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카페에 본성-양육 논쟁에 대한 투표를 게시한 바 있습니다. 다음 토탈워 카페, 유로파 카페, 그리고 네이버의 무신론 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대체로 유전보다는 환경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고, 몇몇 분은 강경한 환경결정론에 투표하셨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서 본성-양육 논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번 글에서 '유전자가 동일한 체세포들이 각 신체기관마다 다른 기능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란 질문이 곧 본성-양육 논쟁에 있어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위의 질문은 곧, '유전자는 어떻게 신체를 만드는 것일까?'란 질문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이후로 미루도록 하겠고, 일단 본성-양육 논쟁의 틀을 바꾸게 된 프랑스의 실험연구를 소개하려 합니다.
대장균에게 있어서 글루코오스란 당(이름에 너무 연연하실 것 없습니다..ㅎㅎ;; 걍 이런게 있다 치면 됩니다.)은 굉장히 섭취하기 쉬운 당입니다. 때문에 글루코오스가 풍부한 환경에서는 다른 당을 분해하는데 들이는 대신, 글루코오스를 섭취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자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 합니다. 하지만, 글루코오스가 없고 락토오스만 있는 환경에선 베타-갈락토시다아제(역시나 이름에 연연하지 마시길..ㅎ)란 효소를 생산함으로써 락토오스를 섭취 가능한 글루코오스와 갈락토오스로 분해시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대장균은 어떻게 해서 글루코오스가 부족한 환경에서 베타-갈락토시다아제란 효소를 생산하는 것일까요?? 바로, 락토오스만 있는 환경에서 베타-갈락토시다아제 효소를 합성하는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베타-갈락토시다아제 유전자 근처에 짧은 DNA서열이 존재하는데, 이 서열에 효소 생산을 억제하는 단백질이 결합될 수 있습니다. 이 억제 단백질이 DNA 서열에 결합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유전자 스위치가 꺼진 상태로, RNA 전사나 번역과정이(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린다면, DNA에서 RNA를 구성하는 과정을 '전사', RNA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번역'이라고 합니다. 유전자는 이렇게 단백질을 합성함으로써 신체를 구성하게 됩니다.)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주변 환경에 있어서 락토오스가 등장하게 될 경우, 이 억제 단백질은 DNA서열에서 떨어져 나가고 이 유전자에서 RNA전사가 시작되어 베타-갈락토시다아제 효소가 생성되게 됩니다.
-션 캐럴의 <이보디보>. p.92. 주변 환경이 어떻게 해서 특정 유전자를 키거나 끄도록 만드는지에 대한 모식도입니다.
이 발견을 한 자크 모노와 프랑수아 자콥은 1965년에 노벨상을 받게 되었는데요. 이 발견은 본성-양육 논쟁에 있어서 중요한 사실을 제공해줍니다. '유전자는 환경에 의해 켜지거나 꺼질 수 있다.' 실상, 유전자 스위치 개념은 인간의 발달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줍니다. 서로 다른 신체기관에 존재하는 세포들은 모두 동일한 DNA서열을 가지고 있습니다(뭐 암세포같은 망나니는 무시해놓고..). 하지만, 각 기관 세포마다 발현되는 유전자는 다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세포들마다 발현되는 유전자가 다르게 하는데에 있어서 화학물질농도(그라디언트)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다소 혐오스런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마, 이 사진을 보면 밤에 편히 자기 힘들 것입니다.
이 불행한 새끼 양은 어미가 사이클로파민이란 독소가 들어있는 풀을 먹음으로써 눈이 하나 뿐인 채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것은 전뇌와 눈이 쌍으로 되는 대칭구조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시기에,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됨으로써 유전자 스위치 작동에 방해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즉, 태내에서의 환경이 태아의 유전자 발현에 결정타를 입힌 것이지요. 이런 사례는 인간에게도 흔히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입덧 처방제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란 약물인데, 임산부가 임신도중 특정 시기에 이 약물을 섭취하게 될 경우, 아이의 팔다리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방해함으로써 팔다리가 없는 아기가 탄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임산부에게 담배나 알코올을 섭취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이 화학물질이 태아의 유전자 발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회환경에 있어서도 환경이 유전자의 스위치를 작동시키거나, 억제시키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코르티솔 분비와 관련된 유전자가 작동됨으로써, 스트레스반응을 일으키고 면역력이 약화되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런 유전자 스위치 개념은 두뇌 회로 재배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자주 자극이 이루어지는 신경 연결에 대해선 연결이 강화되도록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고, 세포자살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억제시키도록 하는 것입니다.
-에릭 칸델. <기억을 찾아서>. 깊게 설명드리기엔 지금 제 지식이 일천해서 모식도만 보여드리겠습니다.ㅎㅎ;; 쉽게 설명드리면 반복적인 자극은 유전자 스위치를 킴으로써 신경 연결을 강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 유전자가 환경에 의해 작동되는 사례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동시에 우리의 학습 자체는 '학습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형성될 수 없는 것입니다. 학습은 우리의 학습 유전자가 존재함으로써, 두뇌 회로가 재배선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전 본성-양육, 그리고 환경과 유전자에 대해서 일반인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유전자는 결코 '선천성'을 대변하지 않고, 환경은 '후천성'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유전자는 우리가 태어난 이후 평생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며, 유전자가 존재해야만 인간의 신체는 물론, '양육'자체가 가능한 것입니다. 또한 환경은 우리가 선천적인 차이를 일으키는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맷 리들리가 <본성과 양육>이란 책에서 말한 '본성에 의한 양육, 양육에 의한 본성'이란 문구는 이렇듯, 유전자와 환경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 오래된 논쟁의 종지부를 찍는 문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전자와 환경, 그 둘은 가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참고문헌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에서 감명받았던 점 중 하나가, 참고문헌을 설명할 때, 그 문헌에 대한 코멘트를 제시함으로써 독자의 이해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점이지요..ㅎㅎ;;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을 따라하는 의미에서 참고문헌에 대해 나름의 코멘트도 달아보겠습니다..ㅎㅎ;;)
션 캐럴. <이보디보>: 진화발생생물학에 대한 책입니다.ㅎㅎ 다소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만, 번역아예 이해가 불가능한 책은 아닙니다. 진화론에 발생학을 접목시킨 '이보디보'란 신학문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이죠. 요근래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네요.
에릭 칸델. <기억을 찾아서>: 군소의 뉴런 가소성 연구를 통해 '기억'연구에 혁신을 일으켰던(그리고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에릭 칸델의 책입니다. 자서전 성격이 강한 책이지만, 자신의 연구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꽤나 쉽게 풀어 써준 책입니다.
조지프 르두. <시냅스와 자아>: 뉴런 시냅스의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의 자아를 파해치려는 책입니다. 결코 쉬운 책이 아니죠..ㅜㅜ 그럼에도, 저에게 있어서 인간의 정신에 대한 생각을 크게 전환시켰던 책입니다.
요하임 바우어. <몸의 기억>: 독일인 의사가 쓴 책인데요.. 스트레스가 인간의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침으로써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살아있는 유전자>: 저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관계로..ㅎㅎ;; 번역에 문제가 있는지, 원래 글이 그런지는 몰라도 읽기가 매우 힘든 책입니다. 발생과정에서 유전자의 역할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권의 책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ㅎㅎ;; 나중에 이 주제에 대해서 더 자세하고 풍부한 내용이 담긴 글을 쓸 생각입니다.(그 때엔 유전자 뿐만 아니라, 사회가 한 개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루려 합니다.) 그 때에 나머지 책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ㅎㅎ;; 이상, 제 볼품없고 성의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p.s 에궁... 내용은 이과적이지만, 실상 전 몇 년 전까지는 인간의 염색체가 몇 쌍인지 조차도 몰랐던 평범한 문과생이었습니다..ㅎㅎ;;; 때문에 내용에 있어서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발견되는 오류를 알려주시면 겸허히 받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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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유전자가 중요하긴 합니다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것이죠.ㅎㅎ 이상심리학에서도 정신장애에 대해서 취약성-스트레스 모델이라고 있는데, 유전적 취약성에 강한 스트레스(사회적 스트레스와 생물학적 스트레스 모두 포함)에 의해서 정신장애가 생겨난다는 모델이 있으니깐요.ㅎㅎ
게다가 그 유전율 연구란 것이 연구집단의 문화적, 경제적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니깐요. 만약 북한과 미국의 체중 유전율이 각각 90이라고 하더라도, 두 연구집단 간의 체중 차이는 유전적인 영향 외에 환경적인 요인에 큰 영향을 받으니깐요. 게다가 쌍둥이 연구라는게 표본 내 경제적 격차가 적기 때문에 변이에 미치는 환경적 요인이 적어질수도 있으니
깐요. 애초에 입양을 하는 가정 자체가 경제적, 문화적, 그리고 개인의 성격에 있어서도 입양기구에 의해 선택되는 경향이 있어서 입양가정의 변이가 전체 집단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구요.(요근래 연구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런 가정의 변이를 나타낸 수치에서 입양가정이 보통 가정에 비해서 변이가 적다는 결과도 있구요.. 어쨌건, 유전율이란 수치는 어떻게 연구했는지를 잘 따져봐야 하는 수치같아요. 지능지수의 유전율도 중산층은 60, 저소득층은 10이 나오니깐요. 요새는 성격의 유전율을 대체로 50으로 보는 것 같더군요.)
암튼, 정신에 있어서 유전자의 역할을 설명해야 제 논지가 완성되는건데, 이걸 또 설명하려면 복잡한 길을 또 돌아가야 하거든요..ㅜㅜ 때문에 유전자 발현에 있어서 환경의 영향만 설명하게 되었습니다.ㅜㅜ
에구구구... 참고문헌 목록에 맷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게리 마커스의 <마음이 태어나는 곳>을 빼먹었군요. 이 두 책이야말로 본성-양육 논쟁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으셔야 하는 책들입니다..ㅎㅎ
이건 과게에 가도 좋을듯 한데. 글의 수준이 꽤 되는군요-_-;; 그런데 어차피 인종주의자들은 무식해서 이런거 봐도 이해 못함여 ㅇㅅㅇ)
과게로 끌고 가라는 어명이요. 글은 재밌게 잘 봤습니다
유전자와 환경은 양립하는거군요.
으잉...ㅜㅜ 나름 쉽게 쓴 건데..ㅜㅜ
저에게는 넘 생소해서 그런가 봅니다....어쨌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체내는 항상성 유지가 되는 계이기 때문에 저기서 소개한 환경 영향이 본질적인 부분의 유전자들의 발현에 영향을 주려면, 꽤나 극단적인 환경(보육 환경)에 처해야 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이걸로 환경이 우월하다고 말하는 근거로 쓰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환경이 우월하다는 의미로 글을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디 환경과 유전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었습니다. 그 것을 위해 원래는 저 유전자 스위치 개념을 통해 뉴런 시냅스의 가소성까지 논의를 확장해야 했습니다만, 밤 중에 글을 작성하다보니, 졸려서 저기서 내용을 끊은 것입니다.ㅎㅎ; 뉴런과 시냅스는 유전자에 의해서 대략적인 배선이 이루어지지만, 환경 자극에 의해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짐으로서 시냅스회로를 구성(아포토시스를 막거나, 기존 연결이 강화되는 방향), 혹은 재구성(특정 배선과의 연결강화, 혹은 연결약화)하니깐요. 실상 여기까지 논의를 진행하려면 몇시간 안에 쓸 수 있는
또 태아의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환경에 놓인 상황의 경우에는 비록 일시적인 노출이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임산부에게는 여러가지의 배려가 주어지고, 또 요구된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환경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경우라고 봅니다.
내용은 아니거든요.
아무튼, 전 이 글을 통해서 독자들이 본성-양육 논쟁에서 환경과 유전자를 양극에 놓는 사고방식과는 다른 시각이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려는 것입니다. 글의 전개가 무성의해서 그런지, 환경이 우월하다는 내용으로 보이시는 듯 한데, 그 것은 제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ㅎㅎ;;
(참고로, 태내환경도 엄연히 유아의 성격 변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입니다. 지금 당장은 관련 책이 없어서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요.ㅎㅎ; 과거 유전의 역할로 보여졌던 변이 일부가 태내환경의 동일성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도 있더군요.)
무슨 의도이신지 알 것 같습니다. 환경과 유전의 개념 정의부터 재고하자는 것을 말씀하고 싶으시다는 것인가 보군요.
네. '엄밀하게' 따지면 그렇습니다. 극단적인 환경 결정론과 유전자 결정론은 답이 아니며, 유전자와 환경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더 현실적이라는 의도였습니다. 때문에 제목도 '본성-양육 논쟁.. 발상의 전환'으로 한 것이구요. (원래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할 부분은 맨 밑 에릭 칸델의 책에서 가져온 모식도입니다. 이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제 게으름 탓일 것입니다..ㅜㅜ)
일단 Lac Operon까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조금더 epigenetic(후성학)한 입장으로 설명하면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gene(유전자)의 발현이 또 다른 factor에 의해서 발현이 조절되는 것으로 예를 든 Lac Operon은 일단 매우 간단한 생물이자 단세포 원핵생물인 대장균에서 단 1가지의 대사기작으로만 발현되는 매우 간단한 유전전사조절입니다. 그렇기에 Life-history를 결정하는 번식 행동과 정신적인 요소를 결정하는 매우 복잡한 기작은 어마무지하게 복잡한 유전-비유전 반응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흔히들 2000년대 이후로 유전자와 이 유전자를 조절하는 factor들을 사용하여 생명현상의 원천을 알아보고 조절하려는 기능유전체학과 후성학의 발달있어와서 많은 생명과학을 다른 책에서 바로 이런 후성학적인 gene modify factor나 regulartory fator를 발견하고 이를 실험을 통해서 기능을 확인함으로써 어마무지한 의학적 성과를 냈다고 설명하는데 사실 인체 레벨에서는 성공시킨것이 별로 없습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 암 유전자의 경우에는 암 유전자의 전체 유전정보를 알고있는 경우가 많고 또한 이 암의 유전자를 Knockout 시키는 방법까지 알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인체에게도 이 방법을 시행했는데도 아예 잘라버린 암유전자가 다시 생기질 않나, 멀쩡한 세포가 다시 죽질 않나, retrotransposon으로 암 유전자를 뒤죽박죽 망가뜨려서 상식적으로 발현이 되지 않아야 하는데 멀쩡히 말도안되게 발현을 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망가진 유전자 때문에 생긴병은 다시 멀쩡하게 정상인 처럼 유전자를 고쳐주고 심지어 유전자 관련 모든 factor들 까지도 고쳐주어도 이게 또 다시 망가지는 겁니다.
사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지난 1990~지금까지 어마무지한 발전이 있어왔습니다. 저도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인데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발전을 해와서 사실 저 lac operon도 발견 당시에는 노벨상 이었지만 이제는 대학교 1학년 학생도 손쉽게 발현시키는 수준이 되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우와 하고 읽었던 생명과학 교양책이 사실 많은 모순이나 그동안 새롭게 밝혀진 사실에 의해 뒤집어진 사례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이 글에의 논지도 조금 그런 방향에 속하기에 몇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일단 유전자나 그에 관련된 epigenetic한 관점에서 유전자나 그 발현 factor에 의해서 본성-양육 을 설명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는
설명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유전적인 관점에서 유사이전 인간이 어떤 epigentic한 변환때문에 양육에 대한 어떠한 행동이 본능으로 각인되었다는 것에는 일단 조금 부정적인 것이 제 입장입니다. 일단 epigenetic한 변화가 유전자의 변이보다는 훨씬 빠르고 강한 표현형으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유전자 변화나 진화과정처럼 최소 몇 만단위 이상의 시간 격차가 필요할 뿐더러 이런 epigentic한 변화가 일어난 집단이 또 자연선택에 의해 우위를 점하거나 생체변동이 안정화되는 시간이 또한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에 사실 인간 전체의 단위를 놓고 생각해 보면 인간 전체의 유전적 혹은 후생학적 변화에 의해 인간의 정신과 관련된 패턴이 양육쪽으로 발달되도록 영향을 준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은 힘들도 대신 생태학에서는 이를 설명해 주는 tool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태학에서는 life-history라고 해서 생명체를 개인 단위보다 최소 집단이상의 단위로 취급합니다. 이 생태학에서는 인간을 바로 K-seletion type으로 분류하는데 이 유형의 집단 생물종들의 특징은 바로 인간처럼 자손을 제한된 수만 낳아서 최대한 보호해주면서 성체가 될때까지 보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을 가진 동물들은 바로 인간과 상당히 비슷한 영장류나 기타 포유동물에서 많이 볼수 있는 유형입니다. 즉 양육을 본능적으로 하는 동물이 인간만 있는게 아닙니다. 물론 인간만큼 지극정성은 아니지만 말이죠.
초기 인류나 사실 근대이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양육에 대해서 어느정도 생태적으로 정해진 유전적으로 각인된 생태적 생활형을 보여왔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양육에 비하면 상당히 뒤떨어진 수준일지는 몰라도 인간은 K-seletion type의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기본 양육을 하는 집단 생명군이었습니다.
생태학에서는 또하나의 개념이 있는데 바로 모든 생명체는 환경이 나빠지면 생식기능이 줄고 자손의 증식보다 자신의 생존에 좀더 신경을 쓰는 Allocation 개념이 있습니다. 즉 한마디로 환경이 나빠지면 첫번째로 자손에 신경을 안쓰고, 환경이 좋아지면 생식을 시작한다는 겁니다. 이는 인간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생태학적 개념에서는 인간도 유사 이전에는 양육패턴이 기타 K-seletion type 동물과 같았다가 인간의 특성때문에 다른 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여 자기 자신이 처한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끌어 내었고 이때문에 생식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되었고, 특히 근대 이후에는 인구=국력이라는 정치구도에서
이기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집단 레벨에서의 고차원적인 양육이라는 매커니즘이 등장했고 이러한 양상이 경쟁에서 유리한 이점을 제공했기때문에 다윈의 자연선택에 의해서 이러한 고차원적인 양육을 실시하는 집단이 살아남게 되어 인간 집단이 지금의 고차원적인 양육 패턴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할수 있습니다.
두서 없게 막쓰고 뭔가 난잡하게 정리 안하고 써서그런지 허허허.... 제가 쓰고도 참 난 글 못쓴다라고 느끼게 해주네요. ㅎㅎ
과학게시판이 토탈워 카페에 있는게 신기해서 들어왔다가 이게 웬 댓글러쉬로 이어지다니 참... ㅋ
아, 다시 댓글을 달지만, 원래는 유전자 스위치 개념을 통해 시냅스 가소성까지 논의를 확장하려고 했던 것이 제 의도였습니다..ㅎㅎ 시간부족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모식도 하나로 밖에 제시하지 못했지만요. 이 글에서는 유전에 대한 통념을 공격했다면, 차후 시간이 있을 때에 양육에 대한 통념을 공격할 생각입니다. 실상 유전과 양육은 동일한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ㅎㅎ
방금은 시간이 부족해서 대충 읽었는데, 지금은 여유를 가지고 댓글을 다시 차근차근 읽었습니다.ㅎㅎㅎ 부족한 저에게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요..
'유사이전 인간이 어떤 epigentic한 변환때문에 양육에 대한 어떠한 행동이 본능으로 각인되었다는 것에는 일단 조금 부정적인 것이 제 입장입니다.' 여기서 후성학적인 변환때문에 양육에 대한 어떠한 행동이 본능으로 각인되었다는 말씀은 후성학적 변환에 의해서 인간의 행동이 진화한다는 의미인지요?? 아, 이에 대해서라면 저도 여기까지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습니다.ㅎㅎ;;
위의 대장균 사례를 통한 유전자 스위치 개념으로 곧바로 인간의 정신
을 설명할 수 있냐면 저도 그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외부 환경에 의한 후성학적 변환이 인간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서라도(뭐 방사능이나 태내에서의 독성물질 노출같은 극단적 사례는 빼면) 이를 부정하는 사례를 접하기도 하였구요.
다만, 인간의 두뇌가 통념과는 달리, 변환된다는 점, 인간의 기억과 학습이 두뇌 회로의 변환에 의한다는 점(논쟁의 여지가 다소 있겠지만..), 그리고 인간의 '유전된 본성'이 발현되는데에 있어서 '환경(혹은 양육)'은 중요하다는(안구에서 시각피질로 연결되는 배선이 발달하는데에 있어서 시각적 자극은 중요하니깐요) 것이 제가 쓰려다가 쓰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이 개념을 유도하기 위해서 인용했던 것이 위의 실험 사례이구요.
제가 몽양운형님의 말씀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양육이란 메커니즘이 진화되었다는 것도 인정하며, 인간의 본성도 진화하였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이 글에서 쓰려는 것은 그런 진화론적인 것을 떠나서 한 인간 개체의 발달과정에서 환경과 유전의 상호작용에 대한 것이었구요. 또한, 인간 간의 공통점에 비하면 극히 적은 차이점(에구...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글로 풀어 쓰는게 어렵군요..-.-)이 실제론 환경과 유전 모두 작용하고 있다는 논지로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혹시 제가 몽양운형님의 논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
면, 추가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아, 몇 번 읽고서 논지를 어느 정도 알 것 같습니다. 유전전사인자와 유전자의 관계로 설명하려는 것이 현실에선 메커니즘이 매우 복잡하다는 말씀이신지요??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관련 비전공자 입장에선 그 학문의 권위자가 쓰는 텍스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거든요. 위의 장기기억 메커니즘은 칸델은 물론이고 르 두나 다른 학자의 책에서도 접했기 때문에 신뢰하고 있는데요(특히 르 두의 책은 서울대 생명과학학부 교수님께서 번역하셔서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습니다만..). 혹시 칸델의 책에서 가져온 메커니즘도 이후에 뒤집혀진 것인지요??
내용과 직접연관은 없는데, 몇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학계에선 개체간의 결합과 2세대 생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확율적으로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우수한 개체가 우수한 개체를 만나는 엘리티즘으로 보는지요? 또한 세대가 거듭될 수록 모집단의 평균 환경적응도가 높아지게 되는데, 그렇다면 수억세대가 지나면 그 환경에 적응하기 쉬운 스키마들만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적응도가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개체들이 살아남게 되는 것인지요? 아...저는 공학도인지라 유전알고리즘에 관심이 있어서요.
이에 대해선 전공자분께서 답하셔야 할 수준이군요. 고기님의 말씀과 관련해서 스티븐 제이 굴드가 제시했던 모델(?)은 알고 있는데('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이다.)', 다른 학자들은 어떤 입장인지 모르겠네요..(그리고 첫번째 질문은 확률적으로 보는 듯 하더군요. 집단 유전학 수식을 보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