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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도 드디어 기울어가는군요.
지난 1년 동안 주사랑공동체의 집을 사랑하여 주시고 돌봐주신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주사랑공동체에 있는 지체들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은만 : 은만형제는 지난 봄, 이동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다리 수술을 위해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을 하여 다리를 수술하려 했으나 현재의 의료기술이나 의료팀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결국 포기를 하고 훗날을 기약하며 퇴원을 하였었습니다. 그 후에도 귀의 염증과 수면 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다만 왼쪽 눈은 여전히 눈꺼풀이 감기지 않아 이미 각막이 상했고 거의 실명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만형제는 과거에 비해 건강이 상당히 양호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인해 나날이 잘 견디고 있습니다.
설 : 설이는 중학생입니다. 지난여름에는 감기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사춘기의 연령에 도달해서인지 감정의 기복도 심했습니다. 가을 문턱에 들어선 9월 말에는 드디어 초경이 왔답니다. 설이는 항상 음식섭취를 원만하게 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는데 요즈음에는 아주 아주 잘 먹습니다. 항상 밥을 꼴찌로 먹고 다른 사람들보다 3-4배 늦게 먹었던 설이가 엊그제는 먹보 주은이와 대식가 상희보다도 더 빨리 먹었습니다. 아마 봄에 먹였던 한약의 효험이 종종 발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희 : 상희는 기억력이 좋습니다. 한 두 번 들었던 노래나 어휘들을 잘 따라하며 몇 번 만났던 사람들은 쉽게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나 표현도 아주 잘 합니다. 상희는 비록 덩치가 커서 이동할 때엔 난처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육체를 유지하기 위한 영양공급도 그와 비례해야 합니다. 그러나 종종 먹는 것으로 인해 오히려 더 곤란을 겪을 때도 있습니다. 상희가 음식섭취에 이상이 생겨 구토를 할 경우에는 거의 1주일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며 정상회복을 하기까지에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상희는 올해가 졸업반입니다. 이미 졸업사진도 찍었고 겨울방학도 시작하였기 때문에 이제 개학하면 졸업식을 합니다. 지금 상희가 안경을 쓴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해서인지 잘 쓰지 않았으나 요즘은 적응을 많이 한 편입니다. 덕분에 세상을 보는 차원이 완전히 달라졌고 사물을 관찰하고 생활하는 데에도 커다란 유익이 됩니다. 이번 달 초에는 물리치료에 필요한 보장구가 도착해서 착용하고 있는데, 발이 온전하게 발육되지 못한 상태에서 상당히 휘어져 있기 때문에 바로잡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며 치료하는 동안 여러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상희는 항상 흥겨워하고 참으로 맑고 밝습니다.
나단 : 지난여름에 나단이는 열이 많이 오르내렸었습니다. 이로 인해 식사량도 줄고 고생이 심했었습니다. 올 겨울에도 감기로 인해 기침, 콧물, 발열을 치료하느라 병원에 다녔습니다. 나단이는 침을 많이 흘리고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하며 한 번 울면 잘 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경풍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올 겨울 들어서는 발작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서 뇌파검사를 했는데 뇌가 자주 경기를 일으킬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기에다가 시신경이 나빠서 안경을 써도 전혀 볼 수 없다는 진단이 내려져서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나단이도 물리치료에 필요한 보장구가 생겨서 앞으로 몸이 많이 향상될 거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물론 여전히 재활센터에서 정기적으로 물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나단이의 신체 발육과 움직임은 상당히 호전되었습니다.
루리 : 루리는 그동안 1년에 한 번꼴로 서울대학병원에서 3번이나 손과 발을 수술하였습니다. 물론 매번 수술을 할 적마다 힘들었지만 수술 후에는 훨씬 편리하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루리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오히려 젓가락질도 잘하고 음식도 훨씬 잘 먹습니다. 루리는 한 겨울인데도 주사랑공동체에서 팬티와 메리야스 만 입고 다니며 추위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국어, 영어, 수학, 한문공부도 잘합니다. 태권도장에도 열심히 다니며 더욱 씩씩하고 늠름해졌습니다. 항상 흥겹게 생활하는 루리는 수시로 흥얼거리면서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어서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주은 : 주은이는 음식에 집착을 많이 합니다. 적절하게 조절을 해주지 않으면 막무가내로 먹게 되고 곧 그 후유증이 발생합니다. 너무나 많이 먹서서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해 토하게 되고 그리하여 열도 나고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약을 먹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동안 주은이는 가끔 감기 등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다니기도 했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주은이도 상희처럼 눈이 나빠서 안과에서 처치를 한 후 안경을 맞추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안경을 끼고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끼면 사물이 훨씬 정확하게 보이기 때문에 편리한 가 봅니다. 또한 남부복지관에서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데 언어표현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으며 그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주은이는 여전히 명랑하며 요즘은 수시로 거울을 보면서 쿵푸를 하는 무술 인처럼 온갖 권법을 다 선보입니다.
사랑 : 사랑이는 지난봄에 항문수술을 받았지만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수술한 다음에 상처가 잘 아물고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두 발을 묶었지만 워낙 이리 저리 날뛰기 때문에 수술 받았던 부위가 찢어져서 급히 병원에 다시 간 적도 있습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일정기간동안 고정하기가 쉽지 않은 부위라서 완치가 어렵고 지금도 종종 배뇨 후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밥을 잘 먹지 않습니다. 오히려 징징 울면서 과자를 달라고 떼를 씁니다. 사랑이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항문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장애가 있었고 그동안 흉요추측만증으로도 서울대학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았는데 상태가 상당히 호전되었습니다. 사랑이는 언니노릇도 잘 합니다. 동생들인 은혜, 온유, 진리를 잘 보살펴주고 안아주고 놀아줍니다.
믿음 : 믿음이는 여전히 고집이 셉니다.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울고 떼를 씁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놀 때에도 조금씩 양보하거나 서로 동등하게 나눠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직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하겠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공동체에서는 위 아래층을 쿵쾅 쿵쾅 공룡처럼 걸어 다니면서 이곳 저곳을 점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이는 밥도 잘 먹고 건강한 편입니다. 수시로 누런 콧물이 흘러내렸으나 지금은 꽤 말끔해졌습니다. 항상 늠름하고 인사도 큰 소리도 잘하며 공동체에 사람들이 오실 때엔 가장 잘 반겨줍니다. 믿음이는 제법 어른스러워져서 심부름도 잘하고 동생들도 잘 돌보아줍니다.
은혜 : 은혜는 서울대학병원에서 심장시술을 하였으며 아직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으러 다닙니다. 전반적으로 몸이 허약하기 때문에 감기, 기침, 가래와 자주 씨름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밤새 쉬지 않고 짜증을 내며 아우성을 칩니다. 그동안 은혜는 혈액검사, 뇌파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와 각종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은혜는 투약을 해야 할 정도로 아주 자해가 심합니다. 기분이 나쁘면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자신의 손으로 뺨과 머리를 계속 칩니다. 항상 바닥에 턱을 찍기 때문에 턱이 심하게 손상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위 아랫니 사이게 낀 혀가 상처를 입어 많은 출혈이 생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턱에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으며 혹 턱뼈에도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사선촬영도 했었습니다. 은혜는 근육이 약해서 길 수도 설 수도 걸을 수도 없습니다. 다행히 지난여름부터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곧 좋아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은혜는 사시교정을 위해 서울대병원 안과에 가서 검진도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자해하는 횟수도 그다지 많지 않고 음식도 잘 먹으며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신체의 움직임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현재, 은혜의 심장도 역시 잘 뛰고 있으며 아주 건강하고 양호한 상태입니다.
평강 : 평강이는 올해부터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비록 오른 손은 불편하지만 왼손으로 거의 모든 것들을 행할 수 있으며 전혀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손놀림이 유연합니다. 고집도 세서 식사를 할 때에도 다른 아이들과 달리 꼭 어른들이 먹는 식탁에서 함께 먹겠다고 우기며 아무리 밥그릇을 다른 상으로 옮겨놓아도 다시 가지고 와서 어른들과 함께 식사합니다. 숟가락질도 자신이 하며 누가 먹여주거나 도와주려고 해도 절대 사양하고 혼자 스스로 먹습니다. 주사랑공동체에서 평강이는 천하무적입니다. 평강이는 누구한테도 장난감이나 과자 등을 빼앗기지 않고 한손으로도 모든 물건들을 능숙하게 잘 다루고 있으며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특히 평강이의 기억력과 판단력은 대단히 뛰어납니다. 평강이의 노는 모습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수준과 차원이 너무 고수여서 탄복할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온유 : 온유는 올 봄에 첫돌을 맞이했었습니다. 같은 또래에 비해 신체가 훨씬 약하고 몸무게도 적기 때문에 치료를 할 경우에도 투약기간이 훨씬 깁니다. 더군다나 온유는 감기로 인한 발열과 후두염, 폐렴 등으로도 고생을 많이 했으며 심지어 119구급차로 서울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몸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예방접종도 제때에 하지 못하고 약을 먹이기도 어렵습니다. 또 신체가 너무나 작아서 폐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호흡 및 가래 제거 등에도 곤란한 점이 많으며 폐동맥 한쪽 크기가 조금 작아서 성장하는 데에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온유는 정신, 심리, 인성, 인지도도 같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그러나 온유도 역시 지난 여름부터 일주일에 3번씩 삼육재활센터에서 작업치료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숙아나 극도의 영양실조에 걸린 아기들의 영양섭취를 위해 제조된 음료 페디아슈어와 선식을 먹은 후로는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곰돌이가 되었습니다.
진리 : 진리도 역시 서울대학병원에서 심장수술을 하였고 3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습니다. 물론 감기, 가래, 기침, 폐렴 등 각종 질환으로 인해 치료를 받았었는데 전반적으로 몸이 약하여 생활하는데에 불편함이 많습니다. 특히 진리는 음식을 잘 토합니다. 공동체의 이곳 저곳을 애벌래처럼 기어다니며 수시로 토해내어 방바닥에 멋진 추상화를 그려놓습니다. 진리도 이제 언니 오빠인 상희, 나단이, 은혜, 온유와 함께 삼육재활센터에서 물리치료, 작업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진리는 이번 가을에 첫돌이 지났는데 여러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과 돌보심으로 인해 나날이 건강해지고 있으며, 신체의 모든 기관들이 점점 튼튼해지고 발육도 매우 향상되고 있습니다.
* 날씨가 춥고 경제가 심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의 사랑과 도우심으로 인해 주사랑공동체의 모든 식구들은 잘 견디고 있으며 오늘도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와~~이 많은 일들을 꼬박꼬박 기억하시다니....목사님!!컴퓨터 두뇌가 여전하시군요!!ㅎㅎ
와..정말 꼼꼼히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벌써 보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