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
1. 1993년 충격적으로 등장했던 영화 <쥬라기 공원>시리즈를 결산하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되어 관객들의 평가를 시험받는다고 한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만큼 한국 영화시장의 저력과 문화적, 경제적 감각을 인정받은 결과일 것이다.
2. 30여 년 전 상상으로만 그려보았던 과거의 ‘공룡시대’를 <쥬라기 공원>은 생생한 화면으로 재현하였다. 전혀 이질감없이 움직이는 공룡들의 살아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이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을 스티븐 스필버그는 창조적인 감각으로 영화계에 기억될 특별한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그림으로만 보던 ‘공룡’들이 소리치고, 움직이고, 서로 싸우는 모습으로 등장하였을 때, 전 세계 관객들은 열광하였다.
3. 이후 이어지던 후속작들은 대부분 인간의 탐욕에 의해 추진된 공룡 복원프로젝트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공룡과 인간의 대결과 위험한 동행을 보여주었다. <쥬라기 월드>는 이제 오랫동안 추진했던 ‘공룡’ 관련 작업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탐욕’과 ‘과학에 대한 무모한 확신’이 여전히 큰 주제이지만, 공룡과의 직접적인 대결보다는 이미 완성된 ‘공룡’과의 공존에 더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문제는 ‘공룡’보다는 공룡이 살았던 ‘백악기’ 시대의 유전자를 메뚜기에 주입시키는 실험을 통해 탄생한 ‘슈퍼 메뚜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4. 영화는 과학의 오만을 경고하면서, 인간적인 것들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 수많은 작업을 수행한다. 핏줄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사랑을 나누는 가족들, 오랫동안 친구로 살았지만 늦게서야 사랑을 확인하는 연인들을, 타락한 기업의 문제를 고발하는 내부 고발자들을, 어떤 이익도 없지만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위험한 모험에 참여하는 용기있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세상의 탐욕이 커질수록 안타까웠던 인간들의 가치를 다시 일으키고 싶은 욕망이 영화 전체에 꿈뜰거리는 것이다. ‘가치회복’은 인간들 사이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공룡들의 대결에서도, 최강의 공룡에 패한 두 번째, 세 번째 서열의 공룡들이 서로 힘을 합하여 승리하는 모습을 통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5. 영화는 마지막 멘트를 통해 공룡과 인간의 공존, 더 넓게 모든 자연적 존재들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비록 잘못된 결정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하나의 생명으로 재생한 지금, 그것은 같이 살아야 할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공룡 뿐 아니라 복제된 ‘인간’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복제’된 인간도, 인간으로 탄생한 순간 그 자체로 고유하고 완전한 하나의 독립체인 것이다. 영화는 분명 흥미롭고 다채로운 공룡들의 모습과 다양한 모험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속에서 나타나는 메시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과학이 인간의 세계를 지배한다고 할지라도 인간다운 삶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중요한 삶의 가치를 너무도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제시되면서 과잉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한꺼번에 차려지면 각각의 음식이 지닌 풍미를 느낄 수 없듯이,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마치 백화점 진열대 상품처럼 늘어놓는다면, 그 가치의 중요성은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
6. 30년간 진행된 ‘쥬라기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영화는 ‘과학’의 팽창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지만, ‘유전공학’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경사로가 되고 있다. 생명 연장, 불치병 치료, 인간의 행복이라는 교묘한 말로 포장된 탐욕이 끊임없이 위험한 과학적 실험을 시도하게 할 것이다. 그 결과는 ‘영화’가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는 아닐지라도, 분명 극명하게 갈라지는 ‘불평등’의 파멸적인 사회일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부와 권력이 있더라도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하지만 ‘과학’은 이제 신이 될 수 없었던 인간에게 유일한 ‘평등’이었던 ‘죽음’의 문제에서도 ‘불평등’의 세계로 이전시킬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모든 것들의 ‘공존’을 이야기하고 과학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음을 강조하지만, 실제 밀림 속에서 공룡과 코끼리가, 하늘에서 철새 떼와 익룡이, 물속에서 물고기들과 어룡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은 여전하다. 선의로 시작하지만 과학이 가져올 위험은 언제든지 예측 불가능할 뿐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학을 통해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서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한계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는 겸허한 태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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