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당한 사건 ㅡ.ㅡ 》
방금 술을 졸라 처먹어서 쓰린 속을 부여잡고 택시에서 내렸다..
그것도 택시비가 모잘라서 졸라 괴로워하며 한 100m쯤 덜 가서 내렸는데..
담배 물고 씨발씨발거리면서 걸어가는데 갑작스레 -_-;;
어떤 거한 -_-; 이라기보다는 등빨이 겉보기의 나보다 좋고
키도 나만 하지만 얼굴은 주영훈만한 괴물 같은 사내가
우악스레 내 팔을 움켜잡았다.
깜짝 놀라서 보니 그의 눈에는 눈물 코에는 콧물이 범벅이 되어 울부짖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에요!? 여기가 어디냐구요!?'
난 순간 당황해서 '먹걸~역이죠' -_-;
라고 대답하자 갑자기 또 울먹이면서 '먹골이 어디에요?!'
'저..머시냐..묵동 삼거리요..-_-;;' 라고 하자
핸드폰에 대고 그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묵골이래 여기 묵골!'
라면서 자기 빨리 데리러 오라는 둥 사랑한다는 둥 -_-;;
혀가 꼬였다고는 하지만 틀림없이 약간은 정신연령을 의심해 봐야할 사나이였다
부정확한 발음에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눈물 콧물이 뒤범벅이 되어 -_-;;
그래서 난 스슥 사라지려고 하자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나를 붙잡으면서
'나를 버리지 말아요!' 라면서 또 그 사내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_-;;
그래서 내 무스탕이 꾸겨질까 봐 쫄아서 놓게 하려고 그 남자 손을 보니
언젠가 본 사파이어랑 똑같이 생긴 보석이 그의 반지에..
헉 하면서 시계를 보니 '비쌈' 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것 같기도-_-;
그의 차림새를 다시 한번 살펴보니 저능아로 보이는 사내로서는 과분할 정도로 말쑥한 차림이었다-_-;
내가 그 남자 몸에 걸친 것의 가격들을 빠르게 암산하는 동안
그 남자는 계속 눈물찍 콧물찍 상태로 울부짖고 있었다. 여전히 내 팔을 잡은 채로-_-;
이놈이랑은 말이 안 통하겠다 싶어서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순간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라고 외치더니 나한테 핸드폰을 줬다
쿠쿵 -_-; 애니콜 듀얼 -_-;
뭐 어쨌든간에 전화를 받아서
'여보슈'
'(20 대 후반의 여자) -_-; 네? 지금 거기가 어디죠..?'
이 말투에 목소리는 진짜 귀한 집 딸년으로 추정되었다 -_-;;
'아..여기 먹골역이요...묵동 삼거리라고 아세요..?'
'거기가 어디죠..?'
'그 머시냐...그 태릉 지나서 동일로 타고...'
'혹시 신내동 가는 거긴가요..?'
'넹'
'그사람 많이 취했나요?'
라는 질문에 그 사내를 보니 벽에 기대어 흐느껴 울고 있었다..-_-;;
덩치는 졸라 산만해 가지고 박찬호도 아니고 질질..-_-;;
'네 그런 것 같은디요 -_-;'
'아..그럼 제가 그리로 갈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예? 저 빨리 들어가 봐야 되는데..'
라는 말에 그 사내는 다시 내 팔을 움켜잡으며
'가지 말아요! 나 두고 가지 말아요!'
시팔-_-;;;;
여차저차 해서 그 여자가 올 때까지 내가 그 남자를 돌보게 되었다 -_-;;
'제가 사례 ( -_-* ) 는 할테니 제가 갈때까지만 거기 좀...'
'네 얼마든지'
그래서 길바닥에 그 남자는 주저앉아 있고,
난 담배 물고 씨발씨발거리며 그 여자를 기다리는 거지같은 상황이 당분간 계속 되었다.-_-;
그리고 한 30 분쯤 지나자 핸펀이 울리더니
'여기가 묵동 삼거리거든요?'
'네, 거기 빵집 앞으로 오세요'
라고 하자 웬 검은색 세단 두 대가 유턴을 하더니 한 대에서 여자가 내렸다
이영애 같은 외모에 성숙미가 잘잘 흐르는 목소리.-_-
그리고는 그 남자는 달려가 여자를 껴안더니 졸라 사랑한다고 지겹게 외쳐댔다
그리고는 둘이 같이 내쪽으로 오더니 여자가 고맙다고 하면서 백을 열더니 지갑을...
지갑 안에는 진짜 내가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많은 수표...다 흰색..-_-;;
그러더니 흰색을 나한테 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남자 지갑을 달라고 하니 남자 지갑에는 흰색 1cm 파란색 1cm -_-;;;
그러더니 마넌을 나한테 주면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뭐 이런걸...' -_-;;;;
얼른 인마이 포켓하고 집에 갈라고 했더니 남자가 나를 또 붙잡으며 -_-;;
얼굴거리 5cm -_-;;;
'정말 고마워요 진짜! 진짜로!'
'네네..-_-;;'
'내가 나이가 서른넷인데 나이값 못하죠..'
'네..-_-;;' (진짜로 네 라는 말이 나왔다 -_-;;)
그리고는 여자는 자기 차에 타고 남자는 기사가 모시고 집으로 -_-;;
하여튼 뭔가 황당한 경험이었다 -_-;;;
오다가 마넌으로 호빵이랑 라면이랑 콜라랑 담배 사먹고 끝 -_-
지금 생각하니 남자를 구타해서 지갑 갖고 나를껄...하는 생각도 들지만-_-;;
그 엄청난 파워 앞에는...
여하튼 매우 황당 -_-;;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