 그러다가 전쟁이 터지면 우리는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도리가 없네. 죽음 아니면 노예 생활이 기다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 내가 어떻게 하늘만 관찰할 수 있겠나? 그러나 그대는 크로톤에서도, 남부 이탈리아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시칠리아에서도 그대의 제자가 되려고 찾아오지 않는가.”
얼마 후에 아낙시메네스는 피타코라스로부터 위로의 편지 한 통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친우여, 그대가 고향에서 나보다 출신이나 명성이 탁월하지 않았더라면, 그대 역시 고향을 떠나 버리고 말았을 테지. 그러나 그대 조상의 명망이 그대를 그곳에 머물도록 붙잡아 두고 있고, 내가 그대였더라도 떠나지 못하고 남을 수밖에 없었을 걸세. 그대가 약삭빠른 사람들처럼 고향을 떠난다면, 고향의 질서는 엉망이 될 것이고 페르시아의 위협도 더욱 커지지 않겠는가. 하늘의 현상들을 관찰하는 일이 항상 올바른 일만은 아닐세. 오히려 조국을 걱정해야 하는 일이 지금은 더 나은 일처럼 보이네. 나 역시 내 이론에만 전념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네. 나 역시 이탈리아인들이 서로 간에 벌이는 싸움에 휘말려들곤 하기 때문일세.”
피타고라스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아낙시메네스는 죽을 때까지 밤하늘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밀레토스의 앞날을 걱정하며 보냈다. 아낙시메네스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밀레토스는 페르시아에 대항해 “이오니아의 반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밀레토스는 무모한 반란의 결과로 강대국 페르시아에 의해 완전히 초토화되어 버리고 만다. 그러나 밀레토스의 멸망은 이미 오래전에 델포이의 신탁에 의해 예언된 일이었다.
“그날, 그날이 오면
사악한 도시 너 밀레토스여
너는 적의 충분한 먹이가 될 것이다.
유랑하는 무리의 축제의 식탁에 올라가게 될 것이다.
너의 여자들은 수많은 장발족들의 발을 씻게 될 것이고
디디마 신전은 이방인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헤로도토스, 『역사』 6권)
굳이 예언이 아니더라도 밀레토스의 멸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실이었다. 페르시아라는 새로운 강대국 앞에 똘똘 뭉쳐도 모자란 판에 밀레토스는 아낙시메네스가 걱정했던 대로, 끝을 모르는 폭군들의 전제와 부패가 내부의 결속을 해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리)
아낙시메네스(BC 6세기 후반)는 공기가 모든 사물의 근원이라고 가르쳤다. 그는 탈레스처럼 특별한 종류의 물질을 세계 발전의 출발점으로 보았다. 그러나 선배 철학자들과는 달리 최초의 물질에서 다른 사물이 생겨나는 방식을 농축과 희박이라는 말로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이와 같이 탈레스에게는 단지 출발점에 불과했던 것이 어떠한 변형을 거치더라도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남는 근본원리가 되었다. 이 근본원리라는 개념은 무(無)에서는 아무것도 생겨날 수 없다는 점을 전제한다. 또 이 개념은 모든 보존법칙의 바탕에 깔려 있다. 물질·힘·에너지 등의 보존법칙은 물리학의 발달에 기본적인 것이었다.
콜로폰의 크세노파네스(BC 560경~?)는 아낙시메네스의 철학 속에 어렴풋이 담겨 있는 내용을 처음으로 더욱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신에 관한 통속적인 생각을 비판하면서 사람들이 신을 자신들 모습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신이 유일자일 수밖에 없고 틀림없이 영원하다는 그의 논증이다. 신은 모든 존재 가운데 가장 강하므로 덜 강한 어떤 것에서 생겨났을 리 없다. 또 가장 강한 것보다 더 강한 것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신은 다른 어떤 것으로 바뀌지도 않았다.
분명히 이 논증은 무에서는 아무것도 생겨날 수 없고 존재하는 어떤 것도 실제로 사라질 수 없다는 공리를 바탕으로 삼았다. 이 공리를 극단으로 밀고간 사람은 엘레아 학파의 창시자인 엘레아의 파르메니데스(BC 5세기 전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