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오일장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도 2,7일자에 섰는데, 지금도 2,7일자에 선다.
예전에 장에 가면 온 골짝골짝 사람들이 다 모여 시끌벅적하니 잔칫날 같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그때와 비교하면 차라리 조촐한 편이지만, 그래도 장날은 왠지 정겹다.
주말에 내려온 마눌과 함께 문경장에 다녀왔다.
문경 장날 읍내 거리... 평시에 비해 활기가 넘친다. 뒤에 문경의 주산인 주흘산이 드높네.
배추더미 옆에 물건을 싸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을 쳐다보는 손님들...
산골짝 멀리서 온 듯 싶은 할아버지.. 한복에 중절모까지 쓰시고 뭘 저렇게 열심히
구경하실까...
시골 밭에서 기른 채소를 갖고나온 아주머니들... 할머니가 나물값을 치르기위해
돈을 꺼내고 있다.
" 500 원만 깎아 줘." " 안되여.. 대신 한 움큼 더 드리잖아여..."
마늘 가게... 마늘이 싱싱하고 실해보인다. 우리도 장아찌를 담기 위해 마늘을 한 접 샀다.
한 접 100개에 30,000 원... 깎는 실력 부족으로 한 푼도 못깎음. TT TT
민들레가 몸에 좋다기에 집 주위에서 민들레를 잔뜩 따다 햇볕에 말려 방앗간에 빻으려
가져갔다.
방앗간 주인의 말... " 더 바싹 말려가지고 와여. 물기가 있으면 가루가 안돼여.."
장날이어선지 방앗간 앞에 떡을 내놓고 팔고 있네.
감자 옆의 저 뿌리는 뭔까... 더덕, 아니면 도라지?
더덕이 저 정도 크면 산삼이나 마찬가지라던데... -,,-
신발 가게...
예전엔 검정 고무신, 흰고무신이 주종이었는데 ( 어쩌다 운동화..) 신발 종류도
다양쿠나.
시장 가운데 쯤 있는 '함일상회'... 이 가게 기억나시는 분?
우리 초딩 시절에도 바로 이 자리에 있던 철물 가게다. 상호도 50년 전 그대로...
겨울에 썰매 만들 때 여기서 철사도 사고 못도 샀었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함일상회 4 번째 주인이라고...
요즘도 문경이 고향인 사람들이 가끔씩 찾아와서 옛날 얘기를 한다고...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대형 마트에 익숙해 진 요즘.. 장날 어물전은 이게 단가?
그래도 고등어가 싱싱해 보이네.
문경은 내륙이라 예전부터 생선이 귀했었다. 양미리 한마리 얻어 먹기 어려웠었다.
장 본 보따리를 손에 든 아저씨가 마눌님 옷인 듯 여자 여름옷을 고르고 있군.
" 까실까실하고 시원해여... 싸모님 갖다 드리면 억쑤로 좋아해여.."
귀한 물건을 파는 곳이 있었네.
짚신.. 대나무 삿갓.. 키.. 왼쪽 아래 것은 이름이 뭐였더라?
요즘도 저런 것을 사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장식용...?
하긴.. 여름 한 철은 저런 짚신을 신고 다녀도 시원하긴 할 듯... ^^
손님이 없어 파리 날리고 있는 꽃가게 아저씨가 오수를 즐기고 있군.
손님 없으면 호객이라도 해야지, 저렇게 잠만 자면 파장하고 빈손으로 집에가서
마눌에게 뭐랄려고..?
젊은 부부가 찐빵을 사고있네... 찐빵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저 찐빵 정말 최고였는디...
어릴 적 우리들의 놀이터였던 추억의 십자거리...
밤이 되면 어른들은 들마루에 나와 앉아 별을 보며 얘기꽃을 피웠고,
아이들은 다방구나 물총놀이... 언제나 시끌벅적 하였었다.
점심 시간이 되었는지 여기저기 좌판을 등돌리고 앉아 길거리 오찬...
오늘 오전 장사는 모두모두 잘 되었을까...
장돌뱅이 처럼 이곳저곳 시장 구경을 하고 다녔더니 나도 배가 고프네.
장터 국밥이 생각나 정배네 한우곰탕집으로...
마침 서중 동창회 체육대회날이라 주차된 차들이 많군.
날씨가 더워 곰탕 대신 냉면을 두그릇 시켰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정배네 냉면..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맛이 일품이네.
냉면을 맛있게 먹고 수퍼에 가서 간장, 흑설탕, 우유, 에프킬라(모기약) 등을 사 가지고
송백헌으로 돌아왔다.
<< P.S. // 장에 갔다오는 길 >>
예전에 장에 갔다올 땐 갈평행 시외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버스는 장꾼들로 항상 만원을 이루었고 무엇보다 버스 안은 공연장 같이 시끄러웠다.
장에서 친구를 만나 거나하게 한 잔한 아저씨들이 뻘건 얼굴을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우듯이 얘기하고, 오랜만에 만난 시골 아낙네들의 끊임없는 수다, 하교하는 학생들의
재잘거림까지... ( 물론.. 실제로 싸움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
버스 안은 담배 연기로 자욱... 비포장 길을 달리는 버스는 덜컹덜컹...
술냄새, 담배냄새 나는 버스가 용연리 입구까지 오면서 열 번도 더 서서 장꾼들을 내려준다.
누가 말했던가.
대중교통 수단 안에서 말소리의 시꺼러움 정도에 따라 그 나라 민도가 결정된다고.
( 요즘 KTX 타면 참 조용하다 )
그렇지만... 민도가 좀 낮으면 어떤가.
그 버스 안엔 우리 삶의 애환이 있고, 작은 행복이 있었는 걸...
덜컹거리며 1시간을 오던 귀가길을 잘 포장된 도로로 15분 만에 우리집 앞마당까지 와 차에서
내린다.
25리 멀고 더운 길을 걸어서 장 보고 오시던 어머니 시절과.. 시끄러운 시외버스를 타고 오던
어린 시절, 승용차로 한순간에 오는 요즘...
행복의 잣대로 각 시대를 두부모 자르듯 재단하긴 불가능한 게 아닐까... -,,-
첫댓글 시골 장날 풍경이 정겹네요.
왼쪽 아래것... 삼태기 아닌가여?
충청도에서는 삼태기라고 했던것 같은데.
아~ 맞네여, 삼태기... 채운씨도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랐나 봬... 삼태기 아는 걸 보니... ^^
더덕이 크면 산삼이나 마찬가지라? 그건 그렇고 나는 토요일 결혼식에다 일본에서 손님이 오기땜시 금요일 저녁
올라와야 될것 같아 수요일 미리 내려갈까 하네 ... 그리고 김재건 사장남은 금요일 A380 NRT 취항행사 참석때문에
이번에는 오기가 어렵다 하네...수요일 봅세~~~
정배내 한우 곰탕집에 가봐야겠다...
그러세... 수요일날 보세...
주말에 멤버들이랑 같이 하지 못해서 아쉽게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