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이번 산행은 장원지맥을 마무리하고 분적지맥 분기봉으로 이동하면서 무등산을 두루 볼 수 있기에 가기 전부터 설렌다. 분적지맥(粉積枝脈)은 호남정맥 무등산(1187m) 남쪽 1.9km(장불재 남쪽 0.5km)에서 남쪽으로 분기하여 만연산(666m),수레바위산, 너릿재, 소룡봉, 분적산(415m)을 지나 광주시내로 들어선 후 금당산(304m), 화방산(214.6m), 송학산(212.3m), 봉황산(167.8m), 등룡산(117.4m), 학산(60.6m)을 지나 지석천이 영산강에 합류하는 광주시 승촌동에서 끝나는 도상거리 30.2km 되는 산줄기다.
지난 구간에 이어 8~9km 진행하면 무등산에서 장원지맥을 마칠 수 있고 서석대와 입석대, 장불재를 거쳐 분기봉에서 분적지맥을 시작할 수 있기에 오늘의 산행은 "ㄷ"자 형태로 진행하게 된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장원지맥) 지산유원지-향로봉-장군봉-낙타봉-중봉-서석대-천왕봉 / (분적지맥) 분기봉-만연산-수레바위산-소룡봉-분적산-쥐봉-말봉재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31km (장원지맥 : 접속 0.5km, 실제거리 8km / (분적지맥) 접속 1.5km, 실제거리 19km, 헛발품 2km)
- 산행일시 : 2024년 8월 28일(수) 07:20~18:40 (9시간 20분)
★ 흔적들
<<장원지맥 2구간>>
전날 광주에서 전 직장 후배들을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오랫만에 회포를 풀다 보니 꽤 늦어 버렸다. 목포 숙소에는 11시 넘어 도착하고 잠을 청한 것은 자정쯤일까. 항상 그렇지만 어중간하게 술을 마시면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새벽 3시에 잠을 깬 후에는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산행채비를 한다.
5시 23분 KTX 첫차를 타고 광주송정역에서 지하철에 이어 금남로5가역에서 지산유원지행 버스로 환승을 했다. 7시 15분 하차 후 스틱을 펴고 등산준비를 하는데, 모자를 두고 온 것을 알게 된다. 오늘 햇볕이 뜨거우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오늘은 하루종일 해를 안고 가게 된다. 오전 중 무등산을 오르기까지는 동쪽으로 향하고, 점심쯤에는 남쪽 그리고 오후가 되면 서향이라 햇볕에 얼굴 피부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뻔한 상황이었다. 햇볕가리개는 갖고 왔기 때문에 수건으로 둘러매고 햇볕가리개를 걸쳤다. 그러다 보니 앞이 잘 보이질 않는다. 날파리도 기승을 부리며 얼굴부위에 집중적으로 달려들었다. 해충기피제를 뿌렸지만 불과 1~2시간 지나면 또 몰려들기를 반복한다.
7시 45분 버스 하차후 30분 만에 마루금에 올라섰다. 마루금 따라가다 보면 지산유원지 놀이기구들이 여기저기 흉물이 되어 남아있다. 손님이 없어서 최근 모노레일도 작동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
8시 정각 향로봉(359.9m)에 도착했고,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장군봉도 낑낑대며 올랐지만 아무것도 없다. 네이버 지형도를 보고 장군봉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다음 봉우리인 낙타봉도 마찬가지다. 9시 19분 도착한 바람재에서는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빵과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쉼을 가졌다. 인근의 연로한 분들이 산책 삼아 걷고 있거나 쉬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동학사터를 지나자 중봉과 무등산 천왕봉이 훤하게 열려있다. 1000고지가 넘는 산답게 웅장함이 느껴진다. 10기 40분 중봉을 지나 11시 9분 서석대 주상절리 바위를 감상한 후 정상에 올랐다. 산객 한분께 천왕봉을 올라갈 수 있냐고 묻자 어투가 제주도 출신이다. 동향이라고 하니 바로 사투리 모드로 바꿨다. 100산 산행을 위해 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 올라왔다고 한다. 대단한 정성이다. 천왕봉은 실제 정상은 아니지만 전망대(보수공사 중)까지는 올라갈 수 있었다. 트랙으로 보면 서석대가 장원지맥의 분기점이긴 해도, 통제구간일 때 얘기고 천왕봉이 사실상의 분기점이다. 따라서 올라갈 수 있는 지점까지 올라가 봐야 장원기맥은 끝이 난다. 11시 24분 천왕봉 전망대를 밟음으로써 장원기맥은 끝을 맺었다.
<<분적지맥 1구간>>
이제는 분적지맥 분기봉으로 이동하여 답사를 시작할 차례다. 내려가는 길에 백마능선도 보고 입석대도 감상할 수 있었다. 볼 때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11시 58분 장불재에 도착한 후에는 쉼터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전환되면서 장불재에 화장실을 만들고 쉼터도 조성해서 편리하게 식사도 하고 쉴 수 있도록 했다. 식사를 마치고 안양산 방향으로 500미터를 진행하자 만연산 방향 이정표가 보인다. 그러나 이곳이 분기점은 아니다. 트랙을 보며 100여미터를 더 올라가자 바위로 이루어진 분기봉에 이른다(12:50)
분기봉에서는 만연산 방향으로 내려설 수 없기 때문에 다시 만연산 방향 이정표가 있는 지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오늘 오후 7시 광주송정역에서 지인과 저녁식사 약속을 했기 때문에, 오늘 예정된 산행을 마치려면 지금부터는 트레일런 모드로 바꿔야 했다. 만연산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너와나목장이 있는 지점까지는 23분 소요되었다. 만연산 가는 등산로는 보수 중이라 여기저기 공사장비가 어수선하게 널려있었다. 삼거리에서 배낭을 벗어놓고 휴대폰만 들고 400미터 떨어진 만연산을 다녀왔다(14:05). 삼거리에서 얼린 캔맥주를 땄지만 얼음덩이가 덜 풀려 조각난 얼음덩어리는 머리 위에 부었다. 시원하고 몸의 열기가 식혀지는 느낌이다.
14시 12분 수레바위산에 이르렀다. 삼거리라 길을 잘 찾아가야 하는데 순간 착각하고 좌측의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내려갔다. 1km쯤 진행하자 이정표가 보이는데, 전혀 엉뚱한 방향인 것을 알게 된다. 다시 급경사길을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암담한 심정이다. 내려올 때는 13분 소요되었지만 수레바위까지 오르는 데는 27분이 소요되어 결국 40분간 시간허비가 있었다. 자칫 지인과의 약속시간에 제때 도착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걱정이 밀려왔다. 식당을 광주송정역이 아닌 진월동으로 바꾸자는 문자를 보냈다.
15시 48분 지장산(355.9m)을 넘어 너릿재에 이르렀다(16:14). 울트라마라톤대회 때 너릿재 옛길을 지나갔기 때문에 눈에 익숙하다. 너릿재 누리산책로를 따라가기 때문에 마루금은 더할 나위없이 좋다.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진월동까지는 최대한 시간단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평지나 내리막은 조금 더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16시 28분 340봉을 지나 16시 34분 352.8봉을 넘어선 후 16시 57분 저승재에 내려섰다. 소룡봉은 가파른 오름길을 극복해야 했다. 17시 13분 소룡봉(404.9m) 정자에 앉아 남아있는 빵과 토마토를 먹고 미숫가루로 에너지를 충전했다. 17시 30분 한재등(290.1m)를 넘어 17시 43분 칠구재를 지나 가파른 오름길을 쉽없이 올라가자 18시 6분 분적지맥의 주봉인 분적산(415m)에 도착했다. 육각정 정자가 위치해 있다. 계속 내리막이라 18시 23분 273.5봉에 이어 18시 34분 쥐봉(195.8봉)에 도착했다.
분적지맥 마루금은 칡넝쿨로 덮여있고 등로상태가 도저히 뛸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 아니었다. 팔봉재에서는 고속도로 굴다리까지는 급하게 왼쪽으로 꺾어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마루금을 포기하고 누리산책로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쥐봉에서 진월마을로 향하는 평탄한 길을 따라 내려서자 날머리 바로 앞이 고속도로 굴다리다(18:43). 식당을 찾아들어가자 18시 50분. 약속시간에 맞게 지인을 만나 짱뚱어탕을 반주삼아 막걸리를 비우며 그동안 못다 한 얘기를 나누자 2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