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확산 - 새로운 물결
1. 2024년 연말 한국사회를 강타한 미치광이 대통령의 계엄사태는 국가 전체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다.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강화하고 사적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계엄은 그동안 축적되었던 민주적이고 법치적인 가치를 훼손시켰고 국가 구성원들의 인식을 격동시켰다. 현재 진행 중인 계엄과 탄핵 관련 과정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더 큰 불안은 그동안 성장하고 있었던 극우 세력을 정치의 전면으로 불러냈다는 점이다. 극우 세력의 성장은 집회 규모의 확대 및 참여자들의 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극우세력의 위기는 성장의 속도 뿐 아니라 기존의 주류정치 세력을 포섭하고 합병하는 형태로까지 진화될 가능성에서 나타난다. 정치의 정파적 위기를 극우세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기회주의적 정치가들이 지금 여당국회의원들의 행태를 통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 한국 사회 극우의 전면화는 사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러한 현상이 전지구적으로 유사한 흐름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학자 카스 무테는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라는 책에서 21세기 들어 극우의 세력이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분석하며 극우가 현재 주류 정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의 책은 이러한 현상에 대처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와 지식 그리고 분석틀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이다. 극우의 부상은 결국 민주주의의 훼손 내지 위기에 대한 또 다른 현상이다. 그렇다면 극우는 무엇이며 그것의 이념 및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그것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극우적 흐름은 막을 수 없는 현상인가, 아니면 막을 수 있다면 어떤 정치적 해결책이 필요한가? 한국 극우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극우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3. 극우는 한동안 서구 사회에서는 금기의 언어였다. 그것은 20세기 초중반 유럽을 암흑으로 몰아넣었던 파시즘과 나치즘의 공포에 따른 반응이었다. 극우적 정치가 가져온 끔찍한 비극은 다시 극우적 정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믿게 만드는 토대였다. 하지만 극우는 다시금 부활했다. 조금씩 소수의 시위나 폭력으로 진행되던 극우적 행태는 어느 새 정당이나 사회조직의 형태로 강화되었고 단순한 폭력을 넘어 대규모의 군중을 동원하는 집단적 파워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21세기 9.11 사태, 금융위기, 난민사태 등을 통해 확산되었고 이슬람 강경세력에 의한 테러로 인해 촉발된 반이슬람 정서에 기인했다.
4. 현재의 극우의 대표적인 주장은 이민반대 및 외국인 배척이다. 하지만 좀 더 폭녋은 관점으로 접근하게 되면 극우는 민주적 핵심인 ‘국민 주권’과 ‘다수결 통치’를 거부하는 ‘극단우익’과 민주적 가치인 법치주의, 삼권분립, 소수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급진우익’ 그리고 이러한 극단적 주장을 교묘한 방식으로 전개시키는 ‘우익 포퓰리즘’의 형태로 나타난다. 즉 극우는 보편적 인간의 자유와 평등 대신 민족을 우선시하는 민족다원주의, 차별과 위계질서를 정당화하는 엘리트주의, 민족주의와 외국인 배척이 결합된 이민배척주의, 질서와 안정을 이유로 권위를 위협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권위주의, 사회를 동질적이고 대립하는 두 집단으로 구분한 뒤 상대를 공격하는 포퓰리즘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을 통해 외국인을 배척하고 민족과 인종에 따른 차별적인 복지를 주장하며 부정선거 논란을 통해 정치인들을 위협하고 특정종교와 민족주의 또는 이념적 주장을 결합하여 특정 집단의 권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5. 이러한 극단적인 주장들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게 된 것은 분명히 사회적 혼란 및 경제적 불안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극우 세력의 폭력적인 행동과 시위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이 하나둘 이들이 주장하는 차별적인 주장과 다른 집단에 대한 배제에 호응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극우적 태도를 밝히는 것을 숨기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민자들의 급증이 가져온 사회적 문제점이 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 및 관심이 이들의 영향력을 확산시켰고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기존 정당들이 이들의 핵심 논쟁이슈를 점차 수용하게 되면서 극우의 약진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선거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소수의 표만을 받았던 극우정당들의 투표율이 늘어났고 특히 동유럽인 헝가리와 폴란드는 극우정당이 권력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6. 극우의 주요 지지자들은 대부분 늙은 백인남성들이거나 젊고 폭력적인 남성들이다.(이런 현상은 최근 극우 폭력사태의 참여자들을 보면서 한국도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에서 이들은 이민자들의 급증이 사회를 혼란시키고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논리 속에서 자신들만의 국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시위나 폭력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극우조직의 시위는 폭력적인 대립 과정에서 강화되는 전우애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한다. 현재 유럽 사회에 위협이 되고 있는 범죄와 이민 문제에 주류 정당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대안으로 극우정당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극우세력의 주장에 대한 동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극우 정당들 또한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해 여성들의 참여를 독려하는데 이주민 남성들이 여성들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페모내셔널리즘’도 등장하였다.
7. 극우세력이 점차 성장하여 권력을 장악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극우은 자신들의 입장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반대되는 세력의 희생을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개념이다. 극우적 정부가 들어선 헝가리의 정치적 상황을 보면 극우의 확산이 가져올 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헝가리는 2010년 극우적 정치인이 선거에 이기면서 경쟁적 권위주의 체제로 전환되었는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회권한 축소, 법원-세무소 통제, 언론-시민단체 탄압, 측근들에게 집중된 경제적 이익과 같은 반민주적 행위가 진행되었다. 헝가리의 극우세력의 승리는 극우세력의 등장에 대한 무관심과 무능한 대응의 결과였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것도 미국헌법의 ‘자유’에 대한 대법원의 남용적 해석도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다. 극우세력의 테러와 거짓선전에 대해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소극적 대처를 한 것은 자연스럽게 극우 세력의 확산을 가져온 것이다. 이러한 점은 극우세력을 강력하게 응징하는 독일과 비교된다. 독일은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과 의무를 주요 정치지구에 부여하고 이를 실행하게 함으로써 반민주적 극우 세력을 통제할 수 있었다. (2025년 트럼프의 재집권은 우익 포퓰리즘의 공포를 다시금 확산시키고 있다)
8. 극우의 확산은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 결코 아니다. 위기의 징후가 조금씩 나타났지만 그러한 현상에 대한 느슨한 대응과 무관심이 불러온 사태인 것이다. 서부지법을 폭력적으로 파괴한 극우적 폭도들이 등장했다는 것은 이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훈련시킨 극우적 개신교 집단과 이들을 정치적으로 후원하고 이용하면서 상업적 이득을 쟁취한 유튜버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온정적이고 협력적인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한 우익 포퓰리스트 정치가들의 합작이라 할 수 있다. 민주적 질서를 파괴하는 극우의 성장을 막기 위해서는 극우 세력을 준동시키는 이러한 배후 세력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다.(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유튜버들에 대한 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주장에 대응하여 민주적 질서와 가치에 대한 위협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좀 더 명확하고 엄격한 논리를 통해 민주주의를 수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법적인 처벌과 병행하여 자유민주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에 의해 민주적 핵심가치인 다중의 통치와 소수자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원칙도 요구된다. 어떤 행동이 자유민주적 질서와 일치하는지에 대한 규준을 설정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첫댓글 - 극단적인 자본주의 성장, 이 앞에서는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