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성魯山城* 가는 길에 외 1편
정평림
깍아지른 북쪽 절벽 마침맞은 터를 잡고
좁은 어깨 넓게 펴는 한 고을 요새였나
평창강 해자垓字를 놓은
산맥 속 섬이었네
조총 하나 앞세우고 ‘조센징’ 겁박할 즈음
산 높고 골이 깊어 매복전埋伏戰 펼치던 곳
저 먼 산 봉화 오를 땐
짚신 끈을 조였다네
숨어든 솔수펑에 큰북 소리 울리는가
웅숭깊은 우물 물을 빈 속 채워 들이켜고
죽살이 말을 달렸네,
기마민족 후예답게
내환도內環道 언저리마다 통일신라 기왓조각
꽤 오랜 역사 속에 7년 전쟁 대비했나?
뉘 알랴, 지나온 풍파
성문城門마저 말이 없네
*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에 있는 산성으로 둘레 517m, 높이 5.3m이고 조선 선조 초에 축성되어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왜군과 싸웠던 곳. 강원도 기념물 제80호로 지정되었다.
부채꽃 언저리
흩날리는 꽃잎이지, 홀로 취한 부채춤은
절로 이는 신명 따라 흥도 끼도 가락 타고
한 무대 휑한 된비알
녹아내려 흥건하네
하나 둘씩 몸태 바꿔 홑꽃잎 날아들고
주연급 버선발 위로 꽃비 저리 내릴 즈음
딩가딩 휘모리장단에
목근화木槿花 활짝 벙그는가
촘촘히 어우러져 개국開國 나팔 부는 게지,
제 깜냥 펼친 만큼 한 울타리 되는 게지
파르르 떠는 그 언저리
눈길 차마 뗄 수 없네
≪시조시학≫ 신인상 (2003년), ≪전북중앙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2004년)으로
등단하였고, 제4회 열린시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조집 거기 산이 있었네 (동학사, 2005년), 메밀밭으로 오는 저녁(책만드는집, 2013년)이 있고, 현대시조 100인선 시조선집 가을 헌화가 (고요아침, 2017년).