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한 기업만의 문제로 보면 안되는 이유

[Daniel Kim]

폭스바겐 사태, 한 기업만의 문제로 보면 안되는 이유

나르사스 Narsass | 2015/09/22 17:00 | 기업 전략

이번에 미국에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폭스바겐의 차량 비틀, 제타, 골프, 파사트 등 4실린더 디젤 엔진이 들어간 폭스바겐 차량들이 약 50만 대(전 세계 적으로 1100만대) 이상의 규모로 대량 리콜과 동시에 최대 180억 달러, 한화로 약 21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됐습니다.

   이유인 즉, 폭스바겐이 고의적으로 ECU에 특정 소프트웨어를 넣어 배기가스 검사 모드일 때는 배기 컨트롤을 최대로 가동시켜 오염물질 배출을 낮추고, 그 외의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컨트롤을 무시하고 전부 뿜어내도록 만들었다는 검사를 속이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을 한 사실이 발각된 것입니다.

   게다가 이 정도가 미국 매연기준(U.S. emission standards)의 규제를 무려 약 40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라 아예 규제를 통과하지도 못할 차량을 팔아왔다는 것이죠. 이는 자동차 시장은 물론 폭스바겐을 넘어 미국, 독일 그리고 중국 등 여러 나라의 경제에까지 후 폭풍을 몰고 올 사태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해외에서 나온 리포트, 기사에서 정리된 내용 등을 보면 이유는 다음과 같이 판단됩니다.

1. 

- 미국 시장은 휘발유값이 워낙 싸서, 주력인 디젤 엔진이 힘을 못쓴다는 상황

- 환경규제가 유로5에서 유로6으로 바뀌었다는 점, 이걸 통과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더 강력한 환경 규제인 Bin 5규정까지 맞춰야 함. 이렇게 해서 차량을 조정하면 출력이 떨어져서 시장에서 매력이 떨어짐

(이러한 문제가 있어, 규정을 못 맛추는 회사들이 전부 철수, 기준을 맞출 수 있다는 폭스바겐과 아우디만 미국 디젤 시장에 남음. 나머지는 다 철수 현대와 기아역시 미국에 디젤차를 판매중단)

2. 

- 이번에 걸린 차는 2.0리터 4기통 TDI엔진, 이 엔진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Lean방식의 산화질소 제어 방식을 씀. 이 엔진이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

- 요소수 (Urea)로 환원하는 방식을 취하면 문제는 해결되나 단가가 올라감. 특히 중저가 차량으로써 가격경쟁력이 떨어짐. 

- 그렇다고 강제로 기준 출력에 맞춰버리면 차의 출력이 떨어짐, 또한 이번에 가장 논란이 된 티구안은 너무 차체가 무거워서 이래도 기준을 맞출 수 없음

3. 

-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모드와 일반주행모드에 따라 결과를 조절하는 ECU 소프트웨어를 탑재. 제조 공정상의 문제로 동일한 엔진을 쓰는 차량에 일괄탑재된 것으로 보임.

- 추정되는 원리는 다음과 같음. 배기가스 검사를 위해 트립컴퓨터(OBD)에 연결했을 경우 측정되는 수치를 조작하는 방식, 즉 테스트 프로그램 자체가 함량미달로 배출되는 물질은 동일.

출처 : 관련 보도자료 및 토론 포럼 (1) (2) , 미국 환경청 발표공문 (여기)

이 내용은 현 단계에선 어디까지나 보도자료 및 추측에 불과하며, 정확한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이후 미정부, 독일 정부의 검사결과 및 최종 조치 후 추가하겠습니다.

   이번에 잘 빠져나간 아우디의 경우 엔진이 전부 urea 방식인걸로 볼 때 Lean방식으로 규제는 맞추지 못하고 그렇다고 단가를 올려 생산하기는 뭐하니 결국 싸게 해결해보려고 하다가 들킨 것으로 간주됩니다(혹 더 자세하세 아시는 분이 계시면 리플 부탁 드립니다).

미국의 엄격한 법률, 폭스바겐에게는 사형선고

   예전 도요타의 경우는 제조원가를 낮추려다 TPS에 결함이 발생 급 발진이 생겼고, 현대 차는 연비를 뻥튀기로 인해 (정확히 말하면 40MPG연비가 고속도로 연비인지, 일반 도로 연비인지를 제대로 명시 안 했다는 이유로 각각 1조 3천억 원(원래는 5조), 5천억 원의 배상금을 물게 되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렇듯, 한 번 걸리면 가차 없습니다. 단 도요타의 경우 급 발진을 로비 및 어설픈 대응으로 숨기려다 그랬다지만, 현대 차는 정확히 명시를 하지 않았던 것에 불과합니다. 어찌보면 실수를 한거죠. 그런데 5천억 원입니다.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엄격한 국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번 폭스바겐은 명백히 규제를 속이기 위한 ‘Cheating’을 하기 위한 시스템을 별도로 만들어 탑재한 것입니다.

   미국 생활을 해보시거나, 미국에 대해 잘 아시거나 아니면 미국관련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일은 굉장히 곤란합니다. 걸리면 가차없는데다 소비자들의 반감을 거의 확실하게 사기 때문이죠.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 배짱 장사를 하는 나라도 미국에 가면 강아지처럼 순해집니다.

   특히 차량의 경우 미 환경청에서는 차 한대당 3만 7천 6백불, 거의 4천 만원의 벌금을 매길 수 있거든요. 이번에 문제가 된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이 48만 2천대니 21조에 달하는 금액이 됩니다.

게다가 AP통신의 소식에 의하면 미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휘아래 폭스바겐 최고 경영자인 ‘마틴 빈터콘(Martin Winterkorn)’을 형사 기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화이트컬러 범죄에 자비가 없는 나라라서 아마 오렌지 죄수 복을 입고 호송 당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설상 가상으로 폭스바겐 그룹의 통합 및 성장에 기여한 CEO의 법적 이슈, 시총 24%인 30조가 이미 빠져나갔고 벌금도 최대 20조가 예상됩니다. 여기 추가로 리콜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며 아직 다른 나라에의 조사(특히 역시 엄격한 독일)는 끝나지도 않았고 이게 다 끝나도 미국의 딜러, 소비자로부터의 민사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 뻔히 보입니다. 폭스바겐의 미래는 여러모로 암울하다고 봅니다.

독일 명품 차량 브랜드의 붕괴를 넘어 미래 자동차 산업의 붕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지만 폭스바겐은 하나의 메이커가 아니라 유명 차량 브랜드를 총괄하는 자동차 계의 제왕입니다. 아우디, 스코다, 세아트, 램보르기니, 포르쉐, 부가티, 벤틀리 등 보급형 차량부터 최고급 차량까지 고루 어우르고 있죠. 즉 폭스바겐 그룹의 잘못이 여러 독일 명품 차량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 것입니다. 단순히 한 브랜드의 타격이 아니라는 거죠.

이번 사건은 도요타의 리콜 사태나, GM 사건, 현기차의 연비조작 등보다 더 질이 나빠요. 검사 통과를 속이기 위해 배기가스 관련 수치를 엉터리 ECU로 의도적으로 조작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함께 전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 하지만 폭스바겐은 미국시장에서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휘발유값이 너무 싸서 미국사람들이 굳이 연비를 목적으로 디젤차를 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조선닷컴의 기사(링크)에 의하면 미국 시장에서 폭스바겐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레몬카이며 아직 높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는 점, 하지만 연비효율이 좋은 디젤이라 인기가 있었다는 내용이 실려있죠 (물론 한 개인의 의견으로 봐야 하겠습니다만).

   여러가지로 불리한 시장의 입지, 결국, 이를 위해 클린디젤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전략을 세워 최근에 성장세를 타기 시작한 상황입니다.이 과정에서 도요타 리콜 파동, 현대 뻥연비 사건으로 더욱 바람을 타던 중에 이번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클린 디젤’을 가장 앞서 외치고, 마케팅에 활용한 폭스바겐이 실제로는 기준치의 40배를 초과하는 매연을 푹푹 뿜어대면서 이를 속이기 위한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내장하고 있었다? 아마 미국 시장 철수까지 각오해야 할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단순히 폭스바겐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연비좋고, 환경에 친화적이며 파워도 출중하다는 디젤 차량에 대한 인식을 확 바꿔버렸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도요타가 주도하는 하이브리드의 성장이 주춤하고 대중화가 늦어지게 된 계기가 바로 디젤 기술이었거든요.

전기차는 충전 지역 및 시간의 문제, 2010년 당시 2세대 하이브리드의 경우 저속에서 하이브리드 엔진이 작동하지만 고속에선 일반 엔진이 작동하는 바람에 연비가 턱없이 나쁘다는 문제가 당시 소비자들이 클린 디젤을 선택한 동기입니다.  

연비가 최강 하이브리드인 프리우스 이상에, 연료유지비도 낮고 하이브리드와는 달리 저속, 고속 할 것 없이 잘 달립니다. 게다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한 이득, 그래서 폭스바겐 차량을 샀는데 그게 사기였다는 것이죠. 기업간의 정정당당한 대결이었다면 디젤 VS 하이브리드의 경쟁이라고 봐야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디젤을 잘팔려고 사기를 친 것이니 이번 폭스바겐의 조작은 디젤 기술의 신뢰를 넘어, 인류의 미래 기술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기술 발전 및 대중화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한 기업의 잘못된 이익 추구가 디젤이라는 한 자동차 기술과 미래 기술을 동시에 무너뜨린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국가 경제의 타격,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로 인한 독일 경제체제 (그리고 조금 더 오버하자면 독일이 중심인 EU경제)의 타격도 예상됩니다. 이미 관계도 없는데 단순히 독일차라는 이유만으로 메르세데스 벤츠그룹의 다임러, BMW의 주가가 계속 내려가고 있어요. 옆에 서 있다 돌맞는 셈입니다. 

  또한 이 사건으로 미국이 말 안 듣는 고집쟁이 강국 독일을 요리하기 위한 카드가 하나 주어졌습니다. 무역규제 등을 통해 압박할 수도 있고, 자국 산업 보호도 가능하고 반대로 쿼터제 도입을 시킬수도 있고 활용도가 무궁무진하죠. 많은 나라가 주력 경제의 축을 자동차에 두는 상황에서 독일도 자동차 산업은 중요한 상황인데 폭스바겐 사태로 3사가 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피해를 보는 상황인 것입니다.

게다가 이 사건의 여파는 미국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독일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Cheating을 했는지 전수검사를 한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Big 3중 하나인 중국 시장입니다. 중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시장입니다만 미국과 달리 폭스바겐 브랜드 충성도가 아주 높은 나라입니다. 아예 공장을 지어놓고 있죠.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완성차 수출이 중국의 주력 산업중 하나죠.

 중국의 자동차 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완성차 시장인데 이 완성차라는게 중국 브랜드 차량이 아니라 중국에 지어놓은 폭스바겐 등 여러 메이커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미국 및 타국가에 판매하는 시스템입니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의 완성차 수출 비중이 145%가 증가할 정도로 주력 산업인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해 즉 중국의 자동차 산업 성장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고, 중국 공산당 정권이 이걸 가만히 둘 리가 없습니다. 받은 만큼 갚아주는 사람들인 만큼, 그에 해당하는 패널티는 안겨줄 겁니다. 

단 폭스바겐 한국 지사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FTA규정 때문에 리콜은 없습니다. 국내의 대기환경보전법에 이와 관련된 장치조작 사례에 대한 리콜규정이 전무하며 대한민국에서 법적 규정에도 없는 걸로 리콜을 시도하면 FTA로 인해 제소당하게 된다는 것이 입장인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