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친(孝親)의 미과(美果)
1352
무릇 사람이 천지의 귀신을 섬긴다 해도 그 부모에 효도함만 못하다.
부모야말로 최고의 신이기 때문이다.
-<四十二章經>
1353
늙은 부모를 잘 섬기면1) 의당 내세에는 제석천(帝釋天)의 궁전2)에
살게 된다. 그리하여 무수한 환희원(歡喜園)3)이 늘 사면을 에워싼
다.
-<大乘日子王所問經>
[주]
1)섬김: 원문은 ‘供養’. 565의 주.
2)제석천의 궁전: 원문은 ‘天宮’. 107의 주.
3)환희원: 도리천(忉利天)에 있는 제석천의 사원(四園)의 하나. 원(園)은 유원(遊園).
1354
옛날에 섬(睒)이라는 이름의 보살이 있었다. 그는 부모를 받들어 산택
(山澤)에 살고 있었는데, 부모가 늙어 실명(失明)하고 말았다. 섬은
슬퍼해 울면서, 밤이면 늘 세 번이나 일어나 부모 계신 방의 차고 더
움을 알아보곤1) 하였다. 그의 지극한 효성은 사람과 신들2)을 감동
시켰다. 또 그는 부처님의 십선(十善)의 계(戒)3)를 받들어 삼업(三
業)4)이 청정했으므로, 그 인자함이 멀리까지 비쳐서 금수마저 따라
와 의지하였다.
한번은 부모가 목말라 했으므로 섬이 나가 물을 긷고 있었는데, 마침
가이국(迦夷國) 임금이 산에 들어와 사냥하다가5) 활을 당겨 사슴을
쏜다고 쏜 것이, 빗나가 섬의 가슴을 맞히고 말았다. 섬은 그 자리에
쓰러졌고, 화살의 독은 몸 속을 번져 가서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었다.
섬은 좌우를 돌아보고 울면서 외쳤다.
“한 화살로 세 도사(道士)6)를 죽이는 것은 누구냐? 우리 부모는 나
이 많으신데다가 시력까지 잃으셨으니, 하루아침에 내가 없어진다면
다 돌아가셔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소리를 높여 슬픈 어조로 말했다.
“코끼리는 그 어금니 탓으로, 물소는 그 뿔 탓으로, 물총새는 그 털
탓으로 죽음을 당한다지만, 나는 그런 어금니나 뿔이나 광채가 나는
털도 없는 터에 무엇 때문에 죽어야 하는 것인가?”
왕이 그 슬퍼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 말에서 내려 물었다.
“어찌해 심산에서 살고 있느냐?”
섬이 대답했다.
“저는 양친을 모시고 이 산중에 살면서, 세속의 온갖 더러움을 배제
하고 불도(佛道)를 수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섬의 말을 들은 왕은, 목이 메고 눈물을 흘리면서 매우 슬퍼했다.
“내가 어질지 못한 탓으로 생물7)을 해쳤고,8) 이제는 지극한 효자
를 또 죽였으니, 이를 장차 어쩐단 말인가?”
대소의 군신(群臣)이 다 목메어 했다. 왕이 다시 말했다.
“나는 한 나라를 가지고 그대의 목숨을 구하겠다. 그대의 부모가 계
신 곳을 밝혀 달라.”
섬이 말했다.
“이 작은 길로 나아가면 멀잖은 곳에 조그만 초가가 있는데, 우리 양
친께서는 거기에 계십니다. 가시거든 우리 부모님에게 ‘이제 길이 곁
을 떠나오니, 부디 행복하게 여년(餘年)을 마치시고, 아예 소자의 생
각은 하지 마시옵소서.’라고 전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을 마친 그는, 문득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왕과 군신들은 거듭 애통해 한 다음, 섬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그 부
모가 사는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왕을 따르는 자가 몹시 많아서 엔간
히 큰 소리가 났으므로 섬의 부모도 그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거기 가는 사람은 뉘시오?”
왕이 대답했다.
“나는 가이국의 임금이오.”
그러자 그 부모가 기뻐했다.
“대왕께서 여기에 오시다니, 이런 경사가 어디 또 있사오리까? 여기
에 멍석이 있사오니 땀을 식히시고, 맛있는 과일이 있사오니 드시옵소
서. 제 자식놈이 물을 길러 갔사온바, 곧 돌아오리이다.”
왕은 그 부모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들을 기다림을 보고, 더욱 목이
메었다. 이윽고 왕이 말했다.
“나는 두 도사(道士)께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드님 기다림을 목격하
고, 마음이 슬퍼서 고통이 한없습니다. 도사의 아들 섬은 내가 쏘아
죽였소이다.”
그 부모는 크게 놀라서 말했다.
“내 자식을 무슨 죄로 해서 죽이셨습니까? 그 애는 자애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땅을 밟을 때도 늘 땅이 아파할까 두려워할 지경인데,
무슨 죄가 있기에 죽이셨습니까?”
“효성이 지극했던 댁 아드님은 더없는 현인이었습니다. 내가 사슴을
쏘다가 잘못 맞혔을 뿐, 어떤 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말했다.
“아들이 이미 죽었거니, 장차 누구를 의지하오리까? 우리에게는 이제
죽음이 있을 따름이니, 원컨대 대왕께서는 우리 두 늙은이를 이끄사
자식놈의 시체 있는 곳에 이르게 하옵소서. 반드시 그 죽은 것을 보고
나서, 원컨대 그 애와 함께 흙이 되고자9) 하나이다.”
왕은 부모의 그 말을 듣고 더욱 애통해 하면서, 그들을 이끌고 시체있
는 곳으로 왔다.
거기에 이르자, 아버지는 아들의 머리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
는 그 다리를 껴안고 입으로 발을 빨아 댔고, 각기 한 손으로는 그 화
살맞은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가슴을 치고 볼을 두드리면서 하
늘을 우러러 외쳤다.
“천신(天神).지신(地神).수신(樹神).수신(水神)이시여! 내 아들 섬으
로 말하자면 부처님을 받들어 그 가르침을 믿었사오며, 현인을 존경하
고 어버이에게 효행이 지극했사오며, 순수한10) 넓은 자비심11)을 지
녀 그 덕12)이 초목에까지 미쳤다고 여겨지나이다. 만약 제 자식이
부처님을 받들고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정성이 하늘에까지 들릴 만하다
면, 화살이 뽑아지고 무거운 독이 소멸하여 다시 살아나서 그 효행을
마치게 하옵소서. 그러나 제 자식의 행실이 그렇지 못하고, 제 말씀이
정성스럽지 못하여 이 소망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저희 또한 죽어서
자식과 함께 흙으로 돌아가겠나이다.”
이 말에는 천지의 신들13)도 모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석천(帝釋天)14)이 하늘로부터 몸소 내려와 그 부모에게 말했다.
“이 지극한 효자는 내가 살려 주겠습니다.”
그리고 천신(天神)의 약을 섬의 입에 흘려 넣었다. 그러자, 아닌게아
니라 섬은 홀연히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이에 그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섬과 왕과 신하들은 다 슬픔과 즐거움이 뒤섞여 모두 다시금 울
음을 터뜨렸다.15)
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지극히 효도하는 덕이 여기까지 이
르렀구나!라고 말하고, 마침내 모든 신하에게 명령하여, 온 나라 백성
으로 하여금 다 부처님의 십선(十善)의 계를 받들고, 섬의 지극한 효
성을 실천케 했으므로, 전국 사람이 이를 본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
라는 유족하고 백성은 편안하여, 마침내 태평한 세상이 이루어졌다.
-<六度集經>
[주]
1)알아봄: 원문은 ‘消息’.
2)사람과 신들: 원문은 ‘人天’. 21의 주.
3)십선의 계: 원문은 ‘十善’. 십선계(十善戒)를 이른다. 770의 ‘십선계’의 주.
4)삼업: 558의 ‘신구의’와 같다.
5)사냥함: 원문은 ‘田獵’. ‘田’에도 사냥의 뜻이있다.
6)도사: 불도를 닦는 사람.
7)생물: 원문은 ‘物命’. 생물의 목숨.
8)해침: 원문은 ‘殘夭’. 해쳐서 죽임.
9)흙이 됨: 원문은 ‘灰土’. 재와 흙.
인도에서는 화장하는 습관이므로 ‘재와 흙이 된다’는 것은 죽는 뜻.
10)순수함: 원문은 ‘無外’. 딴 것이 섞이지 않은 것.
11)넓은 자비심: 원문은 ‘弘仁’.
12)덕: 원문은 ‘潤’.
13)천지의 신들: 원문은 ‘天地神祇’.‘天神地祇’라고도 쓴다.
14)제석천: 원문은 ‘帝釋’. 301의 ‘제석천’과 같다.
15)울음을 터뜨림: 원문은 ‘擧哀’. 소리를 내어 곡하는 것.
1355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이르셨다.
“나는 세세(世世)1) 에 온갖 부처님네의 지극한 효행(孝行)을 본받
아 행했으므로 덕이 높아지고 복이 왕성해져, 마침내는 부처2) 가 되
어 삼계(三界)3) 에 독보(獨步)4) 하게 되었느니라.”
-<六度集經>
[주]
1)세세: 548의 주.
2)부처: 원문은 ‘天中天’. 1037의 주.
3)삼계: 4의 주.
4)독보: 홀로 걷는 것. 비길 것이 없는 것.
1356
부모를 효도로 섬기는1) 데서 오는 과보(果報)2) 는, 일생보처(一生
補處)3) 의 보살이 받는 과보4) 와 동등하다.
-<增一阿含經>
[주]
1)효도로 섬김: 원문은 ‘孝順供養’.
2)과보: 원문은 ‘功德果報’. 이 ‘功德’.도 과보의 뜻. 선행의 결과로써 얻어지는 과보.
3)일생보처: 한 생애만 지나면 부처님의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위계(位階). 한 생애만을 미혹의 세계
에 매어 있을 뿐, 다음 생애에서는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지위. 부처님 다음이요, 보
살로서의 최고의 자리. eka-jati-pratibaddha.
4)과보: 원문은 ‘功德’. 12의 주.
1357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오늘만 효도1) 를 찬탄하는 것이 아니라, 무량겁(無量劫)2)
에 걸쳐 항상 찬탄할 것이다.”
-<雜寶藏經>
[주]
1)효도: 원문은 ‘慈孝’. 인자한 마음에서 나오는 효성. 효도와 같다.
2)무량겁: 1062의 주.
1358
땅에 진기한 보배를 쌓아올려 이십팔천(二十八天)1) 에 이르는 그것
을, 남김없이 사람들에게 보시(布施)한다2) 해도, 부모를 잘 섬기
는3) 것만은 못하다.
-<末羅末經>
[주]
1)이십팔천: 욕계(欲界)의 육천(六天), 색계(色界)의 십팔천(十八天), 무색계(無色界)의 사천(四天)
을 합한 것.
2)보시함: 원문은 ‘施’. 1056의 주.
3)잘섬김: 원문은 ‘供養’. 565의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