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듣는건 역시나 쉴세없이 지나가는 기차소리입니다
더군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비몽사몽으로 배낭을 꾸리고 8시에 나와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식사 됩니다'라고 써있는 식당으로 무조건 들어갑니다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온 아주머니께서 누워서 티브이를 보고 계시더군요
역시나 된장찌게를 시킵니다
허 허 허
근데 이건 완전히 조미료맛 뿐입니다
미원맛이 장난아닙니다
김치도 그렇고........ㅠ.ㅠ
덕분에 김으로만 밥을 싸서먹고 나옵니다
에구 영동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도시라고 생각되는 곳이 점점 싫어지는 이유는 왜인지....
여행한지 며칠이나 됏다고...저도 참 웃깁니다 ㅋㅋ
8시 30분 국도 4번을 따라 황간으로 출발합니다
거리는 대략 20km정도 될듯한데....
제가 걷는 국도 왼쪽길이 쭈욱 기찻길입니다
경부선이라고 합니다
어제 그리도 진절머리를 치던 기차가 다니는 그길이구나 ...
헌데 오늘은 지루하지 않게 소리내며 지나가는 기차가 왜이리 반가운지..
어제는 그리도 싫던 기차소리가 이젠 아주 즐겁기만 합니다
이 어찌 간사한 맘인지....ㅠ.ㅠ
상황에따라 바꿔지는 이런 의미들이 재밌기만 합니다
저는 반복되는 일들을 참 싫어합니다
계속 의미없이 반복되어지는 대학원생활이 싫어 휴학을 하고 여행을 떠났는데......
헌데 여행 13일째.....
계속 걷는다는것 또한 반복적으로 똑같은 일이라 느껴지는 날입니다
처음부터 여행의 의도 목적과같은 생각은 없었는데...
누구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오기를 부리는건지....
여전히 남에게 보이기 위한 나를 버리지 못한것 같아 씁쓸합니다
이런 쓸모없는 우쭐거림을 비워내야 할텐데....
오늘도 혼자걷는것이 외롭지는 않습니다
그냥 하루에 목표하는 만큼의 거리를 걸어야 쉴수잇다는것 자체만 의식되어질 뿐입니다
목표량을 채워야 한다는게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쉬엄쉬엄 가도 되는 길을 왜그리 서둘러 가냐고 물어보면 할말없지만..
제 나름대로의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즐길수 있엇던 시작이었고 끝까지 즐길수 있으리라 자신햇는데...
제 머릿속은 그리 순수하지 못한가 봅니다
내가 좋아 시작한 여행에서 조차도 인내가 필요하다니...
그리 좋은 성과가 아닙니다
맘이란 녀석이 왜이리 조급해만 지는지...
어제밤 친구, 선배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힘들지 않아?"
"아니 전혀...아주 잼잇어"
거짓말이 늡니다
힘들어 하면 금새 그러니깐 포기해 이말이 나올것 같아서...
아니, 포기해란 말에 어쩌면 흔들릴지도 몰라서....
점점 거짓말이 느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점점 누구와의 전화도 하기가 싫어집니다
그늘에 앉으니 바람이 시원합니다
헌데 이상한건 게속 같은 무게의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데
매번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더욱이 유난히 버겁게 느껴집니다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닌데......ㅜ.ㅜ
혹 마음의 무게가 아닐런지....
어서 문경새재를 넘고 싶습니다
아주 기대되는 길이기에...
그곳을 걸으면 왠지 힘이 날것 같기에......
정말 포도밭이 끝이 없습니다
영동은 감뿐만 아니라 포도가 더 유명한가 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이 지방엔 뭐가 특산물이고 이지방엔 뭐가 특산물이고
달달 시험때문에 외웠건만...기억나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헌데 이번여행을 통해서 이렇게 직접 보고 느껴가며 알아갈것 같습니다
산교육이라는게 바로 이런것이구나....
느끼면서 알아가는거....
우리나라 교육이 이런식이라면 참 좋겟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폐교된 학교같은데 국내 와인 공장으로 변해있습니다
와인이라.....^^*
어제 산 잡지를 잠깐 쉬는 틈을 타 꺼내 읽습니다
"한 순간에 영원을 경험할 수 잇는,
그 순간의 기억만으로도
일생을 살아갈 영혼의 양식이 되는 어떤 순간"
이란 글귀가 나옵니다
아마 이번 여행이 나에게 그 '어떤 순간'이 되리라...
황간을 3km정도 남겨두고 무쏘차가 멈춥니다
왠아저씨가 고개를 내밀더니 손짓을 합니다
건내주는 명함이 무슨무슨 신문사 국장..
코오~ 이거 신문에 나가는거 아냐? ^^*
기자생활을 해서 그런지 이런저런 궁금함이 많나봅니다
뭐 그래봤자 다들 궁금해 하는 그런 질문들이지만요 ^^;
점심을 사주시겟다며 차를 타라고 하십니다
바로 코앞이 황간이기에, 공짜 밥이라기에
또 신문사 국장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어쩐지 믿을만 하기에
차에 올라탑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잘도 하십니다
말하는 기술이 장난 아닙니다
상대방의 말을 유도하는 기술...
기자들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코오~~ 연예인들 힘들겟습니다 ^^;
밥을 먹고 물한계곡이란 곳을 가신다고 하십니다
백억인가?
암튼 그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계신 80세의 노인 한분이 그곳에서
집을 한채 짓고 살고 계신다며...안부차 가신다고 하십니다
물론 목적은 나중에 그 재산을 어떻게 하실건가가 목적이지만
이런것이 바로 그런 특종을 위한 물밑작전이라고 하시더군요
거참~~
무섭습니다
지상 낙원과 같은 곳이라며 잠깐 구경하라고 하십니다
정말 좋은 곳입니다
물도 너무 맑습니다 그냥 마셔도 된다고 하더군요
황룡사라는 작은 절이 잇는데...
부처님 석상이 서있습니다
잠깐 무언가를 빌고 바라보다 그냥 한번 웃엇습니다
코오~~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라는 말을 마니 들엇는데
제가 느껴보기는 이번이 처음인거 같습니다
돌같이 딱딱하게만 보이던 부처님 입술꼬리가 살짝 올라가는듯 합니다
정말 처음 느껴보는 생생한 기분입니다
산 전체를 휘감고 도는 물소리에 마음이 금새 비워지며 추욱 가라앉는거
같더니 .........
아마 이런 물소리때문인거 같습니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이렇게도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하다니....
내몸에 걸쳐있는 모든 소품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정말 다시 오고싶은 곳입니다
대전에 가시는 길에 제 다음 목적지까지 태워주신다고 하십니다
다음 목적지는 삼포구 그곳에선 파출소 방범초소에서 머물 게획이기에
그곳에서 자고 거꾸로 다시 걸어왓다가 하룻밤 더 신세질까? 하는 맘에 혹해서 그런다고 했습니다
가는길에 아저씨가 하는 말들이 점점 야리꼬리해집니다
그래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설마설마하는 찰라...
"어느 책에 보니깐 이성간의 친구사이에 전제되는게 성적 매력이라고
하던데, 나도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친구간인데 무슨 성적인 매력이 존재하죠? 에이 설마요~"
"학교때 느끼는 그런 친구랑 사회에서 생각하는 그런 친구랑은 다르니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한데 정말 그래요"
암튼 그냥 그런가보구나 싶어 네에 하고 끄덕거리며 가는데..
"우리 친구할래요?"
헉 이게 무슨 회괴한 질문인지....
아주 상황이 묘하게 꼬여가는 기분입니다
"아뇨"
젠장....
뭐 이런 세상입니까?
친절을 빌미로 하여 사람을 우습게 보다니...
맘속으로 이런 친절에 마니 감사하며 다니고 있는데, 그런 만남들을
더많이 바라고 잇는데...
아주 당황스럽습니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텔리적인 모습과 사회적 지위가 이리도
웃기게 느껴지다니...
첨부터 아주 술수로 밝혔던거 같아 그런것에 속아넘어간 나 자신에 대해
화가 납니다
젠장 정말 여자로 태어난게 싫습니다
뭐이리 조심해야될게 많고 뭐 이리 의심해야할게 많은지.......
정말 똑바로 삽시다
부인에게 ㅡ아직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며 그리도 진지하게 말하던게 불과 몇십분 전이구만....
결혼이라는거 서로 속고 속이는 관계도 있다는거 아주 웃깁니다
암튼 잘가라며 악수까지 하고 내렸지만
아주 정신없는 날입니다
완전 갖고 놀림 당한 기분입니다
절대 차 타지 마십시오
이제 정말 안탑니다
무주 아저씨껜 너무 죄성하지만...
믿을수 있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많다는거 정말 실감한 날입니다
더욱이 화가 나는건
어찌보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될수도 있었는데
그 아저씨의 아주 친절한 배려(?)때문에 넘어갔다는 현실입니다
정말 뭡니까 이거~
암튼 삼포에서 내려 파출소를 찾아갓습니다
파출소에서 묵을 생각이엇는데 마을 회관을 소개해주십니다
덕분에 이장님이 오시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ㅠ.ㅠ
그사이 특전사를 갖다온 경찰아저씨랑 이런 저런얘기를 합니다
몇일전에도 도보하는 남자분이 지나갓다고 하십니다
하루에 그분은 40km씩 걸었다고 했답니다
헉 전 절대 못합니다
그런데 그분도 거의 탈진상태같았다며 점점 거리를 줄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 남창에서 저를 이삼일 앞질러 갔던 그 제대하신분같습니다
대단합니다
언젠가 만날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경찰아저씨는 혹 모르니깐 위험한 일이나 도움필요할 일 생기면
전화하라며 명함을 건네주십니다
제 번호도 알려달라 하시더군요
낮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이런 상황을 호의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피해야 할지 아주 헷깔립니다
거참 ~
한번 생겨난 의심이 이리도 사람을 불신하게 만들다니...
정말 똑바로 삽니다
이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회관으로 갑니다
회관이 거의 가정집 수준이라 안심입니다
문을 잠그고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헉 벽면을 거의 다 차지하는 큰 창에 잠금장치가 없습니다
결국 불을 키고 버티다가 달라드는 파리때문에(씻을곳이 없어 세수하고 머리만 감았더니 몸에서 땀냄새가 나나봅니다 파리가 아주 좋아합니다 ㅠ.ㅠ) 불을 끕니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집니다
거참 오늘 왜이런지.......아주 일진 사나운 날입니다
덕분에 2시간정도 눈을 붙인거 같습니다
며칠째 게속 이럽니다
정말 피곤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