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나보다 낫다
어제는 오랜만에 몇몇의 고향친구들과 소주잔을 나누었다. 그런데 우리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살아가는 이야기, 자식들 자랑이 아닌 돌아갈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만큼 살아가기가 팍팍해져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누구는 지금 틈틈이 가꾸고 있는 농장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살 것이라 하고, 누구는 한적한 곳에 자리 잡아 세상과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을 것이란다.
그러고 보니 막상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도 금의환향할 처지가 못 되어 어디 조용한 시골 빈집이라도 사서 고쳐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였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이야기 중에 우연히 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기르던 개의 충직성이나 그동안 격은 이야기 들이었다.
퇴근을 해서 대문간에 이르면 개는 꼬리를 흔들며 환영을 한다. 아니 내가 보이지 않을 때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애엄마가 차를 타고오면 대문간에서 끙끙거려 방안에 앉아서도 다 알 수가 있다.
개가 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왜냐하면 사람의 코에는 후각기관이 200만개 정도인데 비하여, 개는 2억 개가 넘고, 청각기관은 사람에 비하여 10배가 발달하였다고 한다.
개의 그러한 발달된 후각기관 때문에 마약을 탐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대장암을 진단해 내고 있는데 그 정확도가 무려 98%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차 소리와 발자국 소리를 알고 (환영 프랑카드는 안 들었지만) 대문간에서 미리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개의 조상은 늑대라는 사실인데, 1만 5천년전 동아시아에서 길들여진 회색늑대라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개가 하늘을 쳐다보고 우는 모습은 마치 늑대를 연상시키곤 하였다.
개는 기후에 잘 적응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혹독한 추위에도 잘 견디는데 추위에 대비해서 지방을 축척한다고 한다.
개는 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있다. 시베리아에도 있고, 아프리카에서도 볼 수 있다.
예전부터 개는 사람에게 매우 충직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집을 지키고, 주인을 해하려는 다른 요인으로부터 자신을 희생 하면서도 주인의 목숨을 구한 개 이야기도 있다.
‘개는 사흘만 기르면 주인을 알아본다.’ ‘사람이 개를 버려도 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서양에서는 개를 마치 자신들의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르던 개를 잡아 보신탕을 해 먹던 관습이 있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어째든 마음 편한 일을 아닌 것 같다.
불교에서는 개고기를 금기하는 식품으로 하고 있는데, 그 유래는 저승의 첫 번째 관문을 지키는 삼목대왕이 자신이 죄를 지어 개로 환생하여 이승에 왔었고, 자신에게 정성껏 보살펴준 주인이 저승엘 갔을 때 보답을 하였다는 설화가 있으며, 또한 개는 ‘저승길의 안내자’라거나 ‘저승길의 지킴이’라는 전설도 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빗대어 흔히 개보다 못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술에 취하여 사리 분별을 못하는 사람, 은혜를 모르는 사람, 사회질서를 무시하는 사람, 인간적인 도리를 저버리는 인간들...
옛말에 ‘검은 머리를 가진 짐승은 거들어주면 나중에 해를 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런 경우 사람이 개보다 못하다는 인식을 들게 하는 것이다.
훈련이 잘된 개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지켜 건넌다고 한다. 그리고 거들어 키워주면 언제까지나 은혜를 잊지 않는다고 하였다.
언젠가 개의 충직성에 대한 글을 읽었었다. 주인이 자신이 키우던 개를 잡아먹기 위하여 도살장으로 끌고 가다가 줄이 끊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개는 자신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도망을 치지 않고 결국엔 주인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이야기였다.
개는 다름 짐승과 달리 영리하여 자신에게 처한 위험을 감지하는 영특함이 있었다. 예를 들면 개장수 앞에서는 사나운 개들도 꼼짝없이 기가 죽고 마는 것을 보았었다.
우리들은 개에 대한 고마움을 알면서도 한편으론 좋지 않은 속담들도 이야기 한다. 그 중 몇 가지를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 읊는다.
2. 개 못된 것은 들에가 짖는다.
3. 개 꼬락서니 미워서 낙지 안 사먹는다.
4. 개 고리 삼년 두어도 황모(족제비)되지 않는다.
5.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6. 개 보름 쇠듯 한다.
7.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
우리 집에도 예전부터 계속해서 개를 키워오고 있다. 어떤 개는 수명을 다하고 죽었고, 또 다른 녀석은 질병에 걸려죽었다. 그리고 사리분별을 못하는 녀석은 열린 대문으로 도망을 쳤고, 키우다 다른 사람에게 보낸 녀석들도 있었다. 하여간 상당히 많은 개들이 우리 집을 거쳐 갔다.
그때마다 정이 든 녀석도 있었고, 때론 막무가내로 식탐만 하여 그저 그런 녀석들도 있었다. 하여간 개에 대한 추억거리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아무튼 개는 우리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이고 또한 인류의 영원한 친구임에는 틀림없다. 그들은 처음부터 인간에게 악의를 품어 본 적도 없었고, 누구를 해하려고 크게 잘못한 행동을 한 적도 없었다.
공연히 사람들의 지레짐작으로 일방적으로 평가당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개를 키우며 사소한 잘못에 엄하게 벌을 가한 적이 있었다.
벌을 받으면서도 꼬리를 흔들어댄다. 주인인 나에 대한 복종이고 충성심이다. 사후에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개보다 생각이 짧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 개가 나에게 제재를 받는 경우는 주로 화분을 엎거나 그것의 흙을 파내는 행위, 마당에 던져진 종이를 심하게 찢는 행위, 간혹 지정된 곳이 아닌 곳에다 작은 것을 보는 경우이다.
그래서 퇴근을 하여 대문간을 들어서면 멀찍이 떨어져서 나의 눈치를 본다. 그리고 내가 긴장을 풀면 그때서여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서로가 피곤하게 사는 것일까?
개는 악의에 의한 행동이 아닌 것을 나는 더 큰 악의를 품고 행동을 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때 적어도 심적인 면에서는 내가 개보다 못한 점은 더 있다. 술을 자제하지 못한다는 것도 그렇고, 남에게 악의를 품는 다는 것도 그렇다.
그렇다고 내가 개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개가 나보다 낫다고 이야기 하는 편이 품위유지가 더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스개 소리로) 그렇다면 행여나 세상에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꼼짝없이 X보다 못한 인간이 되고 마는 셈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273E4E4D8BC84F3D)
첫댓글 세상에 개보다 못한 사람들 많죠이.
그래도 개보다 낳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그래도 조금 낫다고봐요.
보기싫은 개는 똥쌀대도 우줄그려가면서 똥싼다
- 개는 움직이면 X싸고, 사람은 움직이면 휴대전화 겁니다
(개를 키워보아서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집나서며, 그리고 차에 시동걸면서 휴대폰 꺼내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