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Asian Correspondent 2013-7-1 (번역) 크메르의 세계
[분석] 잉락 총리, 태국 최초의 여성 국방부장관 겸직
잉락 태국 총리의 제5기 내각이 보여주는 3가지 특징
Thailand’s latest Cabinet reshuffle: 3 initial observations
기고 : Saksith Saiyasombut & Siam Voices
정치에서 개각(cabinet reshuffle, 내각개편)은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며, 어떤 정권이 필사적인 방향전환을 시도할 때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태국의 경우, 집권당 내의 여러 계파들이나 연정의 파트너 정당들이 향후 제기할지도 모를 불평불만을 잠재울 필요가 있을 때, 개각을 통해 변화를 주는 방식이 더욱 더 빈번해지곤 한다.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태국 국왕은 일요일(6.30)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총리의 '제5기 내각'을 '공식 인준'했다. 지난 2011년 7월에 임기를 시작한 잉락 총리에게 있어서, 이번 개각은 그녀의 임기를 절반 가량 보낸 상태에서 이뤄진 5번째 개각이다.
잉락 총리의 현 정부는 다양한 공격의 포화를 받고 있다.
"비판자들은 이번 개각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쌀 수매 정책'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금액의 손실, 11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물관리 사업의 지연', 그리고 여당이 지난 37년간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았던 방콕 내의 한 거점 지역구에서 치뤄진 '보궐선거의 패배' 등 최근에 전개되는 상황 때문에 잉락 총리 정부 및 집권 '프어타이 당'(Pheu Thai Party)의 인기가 이미 급락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즉, 개각이 아니라 차라리 국회해산 및 조기총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태국 정부, 새로운 내각 명단 발표"(Thai government announces new Cabinet reshuffle), Associated Press, 2013-6-30. |
어찌되었든 잉락 총리 내각의 새로운 진용이 발표된 상태에서, 첫인상이긴 하지만 이번 개각이 담고 있는 의미를 세 가지 정도 살펴보고자 한다.
1. 잉락 총리의 국방부장관 겸직
이번 개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잉락 친나왓 총리 자신이다. 그녀는 [태국 역사상 최초로] 국방부장관을 맡은 여성이 되면서, [태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및 국방부장관을 겸직하게 되었다. '잉락 총리의 국방부장관 겸직설'은 이미 작년에도 회자되곤 했지만, 실제로는 개각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녀가 국방부장관을 겸직하게 된 동기는 동일하며 명백하다. 즉, 강력한 태국 군부에 대항하는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이다. 잉락 총리 정부와 군부 사이는 쉽지 않은 관계지만, 양측은 대부분 상호간 개입을 하지 않는 방식을 유지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편이다.
|
(자료사진: CC / Flickr) 잉락 친나왓(중앙) 태국 총리와 태국 군부의 실질적 최고 실세인 쁘라윳 짠오차(Prayuth Chan-ocha: 우측) '왕립 태국 육군'(RTA) 사령관이 군대의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
그러나 연례적인 군 정기 인사이동에 있어서, 항시 군부가 정부보다 [의사결정의] 우위에 서 있었다. 그러한 데는 '2006년 9월의 군사 쿠테타' 이후 제정된 <국방부 관리법>(Defence Ministry Administration Act)이나, 군 인사권을 전담하는 '국방위원회'(Defence Committee)가 존재한다는 점에도 적잖은 이유가 있다.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국방부장관, 국방부 부장관, 국방위원회 상임 사무총장, 국방총사령관(=합참의장), 그리고 육해공 3군 사령관들 등 총 7인으로 구성된다. '국방위원회'에서는 언제나 군부 인사들이 다수를 점유했다. 하지만 이번 개각을 통해 권력균형이 맞춰졌다. 특히 중요한 점은 그 동안 공석이었던 국방부 부장관 자리가 채워졌다는 점이다. 이번에 국방부 부장관으로 내정된 유타삭 사시쁘라파(Yutthasak Sasiprapa) 예비역 대장은 잉락 총리 정권의 제1기 및 제2기 내각에서 국방부 장관 및 안보담당 부총리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작년에 새로운 국방위 상임 사무총장이 임명'된 바 있고, 이번에 잉락 총리가 국방부장관을 맡음과 동시에 국방부 부장관 자리까지 채워짐으로써, '국방위원회' 내에서 정치인들의 비율이 이전보다 높아지게 됐다. 이제 정부가 군부에 대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군부측 내부에 존재하는 [육해공 각군 사이의] 연약한 유대관계에 대해 더욱 큰 힘을 확보하는 일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는 아직도 미지수이고, 군부가 정부측의 이런 전략적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2. 고배를 마신 찰름의 좌천 : 부총리에서 노동부장관으로
이번 개각에서 가장 화제가 된 희생자는 찰름 유밤룽(Chalerm Yubamrung) 국가안보 담당 부총리가 노동부장관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된 일일 것이다.
찰름 부총리는 현재도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최남단 지방 무슬림 반군 소요사태'를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남부지방 문제를 총괄하는 '새로운 지휘센터'를 방콕에다 설치하려 했다든지, '최남단 현지를 딱 한차례만 방문'했다든지 하는 점을 고려하면, 무슬림 반군 문제를 다루는 그의 자세는 그다지 전력을 투구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
(자료사진: AP) 노동부 장관으로 좌천된 찰름 유밤룽 부총리의 모습. |
찰름이 맡았던 임무는 이제 쁘라차 프롬넉(Pracha Promnok) 법무부장관이 맡게 되었다. 그러나 찰름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불쾌함을 표출하는 데 있어서 그다지 부끄러움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주 금요일(6.28)] 찰름 부총리는 '남부 국경지방 행정센터'(SBPAC)의 타위 솟송(Thawee Sodsong: 퇴역 경찰 대령) 사무총장을 비난했다. 찰름 부총리는 솟송 사무총장이 뒤에서 활동하면서, 그가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 및 잉락 친나왓 총리에게 자신이 사설 카지노 운영에 연루됐다는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찰름 부총리는 자신의 사설 카지노 운영 개입설을 맹렬히 부인한 바 있다. (중략)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나에 대해 악의적인 폭로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저주한다. 그러한 이들은 앞으로 일곱 세대에 걸쳐 재앙을 맞이할 것이다. (중략) 나는 [내각에서] 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기꺼이 평범한 국회의원으로 돌아갈 생각도 갖고 있다."
찰름 부총리는 잉락 총리가 지난 2년 동안 현재 나타난 모든 현안들로부터 초연한 입장에 서 있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 도달한 것이라면서, 잉락 총리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했다. --- "찰름 부총리, 개각에서 냉대받은 데 대해 노골적 분노 표출"(Chalerm unleashes his fury at cabinet snub), Bangkok Post, 2013-7-1. |
베테랑 정치인인 찰름 부총리가 다혈질의 솔직한 언사를 잘 하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이번과 같은 그의 언어 "친화적" 공세는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태국의 언론들은 재빨리 그의 '쓴맛 본 경험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신이 국회에 제출한 국가화합법안이 탁신 전 총리의 귀국을 위한 것'이란 찰름 자신의 발언을 보도했다.
3. 짜뚜론 차이생의 복귀 : 탁신파 노병들의 역습?
짜뚜론 차이생(Chaturon Chaisaeng 혹은 Chaturon Chaisang)은 탁신 전 총리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쿠테타 직후인 지난 2007년 여당이었던 '타이락타이 당'(Thai Rak Thai Party: TRT)이 해산당하면서, '5년간 정치활동을 금지당했던 정치인 111명'(일명-'111번지 클럽') 중 한명이다.
5년간의 정치활동 금지기간이 끝나자, 이들 111명 중 많은 이들이 '천천히 정계복귀'를 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내각에 들어오기도 했다. 탁신 정부 시절 총리실 장관이자 미디어 담당 조언자 역할을 했던 수라논 웻차치와(Suranand Vejjajiva) 씨는 '작년부터 잉락 총리를 위해 과거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작년 10월의 제3기 내각부터 복귀한 퐁텝 텝깐짜나(Pongthep Thepkanchana)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향후 국회 내에서 진행될 헌법개정 절차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짜뚜론은 이번 개각에서 교육부장관을 맡았다. 하지만 맹렬한 반정부 성향의 비판자들이 잉락 총리가 단지 그녀의 오빠 탁신의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한 상태에서, 짜뚜론의 입각은 그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증거 하나를 보태주는 셈이 될 것이다.
여타 고려 사항들
잉락 총리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과 재앙적인 쌀수매 정책, 그리고 '상무부의 미숙한 대응' 등이 이어지고, 그로 인해 최근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 예고까지 나오면서, 분송 떼리야피롬(Boonsong Teriyapirom) 상무부 장관의 경질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그러나 '레드셔츠'(UDD: 반독재 국가민주 연합전선) 운동의 저명한 지도자이기도 한 나타웃 사이끄어 (Natthawut Saikua) 상무부 부장관은 유임됐다. 나타웃 부장관은 최근에 '전통 채소시장 활성화를 홍보하는 뮤직비디오'에 직접 기획, 제작, 출연하여 '유튜브' 사이트에 공개했다가, 논란이 일자 재빨리 삭제한 바 있다.
그리고 [물관리 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쁠럿쁘라솝 수라사왓디(Plodprasop Suraswadi) 부총리 역시, '지난달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물 정상회의에서 환경단체들에게 막말을 한 파동'을 겪었지만, 자신의 자리는 분명하게 지켜냈다.
* 필자 소개
삭싯 사이야솜붓(Saksith Saiyasombut)은 태국인 블로거이자 프리랜서 특파원이다. 그는 2010년부터 태국 정치 및 정세에 관해 글을 쓰고 있으며, <채널 뉴스 아시아>(Channel NewsAsia) 같은 국제적인 보도매체에 기고한다. 삭싯의 상세한 프로필은 '여기'를 참조하라. |
'크메르의 세계'는 한국 탐사보도의 새 장을 연 '뉴스타파'를 지지합니다.
|
첫댓글 매우 훌륭한 분석이라 생각됩니다.
전반적으로 보아서..
태국의 '레드셔츠' 운동이
과거 한국의 '노사모'가 보였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그런 점이
잉락 정권의 모습에도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